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박근혜 게이트에 휘말린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개편과 얽혀있는 데다 야권의 반발의 예상돼 국회 통과는 불투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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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5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주재한 ‘2017년 업무보고’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순환출자 방식의 그룹 지배구조를 지주회사체제로 단순화해 소유구조를 투명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정 위원장은 “4당 체제가 된 여야의 상황을 고려하면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추진하는 데 상당한 애로사항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계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19대 국회에서도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추진했지만 야당이 ‘대기업이 금융과 산업을 모두 지배할 수 있도록 하는 특혜’라고 반대해 무산됐다.
개정안은 금융계열사의 지분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의무적으로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제재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최종 손질을 마치고 발의를 앞두고 있다.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단비같은 소식이다. 중간금융지주법안은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꼭 필요한 법안으로 여겨지지만 20대 국회에서 아직 발의되지 않았다.
현대자동차그룹과 SK그룹도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현대차는 현대자동차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캐피탈 등 금융계열사 지분을 중간금융지주회사로 묶고 그 중간금융지주회사를 현대차가 지배하는 안이 가능해진다.
SK그룹의 경우 지주회사인 SK 아래 새로운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만들면 SK증권 지분을 매각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제1당이 된 이번 국회에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수월하게 하는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야권에서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에 제동을 거는 법안이 줄줄이 발의되고 있는 데다 공정위의 입지도 차츰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은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혁보수신당에 폐지 협조를 요구하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의무고발제 대상기관 수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전속고발권의 대안을 제시하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공정위는 소비자의 인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힌 제조물 사업자에 피해액의 3배까지 배상책임을 묻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도 추진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