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사법재판소 본청에서 23일 재판관들이 권고적 의견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국제 법원이 각국 정부에게 기후대응을 나설 의무가 있다는 공식 의견을 내놨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23일(현지시각) 2023년 유엔총회 결의안 77/276호를 통해 요청된 사항에 권고적 의견을 발표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이번 의견을 통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고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했다.
파리협정과 관련된 판단도 의견서에 포함됐다. 파리협정은 2015년에 세계 각국이 맺은 조약으로 글로벌 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아래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제사법재판소는 "파리협정 당사국은 협정에 명시된 온도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적절히 기여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공통적이나 그 정도에 차이가 나는 책임과 각자 능력에 따른 조치를 취하는데 상당한 주의를 기울일 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이어 "파리협정 당사국은 연속적이고 진전하는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작성하고 소통하고 유지할 의무를 부담한다"며 "이와 같은 기여를 취합했을 때 지구온난화를 1.5도로 제한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각국이 이같은 의무를 위반했을 때 국제적으로 부당한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법적 결과로 다른 의무를 지게 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다른 의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해당 행위가 지속되고 있을 때 부당한 행위 또는 부작위를 중단할 의무 △필요하다면 부당한 행위 또는 부작위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보증 또는 보장 제공 △부당한 행위와 피해간 충분히 직접적이고 확실한 인과관계의 입증을 포함한 국가 책임의 일반적 조건이 충족될 때 원상회복, 보상 및 만족을 통한 피해국에 완전한 배상 등을 제시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또 국가기관의 모든 행위도 국가의 행위로 간주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가 기관이 화석연료 생산과 소비, 보조금 제공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 이는 해당 국가의 책임으로 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후단체 플랜1.5는 이와 관련해 "우리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국가의 법적 의무와 책임을 분명하게 밝힌 국제사법재판소의 이번 권고적 의견을 환영한다"며 "국회와 정부가 권고적 의견을 충실히 수용해 우리나라의 책임과 역량에 부합하는 감축목표를 설정해 기후위기로부터 국민과 인류의 권리를 충실히 보호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