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안방보험그룹이 계열사인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을 합병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생명보험회사는 총자산이 많을수록 유리한 데다 두 회사를 따로 운영하는 것보다 합병 시너지가 더욱 크다는 것이다.
|
|
|
▲ 우샤오후이 안방보험그룹 회장. |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9일 “생명보험산업은 대수의법칙에 따른 규모의경제 효과가 절대적으로 나타난다”며 “안방보험그룹이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을 합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대수의법칙은 소규모 현상을 지켜봤을 때는 일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같은 현상의 표본집단을 대규모로 늘려 관찰할 경우 일정한 법칙을 찾을 수 있는 것을 뜻한다.
보험회사는 보험료와 보험금을 대수의법칙에 기초해 산정하기 때문에 총자산이 많을수록 이익을 안정적으로 내는 경향을 보인다.
생명보험회사의 총자산 기준 순위를 9월 기준으로 살펴보면 동양생명 8위(26조3천억 원), 알리안츠생명 11위(16조9천억 원)에 불과하지만 두 회사를 합치면 5위(43조2천억 원)로 뛰어오른다.
안방보험그룹은 홍콩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안방그룹홀딩스를 지주회사 격으로 두고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의 합병작업을 상대적으로 손쉽게 추진할 밑작업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안방그룹홀딩스는 동양생명에서 11월에 실시한 6246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2대 주주(33%)에 올랐다. 안방그룹홀딩스는 알리안츠생명의 100% 모기업이기도 하다.
안방보험그룹이 생명보험회사 2곳을 독자적으로 운영할 경우 합병할 때보다 시너지가 적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에서 생명보험회사 2곳을 자회사로 동시에 둔 사례가 전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양생명은 저축성보험, 알리안츠생명은 변액보험에 강해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이 적다. 방카슈랑스(은행 창구판매) 등 추가적인 영업망을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이 합병되면 새 보험회계기준(IFRS17)의 도입에 대비해 자기자본을 더 많이 늘려야 하지만 안방보험그룹의 막강한 자금력으로 상쇄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안방보험그룹의 주력회사인 중국 안방생명보험은 지난해 기준으로 총자산 166조 원을 보유했다. 안방보험그룹이 최근 2년 동안 인수합병에 쓴 돈만 21조 원에 이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동양생명이 경쟁 회사들과 달리 새 보험회계기준에서 매출로 잡히지 않는 저축성보험 판매에 주력하는 점도 안방보험그룹의 자금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라며 “동양생명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모기업의 지원의지도 커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알리안츠생명이 노사협약에서 직원들에게 3년 동안 고용보장을 약속한 점을 감안하면 동양생명과 단기간에 합병하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경우 안방보험그룹은 한동안 저축성보험 판매확대 등으로 알리안츠생명의 몸집을 불리면서 동양생명과 합병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알리안츠생명은 조만간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선임 등을 논의하는데 안방보험그룹 측 인사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