김인애 기자 grape@businesspost.co.kr2025-07-29 16:4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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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현대건설이 하반기 미국과 불가리아에서 착공에 들어가며 원전 사업 확장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는 핀란드와 스웨덴뿐 아니라 바라카 원전으로 공사 실적을 쌓았던 아랍에미리트까지 원전 추가 수주를 추진하며 목표로 내걸었던 ‘에너지 트랜지션 리더’를 향해 내달릴 것으로 보인다.
▲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오른쪽)와 모하메드 알 함마디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공사 최고경영자가 29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버서터 호텔에서 '원자력 에너지 개발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건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보유한 ‘적정 공사비와 공기 내 착공’ 경쟁력이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갈수록 부각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현대건설은 국내 외에서 완공한 원전 23기 모두에서 '기한과 예산 약속(On Time Within Budget)'을 달성했다. 글로벌 원전 시공 기업 가운데 유일한 사례로 꼽힌다.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 원전 중심으로 짓는데 해외 원전시장 진출은 미국의 제재로 사실상 막혀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또 미국은 원전 원천 기술은 갖고 있으나 지난 50년 간 실제 시공한 사례가 매우 적고 프랑스는 기한과 예산을 못 지킨 사례가 잦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원전을 핵심사업으로 주목하고 있고 관련 시장 규모는 현대건설이 과거에 겨냥했던 기존 사업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시장 규모가 커진 반면 경쟁자는 적다”고 분석했다.
현대건설은 최근 원전 일감 늘리기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날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공사와 '원자력 에너지 개발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으며 2012년부터 이어진 바라카 원전 인연을 이어갔다.
현대건설은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UAE 원자력공사와 글로벌 원자력 프로젝트의 협력 기회를 모색하는 실질적 토대를 마련했다”며 “향후 중동과 북미, 아시아, 유럽 등 다양한 지역에서 신규 원전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현대건설과 UAE 원자력공사는 UAE의 최초이자 중동 최초의 대형 원자력 발전소인 바라카 원전 건설에서 인연을 쌓았다. 현대건설은 바라카 원전 1~4호기 건설사업의 시공주간자였으며 UAE 원자력 공사는 바라카 원전 소유자이다.
바라카 원전 1~4호기 건설은 2009년 계약 체결 후 약 2012년부터 본격적 시공에 들어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순차적으로 완공 및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한국형 원전을 도입한 UAE는 추가 원전 건설을 통한 확장을 고려하고 있는데 현대건설은 UAE와 쌓고 있는 긴밀한 협력관계가 도움이 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하마드 알카비 오스트리아 주재 UAE 대사 겸 국제원자력기구(IAEA) 주재 UAE 대표는 "입찰 과정과 관련해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추가 원전 건설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내년 핀란드와 스웨덴, 슬로베니아 등 유럽 지역에서 원전 설계‧조달‧시공(EPC) 입찰 참여를 앞두고 있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최근 핀란드 및 스웨덴과 원전 사전업무착수계약(EWA)을 체결했고 내년 EPC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라며 "원전 기대감은 훼손되지 않고 순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 최영 현대건설 뉴에너지사업부장(오른쪽), 로랑 레뷰글 포툼 신규원전담당 부사장(가운데), 엘리아스 게데온 웨스팅하우스 수석부사장(왼쪽)이 19일 (현지시각) 면담하고 원활한 사업 수행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현대건설>
특히 현대건설은 6월 핀란드 국영 에너지 기업 포툼(Fortum),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핀란드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을 위한 EWA를 맺고 초기 프로젝트 계획 수립, 원전 부지 평가, 인허가 관련 사항 점검 등 'AP1000®(웨스팅하우스가 개발한 3.5세대 가압수형 원자로)' 건설 전반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
올해 말에는 미국과 불가리아 원자력 건설 착공이 예정돼 있어 현대건설의 에너지 트랜지션 리더 목표를 현실화하는 일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올해 3월 개최한 '최고경영자 인베스터 데이(CEO Investor Day)'에서 에너지시장의 폭발적 확대를 사업 확대 기회로 삼아 에너지 시장을 선도하는 에너지 트랜지션 리더가 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현대건설은 에너지 트랜지션 리더로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을 중심으로 에너지 사업 수주를 2025년 3조1천억 원에서 2030년 7조 원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한우 대표는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원전 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파트너사와 진전된 협력 방안을 마련하고 불가리아 신임 내각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을 통해 코즐로두이 원전 프로젝트의 순조로운 추진을 약속받은 만큼 견고한 파트너십을 교두보 삼아 현대건설의 글로벌 원전 영토 확장에 속도를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일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의 글로벌 원전 사업은 점점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말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7‧8호기의 EPC 계약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 불가리아 에너지부는 이번달 씨티은행과 코즐로두이 원전 7·8호기 사업의 건설 자금 조달을 위한 협력 계약을 맺으면서 사업 추진의 실행력을 높이고 있다.
미국 펠리세이드 SMR 사업 역시 2분기에 설계 완료 수순에 들어가고 올해 말에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원전 확대 방침에 따라 대형 원전 수주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은 웨스팅하우스로 대표되는 원전 원천 기술 강국이지만 1978년 이후 원전 신규 착공이 단 2기에 불과해 사실상 원전 건설 생태계가 멈춰 있는 상태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지난 5월 미국의 원전 EPC기업들과 협력 계약을 맺었다"며 "웨스팅하우스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향후 미국의 대형 원전 건설에도 일정 부분의 역할 수행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에너지 트랜지션 리더로서 대형원전과 SMR 등 원자력 사업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에너지 혁신을 주도해나갈 계획”이라며 “SMR-300 등 차세대 원전사업을 통해 글로벌 에너지 전환과 K-원전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