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보험사들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건을 계기로 소비자보호와 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평가항목을 개편한다.
금감원은 9일 보험사들의 경영실태평가에 쓰이는 평가항목 배점을 바꾸는 내용으로 보험감독업무 시행세칙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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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
경영실태평가는 금감원에서 금융회사의 경영관리능력과 법규 준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사해 경영에 문제가 있는 금융회사를 추리거나 보험사 경영에서 취약한 부분을 알기 위해 실시하는 검사를 뜻한다.
금감원은 보험사 경영실태평가의 리스크평가 항목에서 ‘경영관리리스크’의 배점을 15점에서 20점으로 높였다. 경영관리리스크는 보험사들이 소비자보호에 기울이는 노력과 경영진이 리스크관리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등을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항목이다.
‘보험리스크’의 배점도 기존보다 5점 높여 보험사가 보험상품 개발과 판매, 계약인수, 보험금 지급 등 단계별 과정에서 리스크를 더욱 꼼꼼하게 점검하도록 했다. 기존의 보험리스크 배점은 생명보험사 10점, 손해보험사 15점이었다.
‘자본적정성’과 ‘수익성’ 배점이 5점씩 줄었다.
금감원은 보험사에 청구권 소멸시효 2년이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번에 경영실태평가의 평가항목 배점을 바꾸는 것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가 한때 자살한 고객을 대상으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기로 약관에 명시했던 이상 그 약관이 잘못됐다고 해도 보험금을 지급해 소비자보호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에 영업 일부정지와 CEO 문책경고 등 중징계를 내릴 방침을 밝혔다. 보험사 CEO가 문책경고를 받으면 연임을 할 수 없으며 3년 동안 다른 회사에서도 CEO를 맡을 수 없다.
금감원은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뒤늦게나마 전액 지급한 보험사에는 경징계 수준인 과태료 100만~700만 원을 부과했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은 금감원의 제재가 예고되자 2011년 이후 청구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삼성생명은 자살보험금 지급을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형 생명보험 3사가 자살보험금을 일부만 지급하기로 결정하거나 검토하고 있는 것이 금감원의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세 회사가 지급하지 않은 자살보험금을 합치면 3800억 원가량인데 20% 정도만 2011년 이후 지급이 청구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