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일택 금호타이어 대표이사(왼쪽)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발생 이틀째인 2025년 5월18일 광주공장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화재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 진심으로 깊이 사죄드린다. 소방 당국 등 유관기관과 적극 협조해 화재진압을 최우선으로 하겠다.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모든 과정에서 협조하겠다.” -2025년 5월18일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발생한 화재에 대해
[씨저널]
정일택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사장이 5월18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현장에서 직원과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번 화재는 5월17일 오전 7시11분께 소방당국에 신고됐다. 불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내 2개 구획 중 서쪽 공장(2공장)의 고무 정련 공정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꽃이 튀면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불로 2공장의 50∼60%가 소실된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대량의 가연성 물질과 구조적 문제로 진화가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불 진화 작업은 화재가 발생한 지 3일째인 19일 오전에야 완료됐다. 다만 잔불이 곳곳에 남아 있어 완전 진화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광주 지역산업을 상징하는 곳으로 꼽힌다.
금호타이어의 국내외 8개 공장 중 가장 역사가 깊다. 1960년 광주 서구에 삼양타이어라는 이름으로 처음 공장이 들어섰는데, 기아차 광주공장의 전신인 아시아자동차보다도 빠르다. 1974년 지금의 자리로 확장 이전했다.
금호타이어의 제품 생산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금호타이어는 최근 수년간 국내외 사업장에서 사망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며 부실한 안전관리에 대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특히 2024년에는 총 4건의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그 내용을 보면, 2024년 4월10일 미국 조지아주 메이컨 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유지보수 작업 중 기계가 작동하는 바람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또 같은 달 곡성 공장에서도 5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졌다.
같은 해 7월에는 광주공장에서 40대 노동자가 지게차에 실린 고무가 쏟아지는 바람에 보행 중에 깔려 숨졌고, 8월에는 광주공장에서 발전기 배전반을 점검하던 60대 하청 노동자가 감전사고로 사망했다.
연이은 사고 때문에
정일택 사장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은 사측이 설비 안전에 대한 투자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한다. 특히 광주공장의 경우 시설 노후화가 심각한데도 시설 개선과 현대화에 늑장을 부렸다는 주장이다.
연이은 사망사고 이후 대형 화재까지 발생하면서 회사 쪽은 전사를 아우르는 신규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해 적극 실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이전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화재 규모가 컸던 만큼 공장 기능을 크게 상실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이전의 필요성은 도심 팽창과 시설 노후화, 주민 민원 등의 이유로 이전부터 제기돼 왔으며, 회사와 광주시가 2019년부터 본격 추진해 왔다.
금호타이어는 2022년 광주시에 공장 용도변경 계획 등 이전 방안을 제출했다. 2024년 10월에는 함평 빛그린산단 50만㎡를 1161억 원에 매입하기로 한국토지주택공사와 계약했다.
다만 공장 이전이 본격 추진되려면 현 공장부지의 용도변경과 관련해 광주시와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에 대해 광주시와 의견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회사 쪽은 1조2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전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광주시가 먼저 상업용도로 변경해 줘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광주시는 부지 매입 계약 수준을 넘어 공장 착공 계획 정도는 나와야 용도변경 협상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막대한 부동산 이익에 따른 특혜 논란과 '먹튀' 가능성 때문이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