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기자 heydayk@businesspost.co.kr2025-05-13 16: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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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약가 인하를 골자로 한 행정명령에 잇따라 서명하면서, 국내 대표 바이오시밀러(생체의약품 복제약)기업 셀트리온도 그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약가 인하를 골자로 한 행정명령에 잇따라 서명하면서 국내 대표 바이오시밀러(생체의약품 복제약)기업 셀트리온 둘러싼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약가 인하로 바이오시밀러 처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셀트리온에게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바이오시밀러 역시 약가 인하 압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12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이 처방약에 지불하는 가격을 다른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내에서 고가에 판매되고 있는 처방약 가격을 외국 중 가장 낮은 수준에 맞추겠다는 ‘최혜국 대우(MFN)’ 조항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행정명령은 제약사에 정부가 설정한 ‘목표 약가’에 대한 자발적 인하 계획을 30일 이내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진전이 없을 경우 강제 조치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미국 환자가 중간 유통업체(PBM)를 거치지 않고 제조사로부터 ‘최혜국 가격’으로 직접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직접 약가 협상에 나서는 구조로 개편하겠다는 방침도 포함됐다.
셀트리온은 이번 조치가 바이오시밀러 제조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오시밀러 승인 절차의 가속화와 처방약 수입 확대도 함께 추진하고 있어 셀트리온에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4월15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또 다른 행정명령에는 2026년부터 시행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개선 방안과 함께, 제네릭(복제) 및 바이오시밀러 사용 확대를 통한 약가 절감 방안이 담겼다. 앞선 조치가 복제약 사용을 유도하는 간접적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연방정부가 직접 약가를 통제하겠다는 보다 강경한 방침을 내세운 것이다.
셀트리온은 공식 입장을 통해 “이번 행정명령은 고가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 인하를 타깃으로 하는 만큼, 바이오시밀러 처방과 처방약 수입이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며 “기존에 구축한 미국 내 직판 영업망을 활용해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중간 유통 구조가 단순화되면 바이오시밀러 제조사가 정부와 직접 약가를 협상할 수 있어, 정부와 기업 모두에게 유리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현재 바이오시밀러 처방 가격은 리베이트 문제로 오리지널 의약품 수준으로 높게 형성됐지만, 중간 유통 구조가 개선되면 실질 처방 가격이 인하돼 최종소비자 가격을 내려 처방 확대 기반이 확장될 수 있다.
▲ 셀트리온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이 바이오시밀러 제조사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제약사가 리베이트와 수수료를 고려해 평균도매가격(WAC)을 책정하는 구조가 점차 힘을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MFN 행정명령의 실질 수혜는 제약사보다 PBM(보험사 및 유통사)이며, 정부는 WAC뿐 아니라 리베이트를 차감한 실질 약가(ASP)를 기준으로 가격을 낮추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바이오시밀러의 가장 큰 경쟁력은 낮은 가격에 있는 만큼 정부 개입으로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바이오시밀러의 상대적 가격 메리트가 약화되며 시장 내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제네릭 및 바이오시밀러의 사용은 4월15일자 행정명령과 더불어 더욱 촉진될 수 있을 전망하지만 바이오시밀러 산업의 경쟁 심화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약가 인하 기조가 실제 제도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시선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당시에도 MFN 조항 도입을 시도했지만, 제약업계와 하원 공화당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이선경 SK증권 연구원은 “약가 인하에 대한 정책 방향성은 명확하지만 법적·정책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다양한 장벽에 부딪힐 수 있어 단기간 내 제도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아직 세부적인 규제안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미국 정부의 후속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