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하나금융의 안정된 자본여력을 바탕으로 비은행사업 강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정부에서 은행의 대손준비금을 보통주자본으로 인정한 영향으로 올해 보통주자본비율이 최대 12.7%까지 오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11.44%에서 1%포인트가량 올라 하나금융의 지난해 목표치인 12%를 넘어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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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
보통주자본비율은 우선주배당 등에 쓰이지 않는 보통주자본금을 전체 자산으로 나눈 비율을 뜻한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사업투자나 인수합병 등에 쓸 수 있는 자본금이 많다는 뜻이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통주자본비율이 높은 금융지주는 지주사에서 대출을 받아 자회사에 투자하는 레버리지를 확대해 비은행사업의 역량을 키울 수 있다”며 “하나금융도 현재 자본비율이 충족된 만큼 더욱 적극적인 비은행사업 강화전략을 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나금융은 전체 이익에서 다른 금융지주보다 은행의 비중이 훨씬 높아 비은행사업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된 기준으로 순이익 1조2608억 원을 내 하나금융의 전체 순이익 1조2401억 원을 뛰어넘었다. 다른 금융지주사가 같은 기간 낸 순이익에서 은행의 비중을 살펴보면 신한금융 70%, KB금융 69% 정도인 점과 비교된다.
김정태 회장은 2025년까지 하나금융의 전체 순이익에서 비은행계열사의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하나금융이 그룹 차원의 ‘하나의 회사’를 지향해 채널 간의 연계를 강화하고 상품개발 통합플랫폼을 구축해 고객이 원하는 금융서비스를 적절한 때에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이 지난해 말부터 비은행계열사와 관련된 움직임을 늘리고 있는 점도 김 회장의 비은행사업 강화전략과 맞닿은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투자는 KEB하나은행과 연계한 복합점포의 수를 늘리고 영업망도 개편해 대규모 영업점과 고액자산가를 위한 지점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업무가 겹치던 하나선물도 합병했다.
하나펀드서비스는 지난해 말에 KEB하나은행 자회사에서 하나금융지주 자회사로 승격됐다. 하나금융이 하나UBS자산운용의 지분율 49%를 더 높이려 한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왔다.
김 회장이 장기적으로 다른 비은행회사를 인수하는 데 하나금융의 자본을 투자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황효상 하나금융지주 리스크관리그룹 전무는 지난해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일정 기간 자본을 축적한 뒤 좋은 기회가 생기면 비은행사업에 역량을 투입해 경쟁회사와 비슷한 규모로 만드는 목표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인수합병 등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비은행사업을 올해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지난해 은행 전산통합을 완료한 만큼 올해는 모든 계열사의 시너지를 키우는 데 중점을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