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기자 heydayk@businesspost.co.kr2025-05-27 17: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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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한양행의 신약개발을 이끄는 김열홍 R&D 총괄사장(사진)에게 쏠리는 기대와 책임이 커지고 있다. <유한양행>
[비즈니스포스트] 유한양행의 신약개발을 이끄는 김열홍 R&D 총괄사장에게 쏠리는 기대와 책임이 커지고 있다.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국산 항암제로는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받고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지만 두 건의 굵직한 기술수출(라이선스아웃) 계약이 반환되며 아쉬움도 남겼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한양행은 R&D 투자 확대와 함께 김열홍 사장 아래 신약 개발의 중심 부서를 직속으로 배치하면서 전열 재정비에 나선 모습이다.
27일 유한양행에 따르면 올해 1월1일자로 RA(약물 인허가) 부서와 PV(약물감시) 부서를 김열홍 사장 직속으로 편제했다.
RA(의약품 인허가) 부서와 PV(약물감시) 부서는 신약 개발의 핵심 지원을 수행하는 부서다. RA가 국내외 규제 기관 대상으로 의약품의 시장 진입을 책임진다면, PV는 시판 후 안전성을 책임진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RA실과 PV실은 2025년 1월1일 임상의학본부 조직개편시 R&D총괄사장 직속으로 변경했다”며 “RA, PV 업무의 역할과 책임 강화를 위해 분리된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이어 “RA실과 PV실이 기존 임상의학본부 소속에서 R&D총괄사장 직속으로 변경됐지만 임상의학본부와 동격은 아니고 임상의학본부 내 임상개발실, 의학실 등과 동격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RA와 PV는 신약 개발의 각 단계(임상, 허가, 시판 후 관리)에서 전략적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부서다. 이들 부서를 R&D 총괄 직속으로 재편한 것은 신약개발 전주기에서 위상과 역할을 강화한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 유한양행은 김열홍 사장이 공식 석상에서 혁신 신약 후보로 언급한 MASH(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 치료제 ‘YH25724’를 포함해, 굵직한 기술수출 계약 2건이 잇따라 반환 통보를 받으면서 신약개발 성과가 절실한 시점에 놓였다.
유한양행은 2024년 10월, 2019년 길리어드사이언스에 기술수출한 대사질환 치료제(계약 규모 약 1조 원)의 계약 해지 및 권리 반환을 통보받은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베링거인겔하임에 2019년 기술수출한 ‘YH25724(계약 규모 약 1조1900억 원)’도 반환 통보를 받았다.
김 사장은 35년간 임상 현장을 지켜온 암 분야 권위자로, 보건복지부 지정 폐암·유방암·난소암 유전체 연구센터 소장을 비롯해,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암센터장, 대한암학회 이사장, 아시아암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2023년 유한양행에 합류한 이후 단독으로 R&D총괄해왔는데 이번 조직 개편에 따라 직속으로 22명의 석박사급 인재를 두게 됐다.
실제로 김 사장이 유한양행에 합류한 이후 R&D 전반의 위상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각각 중앙연구소장과 임상의학본부 부문장을 맡고 있던 오세웅 전무와 임효영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이영미 전 한미약품 전무를 R&BD 부사장으로 영입하면서 현재 연구개발조직 체제가 완성됐다.
재정적으로도 유한양행은 신약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연구개발비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1800억 원, 1944억 원, 2687억 원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도 10.1%, 10.5%, 13% 로 상승 추세다.
기술 도입, 지분 투자 등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에도 적극적이다. ‘렉라자’가 대표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성공 사례다. 렉라자는 오스코텍 자회사 제노스코에서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로 유한양행이 2015년 사들인 뒤 2018년 얀센에 기술수출했다. 유한양행과 제노스코는 렉라자 라이선스 수익도 각각 6:4로 나눠 갖고 있다.
또한 2022년부터는 해마다 ‘유한 이노베이션 데이(YIP)’를 열면서 산학협력 기반 기초연구도 강화하고 있다. 가능성 있는 연구에 대해서는 후속 지원을 이어가고 있으며 현재까지 8개 과제 후속연구가 이뤄졌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YIP 과제 가운데 발전 가능성이 있는 연구 과제들은 후속 연구 지원을 하고 있다”며 “아직 상업화나 임상 개발 계약 단계까지 진척된 과제는 없다”고 언급했다.
▲ 유한양행은 신약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유한양행이 이처럼 신약개발에 힘을 싣는 이유는 낮은 수익성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제약사 최초로 연결기준 연매출 2조 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이익률은 2022년 2.6%, 2023년 3.0%, 2024년 2%대에 머물고 있다.
2021년 국내에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허가받은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해외 제품명: 라즈클루즈)는 2024년 미국 출시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지만 실적 기여도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제2, 제3의 렉라자 탄생에 주목하는 이유다.
이선경 SK증권 연구원은 “1분기 얀센이 발표한 미국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매출은 1억1300만 달러(약 1600억 원)로 견조했으나 1분기 유한양행에 인식된 라이선스 수익은 40억 원에 불과했다”며 “현재 시장에서는 레이저티닙에 대한 실망과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렉라자 출시 국가 확대에 따른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매출과 로열티 수익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선경 연구원은 “2분기 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의 일본 출시, 3분기 유럽 출시가 예정됐다”며 “권역 확장과 미국 내 처방 증가 등을 고려하면 2025년 유한양행의 라이선스 수익은 총 869억 원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