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금융 신흥국을 가다 프롤로그②] 캄보디아 금융시장의 매력, '달러라이제이션'과 '개방적 규제'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2025-05-29 12:00:00
확대축소
공유하기
<편집자주>
동남아시아의 캄보디아, 남아시아의 인도,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 아직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지 않지만 이들 국가는 K금융의 미래 아시아 영토로 평가된다. 이들의 어떤 점이 K금융에 매력적 요인으로 평가될까. 비즈니스포스트는 그곳에서 묵묵히 일하며, K금융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 위해 6월 캄보디아, 인도,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난다. 그 전, 프롤로그를 통해 이들 세 나라를 대략적으로 소개한다.
-프롤로그 글 싣는 순서 ① '제국의 추억' 좇는 세 나라, 캄보디아 인도 우즈베키스탄의 변신 ② 캄보디아 금융시장의 매력, '달러라이제이션'과 '개방적 규제'
③ 이제 막 깨어난 '경제 거인', 현대차 LG전자의 이유 있는 인도 증시 상장
④ 실크로드 중심지, '티무르제국' 우즈베키스탄을 국내 금융사가 눈여겨보는 이유
⑤ [인터뷰] 국제금융센터 최호상 전문위원
⑥ [인터뷰] 성동기 인하대학교 프런티어창의대학 교수
▲ 12세기 동남아시아 최대 강국 크메르제국 황제 수리야바르만 2세가 힌두교 신 비슈누에 봉헌한 앙코르와트는 세계에서 가장 큰 종교 건축물이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앙코르와트의 나라.
메콩강 서쪽, 인도차이나반도에 위치한 캄보디아는 600년 전 동남아시아 최대 강국 크메르제국의 영광을 간직한 국가다. 그러나 찬란한 역사는 추억이 됐다. 1970~1990년대 전쟁과 내전으로 국가의 금융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됐던 아픔도 품고 있다.
국가 화폐가 사라지고 금융망이 무너졌던 상흔은 남아있지만 캄보디아는 그럼에도 한국 금융사들에 ‘기회의 땅’으로 여겨진다.
달러화 경제를 주춧돌 삼아 해외 자본을 적극 수용하면서 금융시장 재건을 넘어 성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금융사들이 주목하는 신흥 시장, 캄보디아의 가능성은 무엇이고 리스크는 어디에 있을까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캄보디아는 전체 금융시장 자산의 92%를 은행이 차지하고 있고 전체 은행 자산의 62%는 외국계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달러라이제이션’을 바탕으로 현지 10대 은행 가운데 외국계은행이 7곳을 차지한다. 한국 KB금융지주의 현지법인 KB프라삭은행도 지난해 합병을 통해 상업은행으로 규모를 키우면서 캄보디아 은행시장에서 5위권 안에 진입했다.
달러라이제이션은 자국 통화 대신 미국 달러를 일상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내전과 전쟁을 겪은 뒤 국제 원조를 통해 경제를 재건할 수 있었다. 산업구조에서 관광업 비중이 높다. 달러 사용이 자연스럽게 확대된 이유다. 자국 통화인 리엘에 관한 신뢰가 무너졌던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있는 독립기념비에서 바라본 시내 고층빌딩들. <비즈니스포스트>
캄보디아에선 은행 대출과 예금, 금리정책 등도 달러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다른 해외시장과 비교해 환율 리스크를 덜 수 있는 데다 국제거래와 투자자 신뢰 확보 등에 유리한 영업환경은 캄보디아 금융시장의 '차별적' 매력이 됐다. 특히 외국계 금융사들에게 달러화 경제는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한국도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부터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JB금융, iM금융 등이 캄보디아에 법인과 사무소를 두고 있다. 유안타증권 등 증권사, KB국민카드, BNK캐피탈, iM캐피탈 등 여신사도 진출해있다.
캄보디아 정부의 적극적 디지털경제 활성화 정책도 한국 금융사들에 새로운 성장의 길을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중앙은행(NBC) 데이터에 따르면 캄보디아 금융시장은 최근 QR결제를 바탕으로 한 모바일뱅킹으로 전환이 두드러지고 있다.
캄보디아는 앞서 2020년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국가 주도 디지털화폐(CBDC) ‘바콩(Bakong)’을 도입했다. 바콩을 통한 결제·송금시스템은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경제 흐름을 타고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2024년 캄보디아중앙은행 ‘바콩’ 시스템을 통한 거래 및 결제건수는 6억800만 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과 비교해 334% 증가한 수치다.
바콩 거래금액은 183조 캄보디아 리엘(약 457억 달러)로 1년 사이 1276% 급증했다.
▲ 캄보디아우리은행 지점은 톤레삽 강이 바라보이는 프놈펜 왕궁 광장 앞 한 켠에도 자리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캄보디아 금융당국은 바콩을 토대로 한 디지털금융 시스템을 해외로도 넓혀가고 있다. 캄보디아중앙은행은 한국, 중국, 베트남, 태국, 라오스, 말레이시아, 일본 등과 크로스보더 결제서비스 확대 보폭을 넓히고 있다.
KB국민은행, JB금융지주, 우리은행 등도 2024년 크로스보더 결제서비스 관련 양해각서를 맺었다.
이밖에도 캄보디아 정부는 적극적 디지털전환 정책을 통해 핀테크, 이커머스시장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금융 플랫폼을 위한 사이버보안 강화, 금융정책과 시스템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 등을 통한 금융시장 선진화 의지도 보이고 있다.
안정적이고 선진화된 디지털금융 시스템과 플랫폼을 갖추고 있는 한국 금융사들이 현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캄보디아는 코로나19 이후 부동산, 건설 등을 중심으로 부실채권(NPL)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부실채권은 자산 건전성 리스크를 키울뿐 아니라 은행의 총자산이익률(ROA) 비율을 끌어내려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2024년 중반 기준 캄보디아 은행부문 부실채권비율은 6.8%, 소액대출 등 마이크로파이낸스부문 부실채권은 8.3% 수준이다. 2023년과 비교해 각각 1.4%포인트, 1.6%포인트 높아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S&P글로벌은 캄보디아 금융시장의 부실채권 비율이 2026년까지는 상승세를 보이면서 7%대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찌아 세레이 캄보디아 중앙은행 총재(중앙),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오른쪽 두번째), 이재근 KB국민은행장(오른쪽 첫번째), 옴쌈은 KB프라삭은행장(완쪽 두번째), 김현종 KB프라삭은행 부행장(왼쪽 첫번째)이 2024년 2월23일 캄보디아 프놈펜 소재 소피텔 호텔에서 열린 KB프라삭은행 그랜드오프닝 행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KB국민은행 >
캄보디아 금융시장의 성숙도가 낮은 만큼 이런 건전성부분의 취약성 여파는 더욱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동안은 건전성 관리 과제가 만만치 않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래도 국내 금융권과 시장 전문가들은 캄보디아의 잠재력을 바라본다.
유승원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캄보디아 금융시장은 아직 성장 초입 단계”라며 “부실채권 증가 등 리스크가 있지만 젊은 인구구조, 제조업 육성을 통한 사업구조 다각화 의지, 달러화 경제의 장점 등을 고려하면 분명히 성장할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는 전체 인구에서 노동가능인구(15~64세) 비중이 약 65%에 이른다. 유년인구 비중도 전체의 30% 수준으로 높다. 이른바 ‘젊은 인구’ 비중이 90%를 웃도는 국가인 셈이다.
경제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4년 캄보디아 경제성장률은 5.5% 수준으로 추정됐다. 캄보디아는 올해도 5.8~6%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시장도 마찬가지다. 캄보디아 은행대출 성장률을 2020~2023년 연 평균 18.6%를 보였다. 증권 등 자본시장은 아직 걸음마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의 여지가 무궁무진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종교 건축물, 캄보디아의 '심장'으로 불리는 앙코르와트는 해가 서서히 떠오르는 새벽의 모습이 제일 장관이라고 한다. 아직은 새벽인 캄보디아의 금융시장을 깨울 서광을 기대한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