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5-05-2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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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미국이 주요 교역국 화폐 평가절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환율 전쟁이 본격화될 태세다. 미국과 중국간 90일간 상호관세 유예 기간이 끝나면 협상 이슈가 환율로 옮겨갈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0%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 속에 원화 절상의 그림자가 더해질 경우 경기침체는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플라자 합의에 따른 엔화 절상 후유증으로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30년’ 굴레에 빠지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미국의 약달러 정책 가능성으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 수출 경쟁력을 짚어보고, 국내 기업들의 대응책을 살펴본다.
21일 전력업계와 증권업계 안팎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과 유가가 연초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형성되면서 올해 한전이 꾸준히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1분기 평균 1454원을 기록한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일 처음으로 1300원대(1382원)로 내렸고 이후 1400원을 기준으로 위아래로 횡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졌던 고환율 기조가 꺾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7월 배럴당 최고 87달러대까지 높아졌던 브렌트유 역시 올해 초까지 80달러 초반에 머물다가 그 뒤 전반적 하락 국면을 맞이했다.
미국-이란의 핵 협상, 러시아-우크라이나의 휴전 협상 등이 가시화한 4월부터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45달러 아래로 낮아졌다.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에서 원유나 천연가스 등에 기반한 자원 수입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원/달러 환율과 유가는 한전 수익성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전력도매가격(SMP)에 3~5개월 사이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전력도매가격은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일 때 적용되는 가격을 의미한다. 한전 입장에서는 전력도매가격이 낮을수록 원가가 저렴해져 수익성이 높아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대에서 저공비행할 것이란 관측이 많은 가운데 원달러 환율 역시 미국이 주요 무역 상대국의 통화 절상 압박 움직임을 지속하며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과 일본의 무역협상을 앞두고 이 과정에서 엔화 절상 이슈가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한국을 놓고도 원화 절상 압박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철 사장에게는 이런 환율과 유가의 동반 하향 안정화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지난 1분기 한전이 7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내는 성적표를 받아 든 가운데 올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 달성 가능성을 점점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24조2240억 원, 영업이익 3조7536억 원, 순이익 2조3617억 원의 호실적을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4.0%, 영업이익은 188.9%, 순이익은 296.3% 급증한 수치다.
지난해 1분기 kWh(킬로와트시)당 131.1원을 보였던 전력도매가격은 올해 1분기 115.6원으로 떨어졌다. 한전의 1분기 연료비는 5조10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1조 원 이상, 구입전력비는 8조7568억 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4천억 원 넘게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하나증권은 올해 한전이 연결기준 영업이익 13조1333억 원으로 거둘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원달러 환율을 1450원으로 가정한 예측치다. 환율 추가 하락에 따라 이익 확대를 바라볼 수 있는 셈이다.
한전의 실적을 두고 김 사장의 최대 관심사는 실적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기요금 인상 여부다.
다만 조기 대선 국면과 겹쳐 올해에는 상반기를 넘어 하반기에도 전기요금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런 만큼 환율 및 유가는 전기요금 인상 없이도 한전의 핵심 과제인 재무 문제를 풀어낼 열쇠로 꼽힌다.
한전의 1분기 연결기준 부채총계는 206조8020억 원에 이르렀다. 2022년 말 192조8047억 원으로 전년보다 45조 이상 크게 뛴 뒤 지속해서 부채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회사채 등을 통한 차입 규모가 130조 원을 웃돌아 이자로만 매년 수조 원이 흘러나가고 있다.
▲ 한국전력공사의 2025년 1분기 말 연결기준 부채총계는 206조 원을 웃돌았다.
한전의 총차입금은 2022년 말 기준 124조7685억 원으로 100조 원을 넘어선 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36조2329억 원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전의 연결기준 이자비용은 2022년 2조8185억 원에서 지난해 4조6651억 원까지 2년 사이 65.5% 급증했다. 지난해 이자비용은 연결기준 순이익 3조6220억 원을 상회하는 규모다. 한전은 올해 1분기에도 여전히 1조1171억 원에 이르는 이자비용을 지불했다.
현재처럼 환율과 유가 안정화를 통해 이익이 개선된다면 김 사장으로서는 전기요금 인상에 기대지 않고 누적된 부채를 해소하면서 비용 지출을 축소하는 구조를 갖출 수 있게 된다.
최근 금리인하 기조가 뚜렷한 점도 김 사장의 어깨를 가볍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세 차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낮춰 현재 2.75%까지 조정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가 2.25%로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자율이 0.5% 하락한다는 가정 아래 한전은 2천억 원 이상의 이자비용 감소 효과를 보는 것으로 추산된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한전의 자생력 검증의 해가 될 것”이라며 “전반적 에너지 가격의 안정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전의 영업이익이 13조 원대까지 올라온다면 전기요금 인상에 매달리지 않고 회사의 정상화를 그려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전은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재무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전력구입비 절감을 비롯한 다양한 제도개선 방안을 정부와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환율 및 국제 연료가격 변동 등 대외 불확실성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