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5-05-16 15: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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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시장에 해외 투자상품이 이전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국내시장에서 투자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차별화한 상품 발굴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자산운용사들이 해외로 적극 눈을 돌린 결과로 풀이된다.
▲ 국내 ETF시장에서 해외 투자상품이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은 물론 경기부양 기대감에 증시 회복세를 보이는 중국, 글로벌 금융신흥국으로 꼽히는 인도까지 다양한 나라로 투자자 선택지도 넓어지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증시에 상장한 58개 ETF 가운데 국내 주식이나 채권 등 국내 시장에 오롯이 투자하는 상품은 10개에 그친다.
반면 미국 뉴욕증시 등 해외시장에 투자하는 상품은 39개, 국내와 해외에 함께 투자하는 상품은 9개에 이른다.
올해 상장한 ETF 가운데 국내 투자상품 비중은 17%로 2024년 52%, 2023년 48%에서 크게 줄었다. 지난해에는 국내 투자상품이 전체 174개 가운데 90개, 2023년에는 150개 가운데 72개를 차지했다.
이번 주만 보더라도 국내 증시에 10개 상품이 새로 상장했는데 이 가운데 국내 투자상품은 하나도 없다.
9개가 해외 투자상품, 1개가 국내와 해외에 함께 투자하는 상품이다. 국내와 해외시장에 함께 투자하는 ETF도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배당퀄리티채권혼합50’로 얼핏보면 해외 투자상품으로 착각하기 쉽다.
이는 다른 국내외 동시 투자상품도 마찬가지다.
퇴직연금 투자자를 겨냥한 타겟데이터펀드(TDF) 상품을 제외하면 신한자산운용의 ‘SOL 팔란티어커버드콜OTM채권혼합’, 한화자산운용의 ‘PLUS 글로벌휴머노이드로봇액티브’,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FOLIO 미국나스닥100채권혼합50액티브’,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KoAct 글로벌양자컴퓨팅액티브’ 등 올해 상장한 국내와 해외시장 동시 투자상품을 보면 대부분 해외 투자상품처럼 보인다.
▲ 13일 국내 증시에 상장한 ETF 목록. 이날 상장한 ETF 10개 가운데 국내 투자상품은 하나도 없다. <한국거래소>
중국과 인도 투자상품이 늘고 있다는 점도 올해 ETF시장의 특징으로 꼽힌다.
올해 중국 투자 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차이나테크TOP10’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차이나휴머노이드로봇’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FOLIO 차이나AI테크액티브’ 한화자산운용의 ‘PLUS 차이나AI테크TOP10’ 등 4개가 상장했다.
지난해는 174개 신규 상품 가운데 이름에 중국이 들어가는 ETF는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에셋플러스 차이나일등기업포커스10액티브’ 하나에 그쳤다.
중국증시가 경기부양책 기대감 등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등세를 보이면서 관련 상품 출시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과거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투자지역으로 이번 상품 역시 개인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차이나테크TOP10’를 상장 당일인 13일 105억8천만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따르면 이는 올해 국내 신규 상장한 주식형 ETF(커버드콜 상품 제외) 가운데 상장 당일 개인 순매수 최대 규모다.
인도 투자상품도 계속 늘고 있다.
올해가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국내 증시에 인도 투자상품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인도Nifty미드캡100’ KB자산운용의 ‘RISE 인도디지털성장’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에셋플러스 인도일등기업포커스20액티브’ 등 3개가 상장됐다.
2023년 3개(TIGER 인도니프티50, KODEX 인도Nifty50, KODEX 인도Nifty50레버리지(합성))과 2024년 4개(KODEX 인도타타그룹, TIGER 인도빌리언컨슈머, ACE 인도시장대표BIG5그룹액티브, ACE 인도컨슈머파워액티브)에 이어 점점 더 빠르게 관련 상품이 늘고 있는 것이다.
2023년 이전 인도에 투자하는 ETF 출시는 7년 전인 2016년이 마지막이다.
인도는 포스트 차이나로 여겨지며 글로벌 투자자금 확대로 금융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도증시 주요 지수인 니프티지수는 지난해 10% 가까이 상승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5% 이상 오르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해외 투자 ETF 출시 흐름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자가 국내 ETF시장의 주요 고객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개인투자자의 해외 투자상품 수요가 지속해서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지수나 섹터에 투자하는 상품이 대부분 출시된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수요 확대는 자산운용사의 해외 투자 ETF 출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 비즈니스포스트에 “해외 투자상품 확대는 과거 펀드시장에서도 개인투자자의 수요 이동에 따라 유사하게 나타났던 흐름”이라며 “국내 증시는 주도 섹터가 한정적인 반면 해외는 무궁무진한 만큼 자산운용사의 해외 투자상품 확대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