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벤츠①] '전기차 신뢰 추락' 중국서 화재 잇따라, '인천 화재' EQE 여전히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 탑재
윤인선 기자 insun@businesspost.co.kr2025-05-19 15: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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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메르세데스-벤츠가 과거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해 8월 인천 청라동 아파트 전기차 화재 사태에 이어 올해 들어서는 중국에서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 2024년 8월5일 경찰이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마친 뒤 화재가 발생한 차량을 옮기는 모습. <연합뉴스>
글로벌 주요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전환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벤츠 전기차는 화재 위험이 높은 차’라는 인식이 굳어지는 모양새다.
19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가 국내·외에서 끊임없는 화재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이미지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6일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 메르세데스-벤츠 4S 서비스센터 앞에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했다.
서비스센터 직원이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소방대가 도착한 지 약 30분 만에 불을 껐지만 차량은 모두 불에 탔다.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차량 하부에서 불길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전기차 배터리 발화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메르세데스-벤츠와 중국 서비스센터에서는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부터 전기차 화재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에는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가 충전 중에 발생한 화재로 전소됐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3월 전기차 배터리 화재 위험을 이유로 중국에서 대규모 자발적 시정조치(리콜)를 실시했다. 리콜 대상 모델에는 4월에 화재가 발생한 EQA도 포함됐다.
베이징벤츠는 2021년 4월1일부터 2023년 10월31일 사이에 생산된 전기차 EQA와 EQB 등 모두 1만2308대를 리콜한다고 발표하면서 “리콜 대상 차량 가운데 일부는 고전압 배터리 생산 과정의 문제로 배터리 신뢰성이 저하됐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전기차 배터리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리콜이 완료되기 전까지 전기차 충전량이 80%를 넘기지 않도록 권고했다.
이번에 중국에서 배터리 문제로 리콜을 실시한 EQA와 EQB는 지난해 국내에서 모두 1900여 대 정도가 판매됐다.
▲ 벤츠코리아 2025년식 EQE350 모델에는 여전히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된다. 지난해 8월 인천 청라 화재 당시 메르세데스-벤츠가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10위 정도에 머물러 있는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도 여전히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벤츠가 여전히 중국산 배터리를 고집하고 있는 것도 일부 소비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에 따르면 2025년식 전기차 모델 9가지 가운데 7개에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했다. 2025년식 EQA와 EQB에만 SK온 배터리가 적용됐다.
지난해 8월 인천 청라 화재로 논란을 겪은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된 모델도 여전히 존재한다. 당시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이 고가임에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10위 정도에 머물러 있는 파라시스 배터리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많은 비판을 받았다.
EQE350 SUV 모델에는 2023년식까지만 해도 중국 CATL사 배터리가 적용됐다. CATL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40% 가까운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1위 기업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4년식 EQE350 SUV에 CATL과 파라시스 배터리를 함께 사용하더니, 2025년식부터는 파라시스 배터리만 탑재하는 것으로 바꿨다. EQE350 SUV의 가격은 1억990만 원이다.
지난해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 조사는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1월 벤츠코리아 측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허위 공표 의혹에 대한 추가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9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본사를 현장조사한 데 이어 두 번째다.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8월 인천 화재 사고 관련 EQE 모델에 파라시스 배터리를 사용했음에도 CATL 배터리를 탑재한 것처럼 홍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딜러사들에게도 소비자 응대 시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CATL로 설명하라고 교육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현재 현장조사에서 확보한 자료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종합해 법 위반 여부를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판단에 따라 수백억 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앞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2022년 배출가스 허위광고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202억 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