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 수준인 제20대 대선에 육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러한 흐름을 정권 심판 여론으로 해석하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은 본투표에서 '진짜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사전투표율이 지역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이면서 본투표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0일 충북 충주시 젊음의 거리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30일 21대 대선 사전투표율은 지난 20대 대선에 버금가는 수치를 기록했다.
이날 사전투표율은 34.74%로 집계됐다. 이번 대선 전국 유권자 4439만1871명 가운데 1542만3607명이 투표를 마쳤다. 2022년 20대 대선의 36.93% 대비 2.19%포인트 더 적다.
이번 대선 사전투표 둘째날이 금요일인 것과 달리, 지난 대선 둘째날인 2022년 3월5일은 토요일이었다.
대통령 선거에서 사전투표 제도는 19대 대선부터 도입됐다. 당시 최종 사전투표율은 26.06%였으며 본투표를 포함한 전체 투표율은 77.23%였다. 20대 대선에서는 사전투표율이 36.93%로 올랐으나 전체 투표율은 77.08%로 19대 대선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번 대선에서 사전투표율이 높게 나오자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내란 심판론'이 작동한 것으로 해석했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30일 서면 브리핑에서 "79.5%의 재외국민투표에 이어 21대 대선 사전투표 첫날 19.58%의 투표율로 완전한 내란 종식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보여줬다"며 "남은 사전투표와 6월3일 본투표에서 압도적인 국민의 의지를 보여달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역별 사전투표율을 보면 진보 지지세가 높은 광주·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경북(TK) 지역은 낮은 사전투표율을 보이고 있다.
이날 광주와 전남은 각각 52.12%와 56.50%로 집계됐다. 반면 대구와 경북은 각각 25.63%와 31.52%로 나타났다.
▲ 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둘째날인 30일 서울 서대문구 구 신촌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신촌동사전투표소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별도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호남의 높은 투표율은 '정권 심판 여론', 보수 지지세가 강한 TK의 낮은 투표율은 '사전투표 불신' 정서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서 사전투표에 대한 부정선거 의혹이 여전히 존재해 본투표에 몰리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30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부정선거 음모론도 영향이 있다고 본다. 보수 지지자들은 '본투표 하겠냐, 사전투표하겠냐' 이런 거 물어보면은 대략 한 70%가 '본투표하겠다'고 그런다"며 "어쨌든 영남 지역에 보수 지지자가 많다. 그렇다 보니 이렇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29일 경기 안산 문화광장 유세에선 "여러분, 투표하셨습니까"라고 묻는 김문수 후보의 질문에 단상 아래 지지자들이 "아니요", "부정선거다"라고 답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정치권 전반에서는 사전투표율이 높을수록 진보 정당에 유리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과거 높은 사전투표율을 보였던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전례가 많았고 진보층의 사전투표 선호도가 높았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지난 20대 대선은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34.69%)을 기록했음에도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20대 대선 당시에도 광주(48.27%)·전남(51.45%) 등에서 높은 사전투표율을 보인 반면 대구(33.91%)·경북(41.02%)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본투표가 진행되면서 대구(78.7%)·경북(78.0%)의 최종 투표율은 서울(77.9%)·경기(76.7%)와 광주(81.5%)·전남(81.1%)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왔다.
이에 국민의힘은 본투표에서의 반등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상황실장은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이 우세한 지역은 원래 본투표 비율이 더 높다"며 "사전투표율이 높은 이유는 아직 정확히 분석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은 TK의 보수 결집이 안 되길 바라겠지만 원래 본투표율이 높은 지역"이라며 "국민의힘에 압도적 지지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