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가 자동차용 반도체 기술력을 빠르게 키우며 자율주행차시장의 성장에 대응해 고성능 메모리반도체 수요를 선점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기술력 확보에 뒤처질 경우 삼성전자와 도시바 등 경쟁사에 밀려 큰 수혜를 입지 못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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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22일 외신을 종합하면 도시바가 차량용 낸드플래시 신제품 라인업을 공개하고 고객사에 샘플 공급을 시작했다.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양산과 공급에 들어간다.
도시바가 새로 내놓은 제품은 영하 40도에서 최대 105도의 온도에서 동작할 수 있는 안전기준을 충족했다. 기존 제품의 최대 작동온도였던 85도에서 더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메모리반도체 기술력에서 가장 앞서 2014년부터 최대 105도를 견딜 수 있는 낸드플래시를 개발하고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다. 마이크론의 경우 지난해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차량용 반도체는 고온에서 작동되는 인증을 받아야 적용분야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력이 시장확대에 중요하다. 85도 인증을 받은 제품은 인포테인먼트까지 탑재될 수 있는데 105도를 견딜 경우 제어장치(ACC) 등에 적용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아직 85도 이상의 온도에서 동작할 수 있는 차량용 반도체의 안전인증을 받지 못했다. 인포테인먼트 외 분야로 공급처를 확대할 계획도 세워두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를 자동차업체에 직접 공급하기보다 인포테인먼트업체에 주로 공급해 탑재하고 있다”며 “적용분야를 확대할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런 소극적인 전략으로 SK하이닉스가 경쟁사보다 시장진출에 뒤처질 경우 빠르게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자동차용 반도체시장에서 성장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량용 반도체는 현재 전체 메모리반도체시장의 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자율주행 기술보급이 본격화될 경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차량용 낸드플래시 수요가 올해 46억 기가바이트에서 2020년 714억 기가 규모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D램 평균탑재량도 2.6기가에서 27기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에서 인포테인먼트에 탑재되는 반도체의 비중은 20% 미만에 그친다. SK하이닉스가 적용분야를 다양화하려는 노력에 소극적일 경우 시장성장에 큰 수혜를 보지 못할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자동차용 메모리반도체 매출비중도 아직 PC용 메모리반도체의 10% 정도로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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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바가 공개한 차량용 낸드플래시 신제품. |
하지만 박성욱 부회장이 승진한 뒤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전략을 더욱 강화하며 자동차용 반도체 진출확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자동차용 메모리반도체 공급확대를 위한 별도 조직 ‘오토모티브 전략팀’을 신설했다. 이들은 완성차업체와 직접 공급을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회장은 최근 반도체의날 기념행사에서 “자율주행차 등 새 성장동력에 대응해 반도체기업들이 치열한 기술혁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자동차용 메모리반도체에 더 무게중심을 싣는 조직개편과 연구개발 투자가 본격화될 수 있다.
자동차용 반도체는 안전성을 중시해 부품사를 변경하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SK하이닉스가 고객사를 적기에 확보할 경우 안정적인 공급처를 마련할 수 있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내년에 차량용 반도체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꾸준한 연구개발로 기술역량을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