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에 위치한 블루오벌SK 사무소. SK온과 포드가 세운 합작법인이다. < 블루오벌SK >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완성차 기업 GM이 트럼프 정부 관세에도 전기차 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것과 달리 포드는 관련 기술 개발을 사실상 중단했다.
이에 GM과 포드 전기차의 경쟁력 차이가 벌어지면 배터리 합작사인 LG에너지솔루션와 삼성SDI, SK온에도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떠오른다.
1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포드는 차세대 전기차에 도입하려 추진하던 ‘네트워크 차량(FNV4)’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포드 경영진은 해당 프로젝트가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 선두 업체와 경쟁에 필수적 요소라며 강조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비용 급증 및 시간 지연으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 개발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드는 지난해 전기차 사업에서 51억 달러(약 7조2275억 원)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4월 미국 전기차 판매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나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정부 관세로 생산비용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전기차 사업 전략에 힘을 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로이터는 “FNV4와 같은 시스템은 차량을 빠르게 내놓을 수 있는 기반”이라며 “GM, 스텔란티스와 경쟁하던 포드에게 뼈아픈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GM은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해 미국 내 차량 생산을 늘리겠다고 설득하며 관세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GM이 최근 전기차 판매 및 수익성을 개선함에 따라 정부 정책 변수에도 불구하고 시장 성과를 발판으로 전기차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셈이다.
조사업체 켈리블루북(KBB)에 따르면 GM은 올해 1분기 미국에서 3만 대를 웃도는 전기차를 판매해 테슬라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현지시각으로 1일 주주 서한을 통해 “미국 전기차 시장 2위를 굳혔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감사 인사를 드린다”라고 전했다.
포드와 GM의 이러한 전기차 사업 행보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 현지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세 회사 모두 GM, 포드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미국 현지에 공장을 다수 운영하거나 건설하고 있다. 그런데 배터리 공급 물량은 완성차 기업의 전기차 판매 실적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 얼티엄셀즈 임직원들이 2024년 12월10일 미국 오하이오주 워렌에 위치한 공장에서 배터리셀 1억 개 생산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얼티엄셀즈는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세운 합작사다. < GM > |
삼성증권의 4월3일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LG에너지솔루션 고객사 가운데 GM 비중은 18%로 2번째다. SK온에게 포드 비중은 21%다.
삼성SDI는 지난해 8월 GM과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확정하고 2027년 양산을 목표로 공장을 짓고 있다.
그만큼 한국 배터리 3사에게는 전기차 기업 경쟁력이 미국 사업에서 중요한데 포드가 기술 투자를 일부 중단했다는 소식이 나온 것이다.
로이터는 “포드가 중단한 프로그램은 전기차 원가 절감 및 품질 향상을 노리고 시작했던 프로그램이다”라고 짚었다.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 포드와 GM의 엇갈린 전략 효과가 갈수록 크게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정부가 배출가스 규제 완화 및 탄소배출권 거래 축소 등 전기차에 부정적 정책을 다수 추진하려 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가격이 소비자 선택을 더욱 좌우해 원가 절감용 프로젝트를 축소하는 포드에게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미국 전기차 1위 기업인 테슬라 판매가 최근 주춤하고 있다는 점도 추격하는 기업에 반사 수혜 요소로 꼽힌다.
GM이나 포드에게는 테슬라로부터 점유율을 가져올 시점인데 포드가 기술 개발에 힘을 빼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반면 GM은 배터리 협업사와 더불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리 바라 GM CEO는 “LG에너지솔루션 및 삼성SDI와 같은 기업과 협력해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라고 주주 서한에 적었다.
종합하면 GM과 포드가 전기차 사업에 상반된 양상을 보이면서 이들과 협업사를 꾸린 한국 배터리 3사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다만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EV는 SK온이 대중국 관세 덕분에 최근 다른 전기차 기업 슬레이트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짚으며 SK온도 미국 시장에서 판로를 추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