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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레시피] '마더' '파과' '카산드라', '엄마'의 여러 얼굴들

이현경 muninare@empas.com 2025-05-21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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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레시피] '마더' '파과' '카산드라', '엄마'의 여러 얼굴들
▲ 아이는 무수히 많은 엄마의 얼굴을 발견하면서 성장한다. 영화 '파과'의 한 장면. <네이버 영화>
[비즈니스포스트] ‘엄마’는 말을 배우는 아이가 처음으로 내는 발음이다. 그리고 인간이 그리워하는 영원한 대상이다.

하지만 대중서사에 묘사된 엄마의 모습이 따뜻하고 희생적인 것만은 아니다.

동화에 나오는 못된 계모가 실은 엄마가 갖고 있는 포악한 이면을 형상화한 인물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장화, 홍련>(김지운, 2003)은 나쁜 계모가 등장하는 대표적인 설화를 모티프로 가져와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익숙한 서사를 비튼 반전으로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한 작품으로 흥행 성적도 좋았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2009)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엄마’나 ‘어머니’가 아니라 ‘마더’라는 단어를 고른 이유가 있다. 마더는 엄마와 어머니라는 뜻의 영어 단어다. 즉, 마더는 엄마라는 의미를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외국어가 주는 낯선 느낌을 갖게 만든다.

<마더>의 엄마(김혜자)는 지적장애가 있는 아들 도준(원빈)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살인을 수습하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닌다.

겉보기에는 마냥 희생적으로 보이는 엄마지만 알고 보면 어린 도준에게 농약이 든 음료를 먹였던 수상한 과거가 있다. 엄마라는 존재의 어둡고 기이한 면모를 묘파한 작품이다.

<파과>(민규동, 2025)는 60대 킬러 ‘조각’(이혜영)과 젊은 킬러 ‘투우’(김성철)의 관계를 통해 엄마라는 존재의 정신분석학적인 의미를 추적하고 있다.

영화는 ‘조각’이 킬러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오갈 데 없이 맨발로 거리를 헤매던 10대 소녀는 킬러 ‘류’(김무열)의 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지내다 ‘류’의 정체를 알게 된다.

소녀는 킬러로 키워지게 되고 스승인 ‘류’가 살해되자 그를 대신해 청부살인업체인 ‘신성방역’을 이끌어 간다. ‘조각’은 그렇게 몇 십 년 동안 냉철한 킬러로 일하며 전설적인 존재가 된다. 

아무에게도 곁을 주지 않는 원칙을 지키며 살아 왔던 조각은 두 인물 때문에 인생 처음으로 흔들리게 된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동물병원 원장 강 선생(연우진)과 신성방역에 새로 들어온 투우가 그들이다.

강 선생은 조각이 주차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강아지 때문에 인연을 맺게 된다. 부상당한 작은 강아지를 차마 그냥 둘 수 없어 동물병원에 데려갔다가 결국 집에 들이게 된 것이다.

갈 곳 없는 불쌍한 강아지는 투우와 이미지가 겹친다. 사실 투우는 조각을 만나기 위해 20년 동안 준비한 끝에 신성방역에 합류할 수 있었다. 

젊은 시절 조각은 제거 대상인 사업가의 집에 가사도우미로 위장해서 잠시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외롭게 지내던 중학생 투우는 조각에게서 엄마라는 존재를 느낀다.

일찍 엄마를 여읜 투우는 함께 게임을 하고 먹을 것을 챙겨주는 조각에게 정이 들지만 조각이 아버지를 살해하는 현장을 마주치게 된다. 거실 유리문을 열고 사라지는 조각의 뒷모습을 잊을 수 없던 투우는 그 장면은 매일 그림으로 그리며 성장한다.

표면적으로는 아버지를 살해한 원수를 찾아 복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투우가 조각을 찾아 헤맨 이유는 따로 있다. 

조각과 투우의 마지막 결전 장소는 놀이 공원이다. 오래 전 문을 닫은 놀이 공원에서 둘은 서로를 죽이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이어간다.

마지막 순간 조각은 투우를 알아본다. 투우는 함께 놀이 공원에 가기로 한 어린 시절 약속을 지키지 않은 조각을 원망한다. <파과>가 흥미로운 지점은 일반적인 복수극이 아니기 때문이다. 투우에게 아버지의 복수는 표피일 뿐이고 실상은 ‘엄마’를 찾는 여정이 본질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카산드라>(2025)는 엄마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SF 스릴러다. 6부작 독일 드라마 <카산드라>도 1970년대에서 시작해 현재까지 스토리가 이어진다.

힘든 일을 겪은 가족이 한적한 시골 마을로 이사를 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1970년대 지어진 최초의 스마트 홈 시스템이 구비된 집에는 ‘카산드라’라는 가사도우미 AI 로봇이 있다. 외양은 좀 투박하지만 카산드라는 집안일부터 아이 돌보기까지 만능 로봇이다. 

카산드라는 아내 혹은 엄마가 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을 장착하고 있다.

하지만 카산드라의 탄생 배경부터 문제적이다.

1970년대 인류에게 영생을 선물해 줄 획기적인 의료기기를 개발하던 남편이 사고로 잃은 아내를 로봇으로 되살린 것이다.

세월이 흘러 원래 가족은 사라지고 홀로 남겨졌던 카산드라는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여 활동을 재개한다. 처음에는 카산드라 덕분에 편안한 일상을 보내던 가족들은 아내와 엄마의 역할을 독점하려는 카산드라의 속셈을 알게 되면서 공포에 휩싸인다. 

<마더>의 기이한 엄마, <파과>의 닿을 수 없는 엄마, <카산드라>의 두려운 엄마는 모두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엄마’라는 표상에 수렴된다.

엄마와 완전한 합일을 이루던 행복한 유년 시절은 짧게 흘러가고 인간은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엄마의 얼굴을 발견하면서 성장한다. 이현경 영화평론가
 
영화평론가이자 영화감독. '씨네21' 영화평론상 수상으로 평론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영화와 인문학 강의를 해오고 있다. 평론집 '영화, 내 맘대로 봐도 괜찮을까?'와 '봉준호 코드', '한국영화감독1', '대중서사장르의 모든 것' 등의 공저가 있다. 단편영화 '행복엄마의 오디세이'(2013), '어른들은 묵묵부답'(2017), '꿈 그리고 뉘앙스'(2021)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영화에 대해 쓰는 일과 영화를 만드는 일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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