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기자 heydayk@businesspost.co.kr2025-05-21 17: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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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식 에스디바이오센서 이사회 의장(사진)은 해외 진단기기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재무 부담이 커져 자산 매각에까지 나섰다.
[비즈니스포스트] 에스디바이오센서가 공격적 인수합병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조영식 에스디바이오센서 이사회 의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해외 진단기기 업체를 적극적으로 인수하며 글로벌 유통망 구축에 힘썼다. 하지만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2조 원대 빅딜을 강행한 대가로 재무적 부담이 커졌고 자산 매각에까지 이른 것으로 보인다.
21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스디바이오센서의 현금성 자산이 빠르게 줄고 있다. 에스디바이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2022년 1조8729억 원, 2023년 4823억 원, 2024년 1774억 원, 2025년 3월 말 기준 1289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에스디바이오센서는 현금 유동성 확보와 미래 사업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20일 성남시 분당구 빌딩을 1천억 원에 캡스톤자산운용에 매각하기로 했다.
급격히 줄어드는 여유자금 여력을 보완하기 위해 유형자산 처분에도 나섰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20일 1천억 원에 분당 빌딩을 캡스톤자산운용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목적은 현금유동성 확보 및 미래 신규 사업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는 조영식 의장의 공격적 인수 전략의 후폭풍으로 해석된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요 증가에 힘입어 단기간 조 단위 매출을 냈다. 2019년 연결기준 매출 729억 원, 영업이익 15억 원을 내던 회사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누적으로 매출 7조5481억 원, 영업이익 3조2726억 원을 벌어들였다.
다만 시장에서는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에도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이어졌다. 이에 조 의장은 코로나19 진단키트 판매로 벌어들인 자금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해외 진단기기 업체 인수에 뛰어들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2021년 브라질 진단기기 기업 ‘에코 다이그노스티카’를 474억 원에 인수했다.
▲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코로나19 진단키트 판매로 벌어들인 자금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해외 진단기기 기업 인수에 뛰어들었다.
2022년에는 독일 체외진단 유통사 ‘베스트비온’을 161억 원에, 이탈리아 유통사 ‘리랩’을 619억 원에 각각 인수했다. 2023년 미국 진단기업 ‘메리디안’을 약 2조 원, 파나마의 체외진단 유통사 ‘미래로’를 113억 원에 사들였다.
그 결과 에스디바이오센서는 현재 10개 나라에서 직판 체계를 구축했다. 동시에 차입금 부담도 커졌다. 2022년 말 5억9743만 원 수준이었던 차입금 규모는 2023년 말 4116억 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는 3483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메리디안 인수는 2조 원대(15억 달러) 대형 거래였다. 당초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인수금융으로 5억 달러를 조달하고 나머지 10억 달러에 대해서는 특수목적법인 콜롬버스홀딩스를 설립(에스디바이오센서가 60%, 사모펀드 운영사 SJL파트너스가 40% 출자)한 후 메리디안을 인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SJL파트너스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지분 전량을 우선 감당하게 됐고 자금 부담 규모가 커졌다. 이에 에스디바이오센서는 2023년 6월 유상증자로 3104억 원을 조달하고 이 가운데 2582억 원을 인수금융 차입금 상환에 사용했다.
인수에 들인 돈이 상당한 만큼 조 의장이 기대하는 효과도 컸다. 조 의장은 메리디안을 인수할 당시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연구개발능력과 대량생산 노하구, 메리디안의 북미 영업망과 FDA 인허가 능력을 결합해 글로벌 현장진단시장에서 TOP3가 되겠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메리디안을 비롯한 인수 자회사들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메리디안 매출은 3389억 원으로 에스디바이오센서 별도기준 매출(2757억 원)보다 높다. 다만 무형자산 상각비 등이 반영된 탓에 영업손실(363억 원)을 내면서 전체 실적에는 악영향을 미쳤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별도기준으로는 47억 원의 흑자를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연결기준 적자에 가려졌다.
다른 자회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에스디바이오센서 자회사들의 경영 실적을 살펴보면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파나마 법인 등만 흑자를 냈다. 인도 법인(-21억 원), 독일 법인(-18억 원), 스페인 법인(-17억 원) 인니 판매, 상해법인은 (-2억 원)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국내를 비롯해 브라질, 이탈리아, 파나마 법인에서만 흑자를 냈다.
물론 에스디바이오센서의 부채비율은 올해 3월 말 기준 33.5%로 아주 낮은 수준이지만 2023년 2481억 원, 2024년 541억 원의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어 차입금이나 추가 투자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회복이 뒤따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