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05-30 15: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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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븐일레븐이 ‘알짜 매장’ 집중에 더욱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은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세븐일레븐 뉴웨이브 오리진점. <코리아세븐>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편의점 업계가 수년간 달려온 외형 확장 중심의 성장이 제동에 걸리면서 이제는 전환의 시간에 접어들었다. 출점 경쟁 일변도였던 업계 흐름이 최근 ‘점포당 수익성 극대화’로 방향을 선회하는 분위기다.
특히 세븐일레븐은 3사(CU, GS25, 세븐일레븐) 가운데 가장 먼저 점포 효율화에 나서며 방향 전환의 신호탄을 쐈다. 출점 대신 알짜 매장에 집중하는 ‘양보다 질’ 전략을 밀어붙여온 가운데, 업황 부진이 더욱 심화되며 이러한 기조는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세븐일레븐의 점포수 축소에 더욱 속도가 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수년간 고매출 우량 입지 중심의 출점을 이어가는 한편, 비효율 점포는 선제적으로 정리해 왔다. 실질적으로 3사 가운데 점포수 증가세가 가장 먼저 둔화된 사업자로 본격적인 산업 정비 국면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븐일레븐은 2022년 미니스톱 인수한 이후 점포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점포수는 2022년 1만4265개에서 2023년 1만3130개, 2024년 1만2152개로 줄었다. 매년 1천 개 이상의 점포가 손에 쥔 모래처럼 사라지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점포수를 줄이는 대신 점포당 매출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특화 매장을 앞세운 차별화 전략으로 매장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뷰티·패션 전문 매장 동대문 던던점과 차세대 가맹점 모델하우스인 뉴웨이브 오리진점 등을 꼽을 수 있다.
실제 이러한 전략은 일부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뉴웨이브 오리진점의 매출은 일반 점포 대비 월등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즉석식품과 주류 등 주요 먹거리 카테고리는 물론 신선식품과 뷰티 품목에서도 뚜렷한 매출 격차가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흐름은 업계 전반의 수익성 저하가 누적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편의점 매출은 지난해보다 0.4% 줄었다.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3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4월 기준 편의점의 유통 업태별 매출 비중은 18.1%였으나, 올해 4월에는 16.8%로 떨어지며 온라인과의 격차도 더 벌어졌다.
편의점 3사의 전체 점포수도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GS25, CU, 세븐일레븐 등 주요 3사 편의점의 4월 전국 점포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간 지속된 출점 경쟁 속 업계 포화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실제 점포수가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순한 조정 국면이 아닌 실질적인 산업 정체기에 들어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 편의점 업계가 점포수 확대보다 점포당 매출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GS25의 프리미엄 플래그십 매장 도어투성수. < GS리테일 >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BGF리테일은 출점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GS리테일도 지난해보다 2.2% 늘었다”며 “순감 전환은 코리아세븐의 폐점 속도가 그만큼 빨라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1분기 약 270개 점포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며 외형 축소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편의점 업계는 점포수 확대를 통해 외형성장을 이뤄냈지만 수익성 악화라는 그림자도 함께 짙어졌다.
한때는 다점포 점주 중심의 출점 확대가 이어졌지만, 최근에는 신규 출점 자체에 신중해지는 분위기다. 낮은 수익성을 점포수 증가로 상쇄하던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편의점 3사 모두 수익성 측면에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BGF리테일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225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30.7% 감소했다. GS리테일 편의점 사업부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 172억 원으로 34.6% 줄었다. 코리아세븐은 지난해에 이어 수백억 원의 적자가 이어지며 뚜렷한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편의점 신규 출점 흐름은 한풀 꺾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점포수 성장세는 이미 후퇴기에 접어들었고, 실질적인 전략 전환과 매장 정비 흐름은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편의점 업계는 생활용품을 제외한 전 품목군이 부진해 소비경기 악화에 따른 영향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4월에는 점포 증가율마저 역성장하며 편의점 출점 둔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CU와 GS25 역시 ‘양보다 질’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실제 증권가에 따르면 GS25는 올해 1분기 점포수가 순감소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CU는 우량 점포 중심의 신규 출점과 중대형 매장 비중을 늘리며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함께 라면, 스낵, 뮤직 라이브러리, K푸드 특화 매장 등 새로운 콘셉트의 점포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특화형 편의점을 강화하고 있다.
GS25도 최근 무신사, 손앤박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해 차별화된 자체 브랜드 제품을 확대하며 점포당 매출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동시에 팝업 매장 ‘도어투성수’를 통해 브랜드 협업을 강화하며 고객층을 확대하고 있다. 2023년 11월 문을 연 도어투성수는 올해 4월 말 기준 누적 방문객 100만 명을 넘어섰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올해도 우량 입지 등 수익성이 높은 점포를 중심으로 출점 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객단가를 높일 수 있는 특화 매장 출점도 적극적으로 확대해 점포당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