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가 미국 공장에서 주요 고객사 반도체 생산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주요 공정을 대만에 의존하고 있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TSMC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 파운드리 제1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TSMC 미국 애리조나 파운드리 공장이 초반부터 애플과 엔비디아 등 고객사 수주를 대거 확보하며 최대 수준의 가동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TSMC가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패키징 등 공정은 여전히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 의존하고 있어 효율성 및 경제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남아있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16일 “TSMC가 미국 공장에 큰 딜레마를 안고 있다”며 “고객사 반도체 테스트 및 패키징을 어디에서 진행해야 할 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TSMC는 애리조나 공장에서 4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을 시작했다. 애플과 엔비디아가 첫 고객사로 자리잡아 대량의 파운드리 물량을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에서 생산되는 반도체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대만에 위치한 테스트 및 패키징 설비를 거쳐야 해 시간과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단점을 안고 있다.
디지타임스는 대표적으로 TSMC 애리조나 공장에서 생산하는 엔비디아 ‘블랙웰’ 시리즈 인공지능 반도체가 대만 설비에서 패키징을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는 점을 예시로 들었다.
TSMC는 트럼프 정부의 미국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 목표에 기여하기 위해 현지 투자 확대를 결정했다. 올해만 애리조나에 2곳의 공장을 신설하는 계획이 추진된다.
현재 미국에 결정된 투자 계획은 1650억 달러(약 230조5천억 원) 규모로 반도체 공장 6곳과 패키징 설비 2곳, 연구개발센터 1곳을 구축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반도체 테스트 설비 신설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고 미국 내 패키징 설비도 언제 건설해 가동을 시작할 지 구체적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결국 TSMC 애리조나 공장에서 생산되는 애플과 엔비디아, AMD 등 고객사 반도체가 대만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에 위치한 후공정 설비를 거쳐야만 하는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
이러한 반도체 공급망 문제는 TSMC가 처음 미국에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공장 건설을 발표했을 때부터 업계에서 우려하던 문제로 꼽힌다.
TSMC는 대만에 소재 및 장비 공급사, 패키징 업체를 비롯한 다수의 협력사를 두고 있어 반도체 생산에 시너지를 내 왔는데 미국에서 이를 재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디지타임스는 “결국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미국의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 목표도 완성될 수 없다”며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너무 섣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전했다.
애플과 엔비디아 등 TSMC 주요 고객사가 미국 공장에 반도체 생산을 맡겨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TSMC가 결국 미국에 반도체 투자 확대 계획을 내놓은 것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등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일시적 전략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반도체 패키징을 비롯한 핵심 공정을 계속 대만에 유지하는 방식으로 미국 공장에 의존도가 높아지는 일을 막으려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디지타임스는 “TSMC가 인텔 등 다른 기업의 도움을 받아 패키징 설비를 이동하더라도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