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오른쪽)가 미국 트럼프 정부에서 역할을 대폭 축소하지 않는다면 테슬라에 새 CEO를 임명해야 할 것이라는 외신 논평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가 2024년 11월19일 미국 텍사스 스페이스X 로켓 실험 설비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미국 트럼프 정부에서 역할을 확대하며 브랜드 이미지 악화에 따른 전기차 판매 실적 부진을 이끌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테슬라가 이전부터 전기차 라인업 출시 전략에 패착을 안고 있어 이미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던 만큼 CEO 교체를 검토해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시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8일 논평을 내고 “일론 머스크의 정치 경험은 값비싼 청구서를 안겼다”며 “시가총액 기준으로 8천억 달러(약 1152조 원) 상당”이라고 보도했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12월 미국 대선 직후 최고점을 찍은 뒤 큰 하락세를 보였다.
일론 머스크가 미국 정부효율부(DOGE)에 참여해 예산 삭감을 비롯한 주요 업무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미국 내 소비자들의 반감을 샀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의 수입관세 등 정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전 세계 소비자들도 테슬라 불매 운동에 동참하며 테슬라 전기차 판매량 감소와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일론 머스크는 뒤늦게 테슬라 콘퍼런스콜에서 정부 내 역할을 축소하고 경영에 더 집중하겠다고 밝혔지만 타격을 만회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론 머스크는 여전히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정도를 정부 관련 업무에 들이겠다고 했다”며 “주주들과 이사회가 반기지 않을 소식”이라고 보도했다.
테슬라의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 원인이 일론 머스크의 역할 변화에만 있지 않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이미 테슬라의 전기차 사업 전략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흐르고 있던 만큼 경영 복귀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테슬라의 자동차 판매량과 실적은 이미 하향세를 보이고 있었다”며 “전기차 라인업 역시 소비자 수요를 이끌기 역부족이었다”고 비판했다.
테슬라가 글로벌 경쟁사들과 비교해 중저가 전기차를 비롯한 새 라인업을 선보이는 데 소극적 태도를 보인 결과가 실적 하락을 주도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현재 본업에 해당하는 전기차 사업보다 자율주행 택시나 인공지능 로봇 등 신사업에 역량을 더 집중했던 점도 패착으로 지목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테슬라가 전기차 사업보다 이러한 새 성장동력에서 가능성을 보여주려면 일론 머스크의 꾸준한 경영 참여가 필요했다”며 “트럼프 정부에서 역할 확대는 자연히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시장 경쟁력과 미래 비전을 주주들에 증명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집중력을 잃으며 신뢰를 잃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자연히 그가 테슬라 경영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기 시작해도 다시금 투자자들의 믿음을 되찾아 주가 반등을 이끄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테슬라에서 가장 잘 하던 일에 온전히 집중해야 한다”며 “정치적 역할에서 물러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새로운 CEO를 임명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