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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만 사준다고 행복할까

김광현 777kh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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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기만 사준다고 행복할까  
▲ 이제 클래식은 더 이상 듣거나 보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로 연주하면서 즐기는 것으로 그 패러다임이 옮겨가고 있다.

한국 리틀야구가 29년 만에 야구월드컵에서 일본과 미국을 차례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정말 엄청난 쾌거이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허구연 위원이 매번 지적하는 ‘부족한 인프라’ 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언론들은 앞을 다투어 제2의 박찬호, 제2의 류현진을 이야기한다. 메이저리그보다 국내 프로야구를 더욱 즐겨 보는 필자는 제2의 박찬호나 추신수보다 제2의 류현진이 더 낫다.

일단 한국 프로야구의 최고가 되어 류현진보다 더욱 좋은 조건으로 마이너리그 없이 바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여 우뚝 서는 선수가 그들 중에 반드시 나올 것이라 믿는다.

며칠 전 오케스트라를 객원지휘하기 위해 제주도에 방문했다. 제주시에 위치한 제주 아트센터에 상주하는 민간 오케스트라였다.

제주도 자체의 음악인구가 비교적 적기 때문에 단원 수는 조금 적었지만 나름 즐겁고 보람된 시간을 보내고 왔다. 연주도 기대했던 것보다 매우 훌륭했고 관객들도 많이 왔다. 매일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기도 했다.

그 단체를 이끌고 계신 음악감독님과 담소를 나누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현재 그분은 제주시의 4개 음악단체를 운영하고 계신데, 그 중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인원수가 가장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청소년 오케스트라 출신들이 자라서 성인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입단하는 자연스러운 수순을 밟고 있었다.

제주도향이 될 수도 있고, 내가 지휘했던 민간 오케스트라 단원이 될 수도 있다. 더 잘하면 ‘육지(그들의 표현에 의하면)’로 진출할 수도 있다. 이것은 놀랄 만한 청사진이었고 바람직한 청소년 교향악 운동이었다.

연주당일 객석을 메웠던 관객 중 일부가 바로 그 청소년 오케스트라 단원들이었다. 심지어 몇몇은 리허설에도 참관하기도 했다. 이들이 성장하여 국내외 유수 교향악단의 단원 혹은 지휘자나 협연자로 우뚝 설 날을 기대해 본다.

독일 중등교육기관인 김나지움에서 음악시간에 감상시험을 보는데 말러3번 교향곡이 나온 적도 있다. 지역마다 콩쿠르가 있어 시(市) 대회 입상자가 주(州) 대회에 진출하고, 여기서 입상하면 전국대회에 진출해 자웅을 겨룬다.

마치 독일축구 1부리그인 분데스리가의 하위리그가 쭉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각 도시마다 음악대학이 있는데 각 학교마다 예비학교처럼 청소년들을 선발해 교수의 가르침을 받도록 한다. 지역마다 청소년 교향악단이 활성화되어 있음은 당연하다.

예전에 잠시 언급한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도 ‘엘 시스테마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각 학교마다 오케스트라 동아리가 생기고 지자체들도 구립 청소년 교향악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제 클래식은 더 이상 듣거나 보는 것뿐 아니라 실제로 연주하면서 즐기는 것으로 그 패러다임이 옮겨가고 있다. 이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음악계에서 합창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를 가르칠 수 있는 좋은 지도자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필자가 각 학교의 오케스트라 지휘 교사들을 상대로 한 지휘법 프로그램에서 강의한 적이 있는데, 체육 교사가 학교 오케스트라를 맡게 되어서 지휘를 배워야 한다며 왔다. 또 무지한 학부모들도 많이 있다. 우리 아이가 클라리넷을 하는데 왜 바이올린보다 악보에 더 적게 그려져 있어서 연주를 덜하게 되느냐고 따지는 부모도 있었다.

더 교육해야 한다. 그리고 더욱 세밀해져야 한다. 말로만 엘 시스테마 운동을 따라할게 아니다. 시스테마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시스템이라는 뜻이다. 더욱 체계적인 구조와 조직이 필요하다. 돈이 있으면 지원해 주고 없으면 지원을 끊고 하는 임기응변식의 행태는 이제 근절되어야 한다.

아이에게 악기만 구입하여 들려주면 무엇 하나? 일단 그 부모를 교육해야 한다. 클래식이란 무엇인지, 각 악기들이 어떻게 하모니를 이뤄서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지는지 이해시켜야 한다.

오케스트라는 단순한 교화 프로그램이 아니다. 말 그대로 자신이 팀의 일원으로써 하나의 화음을 만들어가는 훈련이다. 축구는 11명이 하지만 오케스트라는 50명 이상이 한다. 탄탄한 팀워크는 필수다. 관악부에서 선배들에게 맞으면서 배우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더욱 디테일한 연령대별 그리고 실력별 오케스트라가 구성되면 좋다. 청소년이라는 단어 자체가 너무 광범위하다. 또한 지역별 학교별로 흩어져 있는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동기부여도 필요하다. 연주나 콩쿠르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물론 꿈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도 어디까지나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 서울시 유스 오케스트라처럼 굳이 프로를 지향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음악을 마음에서 우러나와 즐길 수 있는 법을 가르칠 수만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음악을 하면서 행복해야 한다. 돈만 많다고 선진국이 아니다. 기본적 문화와 복지가 함께 발달해야 선진국 아닌가.

사이먼 래틀이 BBC 프롬스에서 영국 내셔널 유스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말러 8번을 지휘하는 영상물을 본 사람이라면 필자의 의견에 공감할 지도 모르겠다. 당시 연주를 지휘하는 세계 최고의 마에스트로는 베를린 필이나 버밍엄 심포니를 지휘할 때보다도 더욱 행복해 보였다.

지휘자 김광현은 예원학교 피아노과와 서울예고 작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지휘를 전공하였다. 대학재학 중 세계적 지휘자 샤를르 뒤트와에게 한국대표 지휘자로 발탁되어 제9회 미야자키 페스티벌에서 규슈 심포니를 지휘하였고, 서울대60주년 기념 정기오페라 '돈 지오반니'를 재학생 최초로 지휘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지휘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니, 로이틀링겐 필하모니, 남서독일 콘스탄츠 관현악단, 루마니아 크라이오바 심포니, 경기필, 부천시향, 원주시향, 과천시향, 프라임필 등을 지휘하였다. 현재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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