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05-22 15: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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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회 대한민국 패키징 대전’에서 산업부장관상을 받은 연우 ‘에코 업앤다운’ 용기(왼쪽)와 ‘2025 대한민국 패키징 대전 코리아스타 어워즈’에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상을 수상한 코스맥스네오 ‘모션 다이얼 립’ 용기. <한국콜마, 코스맥스>
[비즈니스포스트] 화장품 용기 시장에 조용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대형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들이 패키징 공정까지 본격적으로 챙기기 시작하면서 외부 공급사인 펌텍코리아의 성장 전망에도 신중한 시선이 쏠리고 있다.
펌텍코리아는 독자적 기술력과 안정적 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화장품 용기업계 1위 자리를 지켜왔으나 대형 고객사가 ‘용기 내재화’에 속도를 내면서 점유율 방어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각각 자회사 연우, 코스맥스네오를 통해 용기 설계부터 충전, 포장까지 전 공정을 강화하며 수직계열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2일 화장품 ODM 업계에 따르면 인디 브랜드를 중심으로 K-뷰티가 확산되며 용기 사업의 전략적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제품 차별화와 고객사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자체 패키징 역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앤컴퍼니에 따르면 전 세계 화장품 용기 시장 규모는 2022년 430억 달러에서 2027년 59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국내에서도 한국콜마의 자회사 연우, 코스맥스의 자회사 코스맥스네오 등이 대표적 용기 내재화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물론 업계 1위 자리는 여전히 펌텍코리아가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한때 한국콜마 인수 전까지 업계 선두를 달리던 연우는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회복까지 시간이 더 필요한 상태다.
연우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일부 대형 고객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탓에 고객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1년 299억 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2022년 13억 원으로 급감했고, 2023년에는 적자로 전환됐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9억 원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과거 실적과의 격차는 엄연히 크다.
이에 한국콜마는 연우의 실적 회복을 위해 인디 브랜드 수주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연우는 대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하며 인디 브랜드에 특화된 ‘프리몰드’ 생산 체제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콜마가 연우의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올해부터 본격 인디 브랜드 수주 확대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며 “모기업 한국콜마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안정적인 만큼 자회사에 대한 투자 여력도 충분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코스맥스 역시 화장품 용기 내재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단순한 생산이 아니라 ‘기술력’과 ‘차별성’을 앞세워 승부수를 던진 모습이 포착된다.
코스맥스네오가 자체 개발한 ‘모션 다이얼 립’, ‘셰이크 립’ 등 혁신 용기는 국내외 패키징 어워드에서 잇달아 수상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기존 ODM 틀을 넘어서 패키징 자체를 브랜드화하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 펌텍코리아의 펌프 조립기(왼쪽)과 용기 조립기. <펌텍코리아 홈페이지 갈무리>
실적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맥스네오는 지난해 매출 879억 원, 영업이익 67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보다 매출은 47.2%, 영업이익은 103.0% 급증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249억 원, 순이익 19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각각 22.1%, 46.2% 증가하며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올해 패키지 사이언스 연구소(PS랩)를 신설하는 등 패키지 연구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며 “글로벌 화장품 시장 내 친환경 패키징 및 다양한 혁신 제형 출시 증가 수요에 발맞춰 화장품 용기 연구 개발 기술력을 보다 고도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펌텍코리아는 한발 앞서 인디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며 경쟁력을 쌓아왔다. 자체 금형 기술과 디자인 역량을 바탕으로 다양한 인디 브랜드 수주에 강점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이를 증명하듯 톱10 고객사 매출 비중이 37%에 그치며 특정 브랜드에 치우치지 않는 유연한 고객 구조를 확보해둔 상태다.
이러한 강점은 실적으로도 연결되고 있다. 펌텍코리아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917억 원, 영업이익 134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9.3%, 영업이익은 31.3% 증가하며 분기 최대 실적 달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시장 판도에 변화의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대형 ODM 기업들이 잇따라 수직계열화에 속도를 내며, 펌텍코리아의 ‘1위 독주’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펌텍코리아도 마냥 손을 놓고 있진 않다. 글로벌 브랜드 수주 확대에 주력하며 내수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펌텍코리아의 지난해 수출 비중은 21%로 다소 낮은 수준이나 올해 하반기 미국 뉴욕에 영업사무소를 열고 본격적인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다.
생산능력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펌텍코리아는 지난 4월30일 본사 인근 부지를 매입해 내년 2월 준공을 목표로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오는 10월 가동 예정인 제4공장에 이어 추가 증설까지 더해지면 실적 향상 여력이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ODM들이 용기 공정까지 손에 쥐기 시작하면서 원가 절감과 납기 단축 측면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표 ODM 기업들이 인디 브랜드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펌텍코리아도 글로벌 브랜드를 중심으로 새로운 핵심 거래처를 확보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