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형세 LG전자 미디어엔터테인먼트솔루션(MS)사업본부장 사장이 최근 TV 사업 수익성 악화에 따라 웹OS 플랫폼 사업과 글로벌 사우스 공략으로 위기 상황을 돌파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LG전자가 올해 2분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TV사업에서 흑자를 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업체들과 경쟁이 심화되고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상승 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3분기부터는 미국 관세 영향도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박형세 LG전자 미디어엔터테인먼트솔루션(MS)사업본부장 사장은 인도를 비롯한 글로벌 사우스 지역 공략에 힘을 싣는 한편, 웹OS 기반 광고·콘텐츠 등 TV 플랫폼 사업을 통해 수익을 개선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전자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글로벌 소비 위축으로 2025년 세계 TV 시장이 둔화하면서, LG전자 TV사업은 하반기에도 적자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LG전자 MS사업본부는 올해 2분기 1917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조대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 MS사업부는 2분기 중국 내수 부진에 따른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 해외 진출에 따른 경쟁 심화로 예상보다 부진한 수익성을 기록했다”며 “둔화한 소비심리와 강도 높은 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성수기인 하반기에도 회복을 보여주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배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TV 시장 경쟁 심화와 IT 수요 부진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며 LG전자가 올해 하반기 TV사업에서 2590억 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지역의 TV 수요가 정체된 가운데 중국 TV 제조사들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세계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LG전자 점유율은 16%로 지난해 1분기보다 7%포인트 줄었다. 반면 중국 하이센스와 TCL은 출하량은 지난해에 비해 배 이상 증가하면서 각각 20%, 1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LG전자의 프리미엄 TV 점유율 순위는 2위에서 4위까지 떨어졌다.
LG전자는 OLED TV로 중국 업체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도 최근 OLED TV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한국과 미국의 무역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8월1일부터는 상호관세를 부과받는 만큼, 가격경쟁력을 갖추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 LG전자 웹OS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애플리케이션을 포함해 다양한 게임 앱이 탑재된 모습. < LG전자 > |
이에 따라 박 사장은 인도, 중동, 중남미 등 글로벌 사우스 지역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인도, 중동, 중남미와 같은 글로벌 사우스 지역은 가처분 소득 증가, 도시화 진행, 스마트 TV 보급 확대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TV 수요가 세계 평균을 훨씬 웃돌고 있다.
특히 인도는 최근 프리미엄 TV와 대형 TV의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LG전자 TV사업에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도 시장조사업체 유니브데이토스(UnivDatos)에 따르면 인도 스마트 TV 시장은 2025년부터 2033년까지 연평균 16.5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웹OS 기반 광고·콘텐츠 사업도 TV 수익성 악화를 일부 메워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웹OS는 스마트 TV에 특화한 LG전자의 독자 운영체제(OS)로 넷플릭스, 유튜브, 디즈니+, 웨이브, 티빙 등 국내외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엑스박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게임 콘텐츠도 대폭 강화했다.
2024년 기준 약 2억2천만 대의 TV에 웹OS가 탑재됐으며, LG전자는 지난해 웹OS 광고·콘텐츠로만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거뒀다.
박형세 사장은 플랫폼 사업 강화를 위해 2027년까지 웹OS에 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플랫폼 사업은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TV 제품은 경제 상황이나 소비자 수요에 따라 실적 변동 폭이 크지만, 콘텐츠 시청에 따른 광고 수익은 활성 장치에 기반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또 운영체제를 한 번 개발하면 이를 유지, 보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하드웨어 대비 크지 않아,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LG전자 관계자는 2025년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3분기에도 시장 환경은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소비 심리 개선 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웹OS 플랫폼 사업 성장세를 강화하고, 글로벌 사우스 공략 등 질적 성장을 통해 위기를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