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자연기금은 국내 꿀벌 생태계가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빈도 증가와 외래 침입종 확산 등에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세계자연기금 보고서 표지에 들어간 꿀벌 모습. <세계자연기금> |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변화가 국내 생태계 유지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꿀벌들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계자연기금(WWF)은 28일 기후변화가 꿀벌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기상 변동성과 침입 포식자의 확산을 통해 기후변화가 꿀벌 군집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자연기금이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과 맺은 공동 연구협약에 따라 진행됐다. 두 단체는 앞서 2023년 진행한 1차 연구를 통해 초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질 악화가 꿀벌의 비행 감각을 저해하고 수분 활동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국내 최초로 입증한 바 있다.
연구진은 기후위기가 꿀벌의 생존 조건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꿀벌들이 변화무쌍한 환경에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뉴노멀'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꿀벌 생태계가 붕괴하면 꿀벌에 수분을 의존하던 식물의 생존이 어려워지면서 생물다양성이 줄어들고 지역 내 자연자원이 감소하게 된다. 자연자원이 줄면 이에 의존하는 농축산업도 위축돼 식량 안보를 저해하게 된다.
기온상승, 강수량 변화, 극한기후 빈도 증가, 외래 침입종 확산 등 복합적 요인이 생존과 먹이 확보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꿀벌은 벌통 내부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능력이 있지만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는 날씨 급변으로 인해 조절 능력의 한계를 넘어선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군집 붕괴 현상(CCD)'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RFID(무선 주파수 추적 기술) 칩을 이용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벌통 안팎의 기상 조건과 꿀벌의 비행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기상 요소와 활동성 사이 상관관계를 정량적으로 도출했다.
꿀벌은 통상적으로 기온이 20~30도 사이를 유지하고 풍속이 초속 0~4m일 때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최적 조건을 벗어나면 활동량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세계자연기금 연구진은 기온이 상승하면서 외래 침입종의 서식 가능 지역이 확산되고 있어 꿀벌들의 생존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환경단체인 세계생물다양성보전기구(GBIF), 네이처링 등과 함께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한 결과 꿀벌의 천적인 등검은말벌 서식지가 기존 남부 권역을 넘어 서울, 수도권, 강원도 일대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세계자연기금은 등검은말벌의 빠른 확산에 대응해 주요 지역에 체계적 모니터링과 조기 방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자연기금 관계자는 "꿀벌은 생물다양성 보전은 물론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회복력 강화와 안정적 식량 공급을 위한 핵심종"이라며 "세계자연기금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꿀벌 생태계가 직면한 위기를 알리고 생태계 보전을 위한 과학 기반 정책 마련과 시민 인식 젝고가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