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MG손해보험(MG손보)의 계약을 인수할 가교보험사 설립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가교보험사를 통한 첫 부실 정리 절차인 만큼 이번 사례가 향후 부실 보험사 정리 제도화의 ‘첫 시험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MG손해보험 정리가 가교보험사 설립으로 가닥이 잡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MG손해보험 본사. <연합뉴스> |
29일 MG손보 노동조합(노조)은 서울시 금융위원회 앞에서 가교보험사 설립을 반대하며 ‘전직원 총파업 선포 결의대회’를 열었다.
현장에서는 MG손보 직원 500여 명과 설계사 약 460명 등 근로자들의 고용승계 및 협의 요구가 이어졌다.
배영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MG손해보험지부 지부장은 “금융당국이 2022년 MG손해보험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한 뒤 3년 동안 손을 놓아 경영환경이 더 악화했다”며 “지급여력비율(K-ICS)이 3.4%까지 곤두박질쳤다”고 말했다.
이어 “MG손보 직원 일부도 노조와 협의 없이 가교보험사 설립 추진단에 일방적으로 발령을 냈다”고 주장했다.
부실금융기관 정리 주체인 예금보험공사(예보)는 앞서 23일 가교보험사 설립 추진과 보험업법상 최소자본금인 300억 원 출자를 의결했다. 같은 날 MG손보에서도 설립추진단을 발족했다.
예보는 28일 최종적으로 MG손보 계약을 인수받을 5개 손해보험사(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KB손해보험, 현대해상)와 가교보험사 공동경영협의회를 꾸리고 지배구조 기본 틀을 결정했다.
이처럼 가교보험사를 활용한 정리 절차가 본격화했음에도 노조는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메리츠화재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당시도 고용승계와 관련한 노조 반발 등에 결국 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한 바 있다.
이번 가교보험사 설립은 금융당국에서 확정한 상황인 만큼 큰 변동이 발생하진 않을 거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다만 향후 다른 부실 보험사가 발생했을 때도 비슷한 고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어떻게 갈등이 봉합될지에 주목한다.
가교보험사는 MG손보 계약을 5개 손해보험사로 이전하기 전까지 계약을 맡아 관리할 목적으로 세워지는 회사다. 일종의 임시 회사로 계약이전이 최종 완료되면 청산된다.
최종 계약이전을 위해서는 이전받는 보험사들이 MG손보 자산, 부채 관련 상세 실사를 거친 뒤 구체적 계약 배분 방식과 자금지원 기준을 결정하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각 보험사가 나눠 받는 계약이 결정돼도 전산 통합 등 실무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1차적으로 가교보험사에 모든 계약을 이전한다.
이는 MG손보 계약자 약 121만 명 보호를 최우선시한 결정으로 파악된다.
MG손보 계약을 보유한 소비자들은 다른 보험사로 계약이 완전히 이전되기 전에도 가교보험사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동일하게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예보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부실 저축은행이 다수 발생할 당시 ‘가교저축은행’을 설립해 운영한 바 있다. 보험사에서는 이번 MG손보 사례가 처음이다.
첫 사례인 만큼 MG손보가 어떻게 정리될지 보험업계 안팎 시선이 쏠리고 있다.
▲ MG손해보험 노조가 29일 서울 금융위원회 앞에서 ‘전직원 총파업 선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특히 MG손보 계약 인수 및 전산 통합 과정에서 보험사들에 발생하는 손실을 보상할 기준을 마련하는 것과 노조와의 갈등 해소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금리 인하와 손해율 악화 등으로 보험사들의 수익성과 자본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점에서도 시장에서 관심도가 높다.
최근 KDB생명이 회계상 완전자본잠식에 놓인 데다 중소형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K-ICS) 악화 등이 지적되며 추가 부실 보험사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도 28일 새 회계제도(IFRS17) 관련 간담회에서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취약 보험사를 대상으로 별도 관리를 강화해 리스크가 시장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선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번 MG손보 사례가 부실 보험사 정리의 제도적 모델로 자리 잡을지, 혹은 추가 부실 보험사 발생 시 어떻게 활용될지 관심이 모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이 국내 보험업계에서 IFRS17 도입 뒤 부실 보험사를 정리하는 첫 사례다”며 “이후 다른 부실 보험사가 발생하면 ‘벤치마킹’ 사례가 될 수 있을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