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애 기자 grape@businesspost.co.kr2025-05-21 16:5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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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DL케미칼이 2조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인수한 해외 자회사들의 실적이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김종현 DL케미칼 대표이사 겸 DL 대표이사 부회장은 고부가가치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해외 자회사들의 체질을 개선해 성장성을 높이는데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 김종현 DL케미칼 대표이사 겸 DL 대표이사 부회장은 해외 자회사인 크레이튼과 카리플렉스의 역량 확보를 위해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 DL케미칼 >
22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전반적 업황 악화 속에서도 DL케미칼은 1분기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DL케미칼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2229억 원, 영업이익 518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비슷하지만 영업이익은 56.03% 줄었다.
영업이익이 후퇴했지만 주요 석유화학기업들이 기업들이 대규모 영업적자를 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선방한 셈이다.
다만 김 부회장으로서는 주요 해외 자회사들의 실적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한 점이 아쉬울 것으로 보인다.
DL케미칼의 주요 해외 자회사인 크레이튼에서는 1분기 매출 6897억 원, 영업이익 33억 원을 기록했다.
크레이튼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을 거뒀는데 1분기에는 흑자로 전환하면서 한숨 돌렸다. 하지만 DL케미칼의 연결 매출에서는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영업이익은 단 6% 수준에 머물렀다.
DL케미칼이 크레이튼 인수에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한 것을 고려하면 미미한 실적으로 볼 수 있다.
DL케미칼은 2020년에 5억3천만 달러(약 6200억 원)에 크레이튼의 합성고무 자회사인 카리플렉스 사업부를 먼저 인수했다. 이후 DL케미칼은 2022년 크레이튼 회사 전체(지분 100%)를 16억 달러(약 1조9천억 원)에 매입했다.
크레이튼은 소나무 화학 물질에서 추출한 특수 폴리머 및 고부가가치 바이오 기반 제품을 생산하는 미국 석유화학기업이다. DL케미칼에게는 미국을 포함한 해외 시장 및 친환경 분야의 고부가가치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
김 부회장은 크레이튼 매입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했는데 DL케미칼이 1조 원을 넘게 들여 크레이튼을 매입한 만큼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승자의 저주'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했다. 큰 돈을 들여 인수합병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DL케미칼은 크레이튼 매입으로 재무적 부담을 겪고 있다. DL케미칼의 부채비율은 2021년 78%에서 2022년 228%로 뛰었다. 올해 1분기 DL케미칼의 부채비율은 350%까지 올랐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2022년 3월 DL케미칼의 미국 크레이튼 인수로 석유화학 사업기반이 확대된 반면 차입규모는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DL케미칼이 크레이튼과 함께 사들인 카리플렉스는 높은 영업이익률로 DL케미칼의 기대를 받고 있지만 매출은 아직 소규모 수준이다.
카리플렉스는 고부가가치인 폴리이소프렌(Polyisoprene) 수술용 장갑 등을 생산하는 의료용 합성고무 시장의 세계 최대의 제조기업이다.
카리플렉스는 올해 1분기 매출 539억 원, 영업이익 91억 원을 거뒀다. 작은 매출이지만 영업이익률은 석유화학업계 상위 수준인 16%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카리플렉스의 영업이익률은 2023년 2023년 21.4%에서 2024년 19.8%로 소폭 낮아지고 있다.
김 부회장은 크레이튼과 카리플렉스의 성장 가시화를 위해 올해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 카리플렉스 싱가포르 전경. < DL케미칼 >
크레이튼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조직을 쇄신하고 있다. 올해 폴리머 사업 부문장에 카리플렉스 대표 프라카쉬 콜루리(Prakash Kolluri)를 임명했다.
콜루리 부문장은 "크레이튼은 폴리머 솔루션 분야에서 풍부한 혁신의 역사를 보유하고 있다"며 "유능한 팀과 함께 성장 속도를 높이고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며 세계 고객들에 가치를 제공하는 데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카리플렉스는 최근 싱가폴에 세계 최대 규모의 폴리이소프렌 라텍스 공장을 준공하며 생산 능력을 더욱 확대했다. DL케미칼이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석유화학 업황 반등 기회를 맞기 위해 카리플렉스를 더욱 키우는 것이다.
DL케미칼은 카리플렉스 신공장이 주요 고객사의 생산시설이 집중된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만큼 제품 공급 측면과 시너지 창출에서 장점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L케미칼에서는 카리플렉스가 올해 2분기부터 싱가포르 신공장에서 생산되는 주요 제품 승인이 완료되면서 매출도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도 카리플렉스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카리플렉스의 글로벌 라텍스 생산 능력은 50% 이상 증가하며 세계 1위 시장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라며 "다만 일본 업체와의 임가공 계약 종료로 인해 싱가포르 공장 신설에 따른 매출 증가는 예상보다 크지 않지만 이익율은 약 10%p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DL케미칼 관계자는 "DL케미칼은 크레이튼, 카리플렉스 등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의 다변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앞으로 각 포트폴리오 간 시너지를 통해 어려운 업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