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포스코이앤씨에 따르면 정희민 사장은 이날 오후 5시경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전날 60대 노동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한 사과문을 발표한다.
정 사장은 지난 4월에도 경기 광명 일직동 신안산선 5-2공구 지하터널 내부에서 균열이 발생하면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사망자가 나온 데 대한 사과문을 내어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함께 현장 안전관리 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런 약속이 무색하게 됐다.
올해 들어 포스코이앤씨가 진행하는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한 중대재해 발생은 함양울산도속도로가 네 번째다.
지난 1월 경남 김해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1명이 추락사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광명 신안산선 건설현장 붕괴사고로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했다. 또 같은 달 대구 주상복합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도 노동자가 1명 떨어져 숨졌다.
포스코이앤씨 공사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잇달아 발생하자 고용노동부에서는 포스코이앤씨 본사와 전국 65개 공사 현장 모두에 대해 29일 산업안전보건감독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사고가 난 함양울산고속도로뿐 아니라 65개 전 현장에서 공사가 중지됐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이날 생중계된 국무회의를 통해 포스코이앤씨를 강하게 질타해 정 사장으로서는 더욱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를 향해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 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라며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직접 포스코이앤씨 현장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재하청을 비롯해 산업재해 사망사고 근절 대책을 직을 걸로 추진하라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생중계로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포스코이앤씨의 산업재해를 질타했다. <연합뉴스>
이에 건설업계에서는 정 사장이 1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정 사장은 전임 전중선 사장이 취임 뒤 9개월 만에 퇴진하자 후임으로 임명됐으나 똑같은 처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사장 임기가 1년이지만 한성희 전 사장의 경우는 좋은 성과를 바탕으로 4년이나 재임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13년 만에 나온 포스코이앤씨 내부 승진 출신 최고경영자(CEO)인데 현장 건설 전문가로 평가된다. 해를 거듭하며 포스코이앤씨의 영업이익률이 추락하자 구원투수 격으로 임명된 것으로 전해진다.
정 사장은 수익성이 양호한 도시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수주 확대를 위한 현장 경영에 힘썼으나 잇달아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에 발목이 잡히게 된 상황과 마주하게 됐다.
전임 전중선 사장은 수익성 하락뿐 아니라 사망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임한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이앤씨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해인 2022년에는 사망사고가 없었고 2023년 1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전 사장 임기인 2024년에는 중대재해처벌법에 저촉되지 않는 건까지 포함해 사망사고가 모두 6건이나 터졌다. 전 사장 후임으로 정 사장이 취임한 뒤에도 올해 4번이나 사망사고가 이어졌다.
특히 노동부가 지난 5월 포스코이앤씨 36개 공사현장에 대해 산업안전감독을 했는데도 두 달 만에 사망사고가 터져 정 사장으로서는 책임을 피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정 사장의 중도 퇴임 가능성과 관련해 "너무 앞서가는 얘기"라고 선을 그으면서 "현재로선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디.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