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우리금융지주가 올해 1분기 순이익에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에 비해 줄어든 성적을 거뒀다. '일회성 비용'의 증가 탓이라곤 하나, 그룹 실적을 지지할 사업 포트폴리오에 부족함이 있었다는 비판을 면하긴 어렵게 됐다.
임종룡 우리금융 대표이사 회장의 보험사 인수 과제는 더욱 긴요해졌다. 금융그룹의 향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도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가 절실해졌다는 분석이다.
▲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보험사 인수를 마무리지어야 할 이유가 커졌다. <우리금융그룹> |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4대 금융 실적 잔치에서 소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4대 금융은 올해 1분기에만 순이익으로 4조9289억 원을 벌어들였다. 2024년 1분기 4조2215억 원과 비교해 16.8% 늘었다.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은 각각 62.9%, 12.6%, 9.1%씩 순이익을 늘리면서 호실적을 올렸다.
반면 우리금융은 1분기 순이익 6156억 원을 냈다. 1년 전보다 25.3% 감소한 것은 물론, 1조 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둔 나머지 세 곳의 금융지주 성적에 크게 뒤쳐졌다.
우리금융은 일회성 비용과 미래성장을 위한 투자 지출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성욱 우리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콘퍼런스콜에서 “판관비 증가는 은행 명예퇴직 비용 1690억 원 등 일회성 요인과 우리투자증권 영업력 강화 비용, 뉴원(WON)뱅킹,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디지털 IT 투자 확대 등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실적 부진에 따라 우리금융의 계열사 포트폴리오 다각화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는 시각도 나온다.
앞서 2024년 1분기 KB금융은 30% 수준의 실적 감소를 겪고도 시장의 박수를 받았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보상 비용에 따라 KB국민은행 순이익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도 그룹 실적이 시장기대치를 웃돌았기 때문이다.
탄탄한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그룹 실적을 지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우리금융 실적을 보면 우리은행 이외 그룹 실적을 지지해줄 계열사는 눈에 띄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은행 실적이 19.9% 줄어든 상황에서 그룹 실적 감소폭은 25.3%로 더 컸다.
임 회장에게는 동양·ABL생명 인수가 더욱 절실해진 셈이다.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이 자회사로 편입되면 순이익은 10%,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포인트가량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우리금융 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내는 곳은 우리카드다. 1분기 우리금융 실적에서 우리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5.3% 수준이다.
시장에서 당장 부진한 실적을 낸 우리금융에 기대감을 가지는 지점이 보험사 인수라는 점 또한 임 회장이 보험사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쳐야할 이유다.
우리금융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도 보험사 인수 결과가 가지는 영향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우리금융은 금융자산 관련손익에서 부진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면서도 “이는 연속성이 없는 요인인 동시에, 우리금융의 투자포인트인 세후 배당수익률 우위와 인수합병(M&A)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물론 임 회장은 우리금융의 성장을 위한 다양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 출시한 알뜰폰 브랜드 ‘우리원(WON)모바일’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우리금융은 우리원모바일을 매개체로 미래세대 고객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우리원모바일이 다른 알뜰폰 브랜드와 차별화를 지니는 부분이 ‘업계 최초 청소년 셀프 개통’이기도 하다.
▲ 우리금융그룹이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
다만 알뜰폰 브랜드는 물론 우리WON뱅킹 등 디지털 경쟁력 강화 움직임은 실적에 유의미한 효과를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당장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가 불발됐을 때 미칠 영향을 상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받으면서 동양·ABL생명 인수 관련 금융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금융위는 이날 안건심사소위를 열고 동양·ABL생명 인수 승인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ABL생명 인수에 대한 세 번째 안건심사소위다. 앞서 두 차례 소위에서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조건부 승인을 내야 하는 만큼 더욱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모이면서 결정이 미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소위에서 인수로 가닥이 잡히면 빠르면 30일로 예정된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안건으로 상정될 수 있다. 물론 이날 결론이 나더라도 5월 초로 예상되는 다음 정례회의가 유력하다는 의견이 많다.
앞서 우리금융은 올해 1월 금융위원회에 동양·ABL생명 자회사 편입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