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이 자회사 인사를 마무리하면서 'KT 이석채 색깔 지우기'가 종착역에 도달하고 있다. 앞으로
56개 계열사에 포진한
1,000여 명 고문의 정리가 끝나면 황 회장의 이석채 지우기 인사는 매듭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룹 재무실장에 삼성 출신을 기용한 황 회장이
의욕적으로 신설한 미래융합전략실장에 누구를 배치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황창규 KT의 색깔'을 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주요 계열사도 '이석채 색깔'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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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KT 회장 |
황 회장은 계열사 사장 인사를 통해
KT를 잘 알고 통신에 대한 전문성이 높은 내부 인사를 기용했다. 다른 한편으로 이석채 전임 회장의 색깔을 완전히 지워나갔다.
황 회장은 이미 스카이라이프, 비씨카드, KT렌탈, KT네트웍스, KT파워텔, KT스포츠, 한국HD방송, KT M&S 등 핵심 계열사 사장에게 퇴임을 통보했다. 56개 계열사 가운데 일부 사장에겐 재신임을 통보했다.
몇몇 계열사의 경우 후임자는 이미 결정됐다. KT렌탈은 표현명 전 KT 사장이 14일 선임됐다. 표 사장은 이석채 전 회장의 사의 표명 이후 경영 공백 상태에서 KT 최고경영자 직무대행을 맡았다.
3,000억원 대출 사기 사건으로 문제를 일으킨 KT ENS 사장 자리에는 권순철 전 KT 비서실장이 임명됐다. 114 안내와 콜센터 운영 대행을 하는 KTIS 사장으로 맹수호 KT커머스 사장이, KT커머스 사장은 김상백 IT본부장이 내정됐다.
KT파워텔은 엄주욱 전무가 사장으로 승진해 지난 주부터 대표 업무를 수행중이다. KT링커스의 최영익 사장은 KT텔레캅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정상환 KT텔레캅 사장은 KT스포트단장을 맡았다. KT캐피탈 사장의 경우 조화준 전무가 내정됐다.조 전무는 KT 출신으로 KT캐피탈 사장에 확정되면 최초로 KT그룹 계열사의 여성 수장이 된다.
사장단에 임명되거나 거론되는 인물은 한결같이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KT 출신 중심의 물갈이 원칙이 매우 굳건함을 보여준다. 황 회장이 내부 인사로 통신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라는 점을 저울질해 사장단의 운명이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전임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여성 임원 6명은 모두 KT를 떠났다. 송영희 전 가치혁신 CFT장(전무)를 포함해 임수경 전 G&E부문 전무, 이영희 전 그룹컨설팅지원실장(전무), 송정희 전 서비스이노베이션부문장(부사장), 오세현 전 코퍼레이션센터 신사업전략담당 전무, 김은혜 커뮤니케이션실장(전무) 등이 속속 자리를 비웠다.
황 회장의 인적 쇄신이 삼성DNA의 이식이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황 회장이 핵심보직인 그룹 재무실장에 삼성전자 상무 출신 김인회 전무를 전격 기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래융합전략실장에 삼성 출신이 올 지, KT 출신이 등용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인사에 따라 '황창규 KT'의 색깔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KT 출신인 윤경림 CJ헬로비전 부사장 등 몇명이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 56개 계열사 고문 자리는 ‘최소화’ 방향
‘황창규 KT’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그동안 정권의 ‘낙하산’ 인사의 통로로 유명했던 KT 계열사의 고문 자리 처리 문제도 곧바로 손질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가 KT 계열사의 고문 형식으로 임명되는 경우가 잦아 KT 고문단은 ‘회장의 사조직’이라는 비아냥을 받아왔다.
이석채 전 회장의 사촌인 이석조 전 케냐 대사는 KT렌탈의 경영 부문 고문으로 영입돼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KT 계열사의 고문은 각 대표가 별도로 임명하기 때문에 사조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KT 계열사 고문은 통상 매달 최소 500만원 내외의 급여를 지급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통신업체에서 필요한 기술 혁신이나 서비스 혁신 등의 현장 영업과 관련없는 활동만 하고 있어 비효율적인 방만 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혀 왔다.
이들의 숫자가 엄청나다는 것도 문제다. 이석채 전임 회장의 배임 및 횡령 혐의를 수사했던 검찰은 KT 계열사의 고문이 1,000명이 넘는다고 발표했다. 특히 KT 계열사의 비상임 고문은 정식 인사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아 임명과 사퇴 여부가 분명치 않다. 황 회장이 계열사 고문의 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유다.
계열사 고문에 대한 강도 높은 인사 쇄신은 일부 진행된 측면도 없지 않다. 이석채 전 회장 시절 낙하산 인사 논란을 빚은 홍사덕 전 의원, 김종인 박근혜대선캠프 행복추진위원장, 김병호 전 의원 등 몇몇 고문은 황 회장의 취임을 전후해 이미 사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