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기자 heydayk@businesspost.co.kr2025-05-23 16:5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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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 접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첫 RSV 백신이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다 RSV 접종 확대가 대선 공약으로도 언급됐다.
다만 영유아 대상 RSV 예방 항체 주사는 백신으로 분류되지 않아 질병코드가 부여되지 않고 있다. 접종 지원 확대를 논하기에 앞서 제도적 보완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RSV 예방 항체주사 '베이포투스'(왼쪽)와 국내 첫 RSV 백신 '아렉스비'(오른쪽)< 사노피, GSK >
2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RSV 예방 접종 가능 대상이 크게 확대됐다.
RSV는 전염성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로, 해마다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약 5개월 동안 유행한다. 일반적으로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며 대부분의 사람은 1~2주 안에 회복되지만, 영유아와 고령층에게는 폐렴·기관지염 등 치명적 호흡기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RSV로 입원한 환자는 21주차 누적으로 3928명(2024년 8976명)에 이른다.
RSV는 치료제가 없어 백신이나 예방 항체 주사를 통한 예방이 핵심 대응 수단이다.
영국 제약사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아렉스비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허가받은 RSV 백신이다. 2024년 12월 60세 이상 성인 대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허가를 받았으며, 6월 국내 출시 예정이다.
앞서 2월에는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가 개발한 신생아 및 영아 대상 예방 항체 주사 '베이포투스'가 출시됐다. 신생아와 영아는 면역 체계가 미숙해 RSV에 대항할 만큼 충분한 항체를 스스로 만들기 어렵다. 이 때문에 바이러스를 주입해 면역을 유도하지 않고 완성된 항체를 직접 투여한다.
베이포투스는 기존 예방 항체 주사인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시나지스’보다 접종 대상이 넓어졌다. 고위험군 뿐 아니라 건강한 영유아도 접종 가능하다.
▲ RSV 예방 항체주사 '시나지스'. <아스트라제네카>
시나지스는 접종 대상이 미숙아 및 선전성 심장 질환 등을 앓는 고위험군에 한정됐다. 접종 허가 대상은 △재태 기간 35주 이하로 태어나 RSV 유행 계절 시작 시점에 생후 6개월 이하인 소아 △ 최근 6개월 이내에 기관지 폐이형성증 치료가 필요했던 만 2세 이하의 소아 △혈류역학적으로 유의한 선천성 심장 질환이 있는 만 2세 이하의 소아로 제한된다.
그 가운데 △RSV 유행 계절(10월~3월) 시작 시점에 생후 6개월 이하의 소아 중 △당해 4월 1일 이후 출생이면서 재태기간 32주 미만(31주+6일)으로 태어난 소아 △당해 RSV 계절(10월~3월) 출생이면서 재태기간 36주 미만(35주+6일)으로 태어난 소아 대상으로만 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반면 베이포투스는 생후 첫번째 RSV 계절을 맞은 모든 신생아 및 영아, 두 번째 RSV 계절 동안 중증 RSV 질환에 대한 위험이 높은 생후 24개월 이하의 소아에게 투여할 수 있다. 출생 후 2년 이내에 거의 모든 어린이가 첫 감염을 경험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모든 신생아 영유아가 접종 대상에 해당한다.
약효 지속과 비용 측면에서도 기존 제품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나지스(비급여 기준 1회 접종 100만 원)는 RSV 유행이 시작되는 계절인 10월부터 3월까지 기존 월 1회씩 5회 투여해야 했지만 베이포투스(1회 접종 60~70만 원)는 1회 접종하면 5개월 동안 효과가 지속된다.
국내에 RSV 백신이 처음 도입되고 편의성과 효과가 입증된 예방 항체 주사가 출시됐고 RSV 백신 국가 접종 확대 논의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이번 대선 공약인 ‘예방접종 국가 지원 확대’에 영유아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를 포함시켰다. 질병관리청도 지난해 10월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종합감사 서면질의에서 “RSV 백신의 국내 허가에 대비해 국가예방접종 도입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유아용 '예방 항체 주사'는 현재 체계에서는 백신으로 인정받지 못해 건강보험 청구 및 보험금 지급의 기초가 되는 질병코드 발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국가예방접종을 추진하려고 해도 질병코드 부여 단계부터 막힐 수 있다"며 "예방 항체주사도 효과와 실제 활용 방식은 백신과 다를 바 없고 현행 법령에도 ‘백신’이 아닌 ‘예방 의약품’으로 규정돼 있는데 예방 항체 주사도 예방 의약품으로 인정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식약처와 질병청 모두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형식에만 얽매이는 점이 아쉽다”며 “제도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