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에도 스마트폰 관세 부과를 언급한 것은 애플의 미국 내 투자를 압박하는 데 필요한 당위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애플에 이어 삼성전자에도 미국 내 생산공장 건설을 사실상 압박한 것은 여론을 고려한 발언에 불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이 미국에 아이폰 제조설비를 구축하기 어려운 여러 이유가 삼성전자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만큼 이는 현실성이 낮은 시나리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투자전문지 더스트리트는 2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아이폰 공장 건설을 재차 압박하고 있다”며 “수많은 전문가들은 이를 잘못된 방향이라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이 중국과 인도에서 아이폰을 제조해 미국에 수출하는 점을 두고 여러 차례에 걸쳐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 왔다.
이번 정부에서 애플을 향한 압박은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가 결정되며 정책으로 구체화됐다. 다른 국가에서 생산되는 아이폰에도 25% 관세 부과가 예정됐다.
트럼프 정부의 요구는 애플이 관세를 피하려면 아이폰을 비롯한 주요 제품 생산공장을 미국에 건설해야 한다는 분명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방법이라는 데 증권사 및 조사기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노림수를 두고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애플이 미국 내 인공지능(AI) 산업 발전 정책에 더 크게 기여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트럼프 정부가 해외에서 제조되는 아이폰 관세 부과를 협상카드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더스트리트는 “애플은 4년에 걸쳐 미국에 5천억 달러(약 685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뚜렷이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증권사 웨드부시는 보고서를 내고 “애플이 미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하는 것은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일”이라며 “판매가 불가능한 수준의 가격을 매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부품 공급망 부재와 전문인력 부족 등 여러 문제를 고려한다면 경제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나아가 애플의 스마트폰 경쟁사인 삼성전자도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다면 관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최근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삼성전자 등 다른 업체도 미국 이외 지역에 공장을 운영하는 만큼 애플에만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6월 말부터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계획을 언급한 것이다.
이는 애플 아이폰 미국 생산 압박을 향한 전문가들의 지적 및 여론 악화에 응답하는 대응책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애플 연구개발 설비. |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투자자로 꼽히는 스펜서 하키미안 톨루캐피털매니지먼트 CEO는 24일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 정부 정책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했다.
애플과 삼성전자 모두 다른 국가에서 스마트폰을 제조해 미국에서 판매하는데 아이폰은 25%, 갤럭시 스마트폰에는 10% 관세가 붙는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미국 정부가 사실상 애플이 아닌 외국 기업에 15%의 가격 혜택을 주고 있는 셈이라며 이는 미국의 국익과 상반되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비판이 제기된 날에 곧바로 삼성전자를 향한 관세 부과 계획을 언급했다.
수입관세를 앞세워 애플을 압박하는 전략에 이러한 모순이 있다는 여론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제조사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삼성전자 역시 애플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어 미국에 스마트폰 공장을 건설하고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카메라를 비롯한 다수의 주요 부품은 한국 및 아시아에 위치한 계열사 또는 협력사 공장에서 대부분 생산되기 때문이다.
생산을 담당할 현지 인력의 전문성과 공장 건설에 걸리는 비용 및 시간, 공급망 구축 등 다른 문제도 애플과 삼성전자에 비슷하게 자리잡게 될 공산이 크다.
더스트리트는 “애플의 아이폰 관세 문제는 곧 삼성전자에도 비슷한 고민거리가 될 것”이라며 “대부분의 갤럭시 스마트폰이 인도나 베트남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결국 삼성전자를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생산 압박도 다른 목적을 고려한 협상 수단에 그치거나 단순히 여론을 의식한 발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을 압박하는 협상 전략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비판이 계속된다면 이를 밀어붙이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더스트리트는 “애플과 삼성전자의 미국 내 제조공장 건설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마무리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