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사의 시너지를 키우기 위해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자회사들이 고객정보를 비교적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됐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2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위한 금융지주회사 발전방안’ 공청회에서 “금융지주회사 계열사의 고객정보 공유를 개인정보 유출사고의 책임을 철저하게 묻는 조건으로 허용하도록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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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
이날 공청회에서 금융지주 계열사들이 영업목적으로 고객정보를 공유하는 일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는데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공청회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개별 금융지주회사 등에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금융지주회사의 경쟁력강화를 논의한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때문에 이날 발표된 내용이 향후 금융지주회사와 관련된 정책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지주회사는 2014년에 터진 카드사 개인정보유출 사태의 여파로 내부 경영관리 목적으로만 자회사들 간에 고객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상품구매 권유 등을 위한 고객정보 공유는 고객의 사전동의를 받은 뒤에만 허용됐다.
이시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정보유출 사태는 자회사 간 고객정보 공유를 과도하게 남용한 것보다 정보보안관리가 취약했던 점에 더 큰 원인이 있었다”며 “고객정보 공유가 제약되면서 금융지주회사의 겸업화와 시너지의 기반을 근본적으로 제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지주회사 자회사들이 영업목적으로 고객정보를 공유하는 일을 허용하고 고객이 거부할 경우에 공유를 제한해야 한다고 이 연구위원은 주장했다.
계열사간 영업목적의 고객정보 공유를 허용해 소비나 위험성향 등의 정보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적합성 원칙에 맞는 복합적인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보를 공유하는 일을 고객에게 사전통지하고 금융지주회사에 정보관리의 감독책임을 더욱 강하게 묻는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협의체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도 나왔다.
금융지주회사에서 자회사의 임원추천·감사·보상에 관련된 의사결정을 통합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는 현재 이사회, 임원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보수위원회 등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와 자회사 간의 임직원 겸직과 업무위탁을 지금의 사전승인 방식에서 사후보고로 바꾸는 것도 제안됐다. 이를 통해 금융지주회사의 경영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금융지주회사 임직원이 자회사의 직위를 겸직하려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먼저 받거나 의무적으로 보고를 해야 한다. 금융지주회사가 한 자회사의 업무를 다른 자회사에 위탁할 때에도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 부위원장은 “금융지주회사의 시너지가 강화되면 금융서비스의 경쟁력도 높아지고 편익이 금융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지주회사의 도약을 위해 금융위 등도 제반 여건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