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올해 미국의 환율조작국 명단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도널드 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을 대상으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국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20일 출범한 뒤 이른 시일 안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한국도 환율조작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생겼다고 블룸버그가 5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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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미국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국가에 환율 절상을 요구하고 1년 뒤에도 수정되지 않으면 무역협상 재검토와 미국 정부와 관련된 계약 배제 등 강력한 무역보복을 실시한다.
미국이 2015년에 제정한 무역촉진법에 따르면 환율조작국 지정기준은 △미국 대상의 연간 무역흑자 규모 200억 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해 경상흑자 규모 3% 초과 △한쪽 방향으로 외환시장에 지속적 개입(국내총생산과 비교해 순매수한 외화 규모가 2% 초과) 등이다.
한국은 앞의 두 기준에 해당되지만 국내총생산과 비교해 순매수한 외화규모가 2%를 넘지 않아 환율관찰대상국에 머무르고 있다. 환율관찰대상국은 환율조작국보다 한단계 낮은 수준으로 미국정부의 제재를 직접 받지는 않지만 재무부의 감시를 받게 된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금융팀장은 최근 연구보고서에서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려면 기존의 지정기준을 완화하거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한국도 바뀐 기준에 해당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현재 환율조작국 지정기준 가운데 미국을 대상으로 한 무역흑자 200억 달러 이상이라는 조건만 충족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경상흑자 규모나 외환시장 개입의 기준을 완화할 경우 한국까지 걸려들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환율조작국 지정기준을 바꾸지 않더라도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재무부는 최근 주미한국대사관으로부터 환율조작국 지정기준에 관련된 문의를 받자 “1988년에 발효된 종합무역법도 환율조작국 결정의 근거로 쓰인다”며 “종합무역법과 무역촉진법 가운데 어느 쪽을 근거로 환율조작국을 지정할지는 재무부의 재량”이라고 답변했다.
종합무역법은 구체적인 기준 없이 미국을 대상으로 무역흑자를 내는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은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을 대상으로 무역흑자 200억 달러 이상을 내고 있다.
정영식 팀장은 “미국이 이른 시일 안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주의정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판단해 상대적으로 국제사회의 파장이 작은 한국 등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한국이 빠른 시일 안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오랫동안 쓰이지 않았던 종합무역법을 꺼내드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 중국을 바로 건드리지 않고 정치적인 고려에 따라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정부는 만약을 대비해 한국가스공사에서 올해부터 20년 동안 미국의 셰일가스를 대량으로 수입하는 방법 등을 통해 미국을 대상으로 한 무역흑자 규모를 줄이는 작업에도 착수하기로 했다.
유 부총리는 “한국은 대미무역 흑자폭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국제관계상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미국 측에 한국이 환율조작국은 아니라는 점을 최대한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