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는 6월 한 달 캄보디아와 인도, 우즈베키스탄을 찾아가, 금융신흥국에서 일하고 있는 50여 명의 주재원을 만났다.
한국보다 무덥고 전반적 인프라가 열악한 그곳에서, 국내 금융사 주재원들은 무더위와 싸워가며 K금융의 영토 확장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많은 법인장과 지점장, 사무소장, 주재원들이 애초 약속한 시간을 훌쩍 넘겨 그곳 이야기를 들려줬다. 기사에 싣지 못한, 그러나 강한 인상을 남긴 그들의 이야기를 추렸다.
▲ 캄보디아 프놈펜 시내 전경. 프놈펜 시내는 전통식 건물과 최신식 빌딩, 거기에 공사 중인 건물까지 어울어져 도시가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저 멀리 메콩강도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
◆ 은행의 나라 캄보디아, 지역음식이 다채롭지만...
## “캄보디아에는 은행이 편의점보다 많다.”
캄보디아에서 만난 한 주재원은 현지의 어려운 은행산업 상황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캄보디아는 상업은행이 60여 개, 여기에 소액대출을 해주는 전문은행을 더하면 150개에 이른다. 캄보디아 전체 금융시장 규모는 우리은행 한국사업의 5분의1 수준인데, 금융사가 이렇게 많으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외자유치 의지에 따라 자본금 7500만 달러만 있으면 은행업을 할 수 있다. 또 다른 법인장은 “지금도 금융당국이 계속 은행 인가를 내주고 있다”며 캄보디아 금융시장을 놓고 “남극에서 냉장고 파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반면 제조업 기반은 너무 약해 물가는 상대적으로 비싸다. 한 주재원은 지난여름 에어컨 조금 많이 틀었다가 전기요금이 400달러 가까이 나왔다며 울상을 지었다. 전기도 수입에 의존한다. 한국보다 전기료가 비싸단 느낌을 받는다.
## “여기서 원형탈모가 왔다.”
캄보디아에서 만난 한 법인장은 직접 자신의 머리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현지 법인장은 법인의 A부터 Z까지 모든 일을 책임지고 처리하는데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 금융사 법인장은 과로로 쓰러져 입원까지 했단다. 한국 금융사는 일본 등 다른 나라 금융사와 비교해 주재원 수도 상당히 적은 편이라 법인장 입장에서 현지 직원관리도 쉽지 않다고 한다. 많은 법인장들이 사무실 가까이에 살며 주말도 없이 출근한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은 성과로 이어졌다. 한 법인장은 영업비법이라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영업점을 직접 방문한다고 귀띔했다. 홍삼 같은 선물을 들고 딜러들을 찾아가서 매일 얼굴보고 얘기하면 실제 결과가 달라진다.
한 법인장은 캄보디아의 열악한 의료서비스를 아쉬워했다. 캄보디아에서 맹장수술 받았는데 수술비가 3천만 원이었다.
## “개구리는 진짜 많이 먹는다.”
한 법인장이 캄보디아 지방 출장을 가면 지역 특유의 음식이 많다며 들려준 말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지방 출장을 가는데 개구리뿐 아니라 거미, 메뚜기, 쥐 요리가 있는 지역도 있다. 이들은 주요 단백질 공급원이라고 한다. 과거 한국이 개발도상국 시절 개구리 뒷다리를 구워 먹던 것과 흡사하다고, 그는 전했다.
캄보디아에서 개구리는 구이나 볶음 요리로 시장이나 길거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반면 거미, 메뚜기, 쥐 등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여전히 먹는 지역이 있단다. 거미나 메뚜기는 튀겨 먹고 쥐는 구워 먹는다.
다만 지방을 찾았다고 해서 이런 음식을 꼭 먹어야 하는 건 아니다. 캄보디아에는 우리 입맛에 맞는 대중적 요리도 많다. 프놈펜 시내에는 한글로 메뉴를 적은 한국 음식점도 많고 KFC, 버거킹, 콜드스톤 등 프랜차이즈도 자주 눈에 띄었다.
다만 상수도 등 인프라가 미흡해 노점상의 얼음을 먹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 박카스가 캄보디아에서 인기가 그렇게 좋다는 말도 인상에 남았다. 캄보디아에서는 레드불 이런 것보다 무조건 박카스란다.
▲ 인도 뭄바이 다다르역 모습. 오른편 무너진 빨간지붕 건물과 뒤로 보이는 고층빌딩이 대조를 이룬다. <비즈니스포스트> |
◆ 중산층 빠르게 늘어나는 인도, 업무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 “중산층이 1%포인트만 늘어나도, 1400만 명이다.”
인도 뭄바이에서 만난 한 주재원이 인도에 금융기관이 많이 진출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1%' 얘기를 꺼냈다. 2025년 인도 인구는 14억6천만 명 수준으로 1%면 1460만 명에 이른다. 인도는 2023년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에 올랐다.
이 주재원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돈을 벌면 보통 자동차를 산다. 인도는 경제발전에 따라 중산층이 빠르게 늘고 있는데 이에 자동차 판매가 늘면서 자동차 금융시장이 성장하고 있단다.
국내 금융사도 자동차 관련 대출을 많이 다루고 있는데 글로벌 금융사의 진출도 늘면서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골드만삭스는 2027년 인도인 약 1억 명이 연간소득 1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2023년 약 6천만 명에서 4년 만에 50%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 “개도국에 나와 보면 안다. 한국의 금융시스템은 참 훌륭하다.”
인도 뭄바이에서 만난 한 주재원은 인도의 낙후된 금융시스템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곳 주재원 대다수는 한국 근무 경험이 있는데 한국 금융시스템이 얼마나 좋은지는 나와 보면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주재원은 일례로 보증보험 제도를 설명했다. 한국은 보증보험 제도가 있어 은행들이 대출을 다루기 수월한데 이곳은 그런 제도가 없어 대출 취급에 애로사항이 많다.
인도는 신용평가 시스템도 상당히 낙후돼 있다고 하소연했다. 인도의 신용평가시스템은 일단 정보가 느리고 정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금융사 망 오류에 따른 미결제를 예로 들었는데, 금융사 망 오류로 결제가 안 된 건도 고객 체납으로 잡히는 억울한 경우가 종종 있단다.
이럴 때도 고객한테 그 금융사가 가서 결제 확인증 받아오라고 하는데, 고객한테 미안하지만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어쩔 수 없다. 인도는 도시화율도 너무 낮다고 했다. 인구가 14억 명이 넘는다고 하지만 사실상 금융거래 하는 이들은 3억 명 정도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인도 금융시장 성장을 위해서는 금융시스템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이 그립다.”
뭄바이에 나가 있는 복수의 주재원들이 한결같이 들려준 말이다. 인도 뭄바이에는 한식당이 많지 않다. 한식당이 몇 없고 한국 주재원들도 얼마 없어 저녁시간에 가면 항상 보는 얼굴들이 거기서 거기다.
더 아쉬운 건 한국 식재료마트가 없다는 것. 글로벌 주요 도시에 가면 한국 식재료마트가 적어도 하나는 있는데 뭄바이에는 아직 한국 식재료마트가 없어서 한국이 더욱 그립다. 외국 나가면 한국이 그리운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뭄바이는 음식 측면에서 더욱 그런 면이 크다고들 말했다.
인도는 전반적으로 공기 질이 좋지 않다. 인도 주재원을 지낸 뒤 병을 얻으신 분들도 있는데 주재원들은 미세먼지 때문이 아닐까 합리적 의심을 품고 있단다.
뭄바이는 부동산 가격도 최근 너무 많이 올라 주재원들의 주거 퀄리티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자녀들의 국제학교 비용도 너무 비싸고. 이래저래 한국이 그리울 때가 많다고 한다.
▲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놀이공원 '매직시티' 광장 모습. 우즈베키스탄의 대표 문화 유적인 사마르칸트의 레기스탄광장을 본떠 만들었다. 문화 유적에 대한 우즈베키스탄의 자부심을 잘 보여준다. 건물 가운데 펩시 광고가 자리 잡은 점도 재미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 노동법이 강한 우즈베키스탄, 너무나도 비싼 한국 아이스크림
##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만난 여러 주재원에게 들은 말. 예전 대우그룹에서 일하던 분이 한 얘기라고 한다. 우즈베키스탄의 상황을 잘 나타내는 말이라 이곳에 있는 한국사람들 사이에서 종종 회자된다고. 한 주재원은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예로 최근 전기가 나간 상황을 들려줬다.
6월 말 우즈베키스탄은 한낮 기온이 40도가 넘을 정도로 더운데, 최근에 사무실 전기가 나갔다는 것이다. 에어컨을 켜지 못하는 상황, 빨리 전기를 고치고 싶어 알아보니 전기를 다시 들어오게 하려면 전선을 바꿔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열흘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원래 좀 더 빨리할 수 있지만 중간 결제라인 누군가 휴가를 떠나서 좀 더 오래 걸리는 거였고, 어이가 없어 좀 더 알아보니, 중간에 아는 사람이 있으면 빨라질 수 있고, 그것도 아니면 임시방편으로 잠시 다른 전선을 끌어오는 것도 방법이라고 들었다고.
그밖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또 들었는데, 결국 ‘이런저런’ 방법을 통해 열흘보다 한참 앞당겨 에어컨을 틀었다고 한다. 이처럼 업무처리 과정이 답답하지만, 하려고 마음 먹으면 또 안 되는 것이 없는 나라라고.
## “여기, 사회주의국가였다. 노동법이 상당히 세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만난 한 주재원은 현지인 인력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이렇게 말했다. 과거 사회주의국가라 사실상 정년 없이 노동자들이 일한다는 것. 정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용자가 정년 도달을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이 금지돼 있단다.
따라서 노동자가 일하고 싶으면 계속 일할 수 있다고. 반대로 일하기 싫으면 바로 그만둘 수 있고. 우즈베키스탄은 최근 몇 년 동안 연간 물가상승률이 10%대에 이를 정도로 높았는데 이에 따라 인건비도 상당하다고 했다.
한국기업은 여기서 외국계기업이라 이곳을 거치면 임금을 많이 올려 이직을 할 수 있어 현지인 인력관리가 쉽지 않다고 한다. 노동법이 한국과 크게 다르고 노동자 권리가 상당히 강해 외국기업 입장에서는 경영상 어려움이 상당하다고.
## “멜론보다 메로나가 비싸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만난 한 주재원이 최근 대형마트에 아이들과 함께 가서, 메로나 포함 한국 아이스크림 3개를 사고 만 원 가까이 냈다며 들려준 말. 우즈베키스탄은 지하철요금이 우리 돈 330원(현금 기준)에 그칠 정도로 물가가 싼 나라다.
특히 과일은 더 싸다. 5천 원이면 수박, 멜론, 자두, 복숭아 등 맛있는 과일을 배불리 살 수 있다. 큰 수박 한 통도 2천 원대면 살 수 있다고.
메로나가 진짜 멜론보다 비싸다는 건데 거기에는 물류비용도 한몫한다고. 우즈베키스탄은 바다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최소 2개 이상의 국가를 거쳐야 하는 이중내륙국가다.
세계에서 이중내륙국가는 우즈베키스탄과 리히텐슈타인 등 2곳뿐이다. 더군다나 우즈베키스탄은 물류 인프라도 잘 안 갖춰져 있어 전반적으로 냉동식품의 물류비용이 많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래서 메로나를 먹는 것보다 멜론을 직접 먹는 게 훨씬 이득이고, 그래서 과일을 참 많이 먹는다고 한다. 이한재 박혜린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