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다시 대형 M&A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럭셔리 오디오 브랜드를 인수를 단행하며, 멈춰있던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로봇, 전장 등을 미래먹거리로 점찍고 관련 매물을 지속적으로 찾고 있는 만큼, 이르면 올해 안에 대규모 인수합병 소식이 전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글로벌 불확실성이 큰 만큼, 어느 때보다도 더 신중한 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7일 전자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전장·오디오 자회사 하만을 통해 5천억 원 규모의 인수에 나서면서, 수조 원대의 인수합병 움직임도 조만간 가시화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은 6일 미국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를 3억5천만 달러(약 5천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017년 80억 달러(약 9조3천억 원)에 하만을 인수한 뒤 성사된 거래 가운데 최대 규모다.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는 럭셔리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바워스앤윌킨스(B&W)를 비롯해 데논(Denon), 마란츠(Marantz)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수조 원대의 ‘빅딜’은 아니지만 8년 동안 멈춰있던 M&A 움직임이 다시 재개된 것이다.
이재용 회장은 2022년 10월28일 공식적으로 삼성전자 회장에 올랐지만,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미래 신사업을 키우기 위한 투자 활동에는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올해 2월3일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 합병’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으며, 어느 정도 운신의 폭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이후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대형 인수합병 및 기업가치 제고 등의 조치가 10년간 전무한 상태”라며 “그러나 2월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일단락되며 대형 인수합병, 글로벌 업체와 인공지능(AI) 분야 조인트벤처(JV) 설립 등의 시나리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미래사업으로 점찍은 분야는 AI, 로봇, 전장 등이다.
특히
이재용 회장은 올해 3월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중국발전포럼(CDF) 일정을 마치고 남부 광둥성 선전에 위치한 전기차 기업 BYD 본사를 찾아 왕촨푸 회장을 만나는 등 전장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전장 분야에서 추가 대형 인수를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과거 독일 전장기업 ‘헬라(HELLA)’가 인수 후보로 거론된 적이 있으며, 2024년 초에는 삼성전자가 세계 10대 자동차 부품업체 가운데 하나인 ‘콘티넨탈’ 전장사업부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 계약은 이뤄지지 않았다.
AI와 로봇도 인수합병을 통한 외부 기술 확보가 필요한 분야다.
삼성전자는 AI와 로봇 산업에서 모두 후발주자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2024년 12월 2674억 원을 투자해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 최대주주(지분율 35%)에 올랐으며, 올해 안에 지능형 AI 반려로봇 ‘볼리’를 출시하게다고 발표하는 등 로봇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인공지능(AI), 로봇, 전장 등을 미래먹거리로 점찍고 관련 인수합병 매물을 찾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지난해 7월에는 ‘지식 그래프’ 기술을 보유한 영국 스타트업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를 인수하며 AI 기술력 확보에 나섰다. 지식 그래프란 관련 있는 정보들을 서로 연결된 그래프 형태로 표현해 주는 것으로, AI를 구현하는 핵심 기술로 부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나 AI 칩 설계 스타트업을 인수해 기존에 부족했던 반도체 설계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2024년 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약 113조 원으로, 추가 투자에 나설 재무여력은 충분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수조 원대 대형 거래를 추진하기에는 다소 부담되는 경영 환경에 놓여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세 등 외부환경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만큼 대형 인수합병 추진에 따른 위험요인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와 같은 주요 산업은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승인 이슈도 있어 인수합병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
따라서 매력적인 대형 매물을 찾더라도, 최종 인수에는 신중하게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4월30일 2025년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불확실성 속에서도 사업의 안정적 운영과 미래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며 “주주가치 제고와 미래 성장을 위한 인수합병도 지속 검토하고 있으며 가시화되는 대로 즉시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