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인텔 파운드리에 따라잡힐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대만 TSMC가 생산 능력이 한계에 부딪혀 맡지 못한 대형 고객사를 삼성전자와 인텔 중 누가 차지하느냐가 2위 자리를 가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인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18A 공정 기술 개발을 통해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추격할 것이란 업계 전문가 전망이 나왔다. 사진은 인텔 파운드리 홍보용 사진. <인텔> |
15일 닛케이아시아는 미국 S&P글로벌의 데이비드 츠이 기술담당 이사가 “인텔과 ‘빅2(TSMC, 삼성전자)’ 간의 격차가 상당해 보이지만, 인텔이 미국에서 ‘제2의 (파운드리) 공급사’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면 삼성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츠이 이사는 “현재 인텔의 상승세 수준을 보면 삼성전자는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며 “인텔이 미국에서 TSMC에 이은 2번째 공급자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면, 점유율을 10~20% 수준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는 TSMC가 압도적 점유율로 선두를 달리고, 삼성전자가 2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7%,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11%, 인텔 파운드리는 5% 미만이다.
다만 인텔 파운드리는 올해 말 18A(1.8나노급) 공정 양산을 목표로 기술 추격을 가속하고 있다. 브래디 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반도체 연구원은 “인텔이 2030년까지 삼성전자를 따라잡을지 여부는 18A 공정에 달렸다”고 말했다.
다만 인텔 파운드리의 18A 공정 개발에는 여전히 풀어야할 난제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라시 조시 무디스 수석 부사장은 인텔의 파운드리 부활과 관련해 “이것은 아마도 기술 업계 역사상 가장 어려운 회생 사례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케빈 오벅클리 인텔 파운드리 총괄 매니저는 18A 공정 개발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18A 공정 기술 개발은 늦은 상황”이라며 “18A 관련 모든 일정을 완료하지 못했다는 점을 매우 솔직하게 인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인텔 파운드리는 삼성전자와 TSMC 추격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제 18A는 2025년 하반기에 대량 생산될 예정이며, 인텔은 곧 TSMC, 삼성전자와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역시 2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기술 개발을 가속하고 있다. 회사의 3나노 공정 수율은 양산이 가능한 60%를 넘어섰으며, 2나노 수율은 40%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3나노 공정으로 제작한 자체 모바일 프로세서(AP) ‘엑시노스2500’ 양산에 돌입, 올 가을 출시하는 갤럭시Z 플립7에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인텔 파운드리 경쟁의 핵심은 TSMC가 받지 못한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TSMC는 이미 2나노 공정에서 애플,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들의 주문을 확보했으며, 모든 공장을 가동해도 밀려들어오는 주문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인텔, TSMC는 협력을 통해 서로 고객사를 확보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인텔 경영진은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에서 증가하는 인공지능(AI) 칩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경쟁 파운드리 기업과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오벅클리 총괄 매니저는 “TSMC, 삼성전자, 인텔 모두 서로의 성공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다만 인텔이 미국 국적 기업인 만큼 미국 빅테크 고객을 확보하는 데 더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츠이 S&P글로벌 이사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인텔 파운드리가 TSMC가 원치 않는 고객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한편 차세대 1.4나노 공정에서도 파운드리 세 기업의 경쟁은 이어지고 있다. TSMC는 2028년 양산을 목표하고 있고, 인텔은 2027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닛케이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7년 1.4나노 양산을 계획하고 있지만 기술 문제로 지연될 가능성이 존재해, 인텔의 추격 여지가 남아 있다고 전망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