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부문(CE) 사장이 고민에 빠져 있다. LG전자가 주도하는 OLED TV 시장에 진입하는 시기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정시기를 늦추면 파나소닉처럼 TV 시장에서 도태될 수도 있고, 본격적으로 뛰어들자니 선발회사인 LG전자와 기술력 격차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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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부문(CE) 사장 |
13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올해 ‘플렉시블 OLED(Flexible OLED)’ 생산 설비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으며, 이미 충남 아산의 A3공장에 OLED 패널을 생산하는 라인을 구축했다. 해당 공장에 대한 투자는 내년까지 3단계에 걸쳐 총 6조원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현재 중단하고 있는 OLED TV의 양산을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더 이상 경쟁업체의 OLED 시장 확대를 방관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애플은 LG전자와 손을 잡고 올해 ‘아이워치’와 ‘애플TV’를 출시한다. 애플의 신제품에는 LG전자의 플렉시블 OLED가 탑재될 확률이 높다.
윤 사장도 OLED TV에서 LG전자와 한판 붙는 쪽으로 기운 듯 하다. 윤 사장은 지난 1월 2일 LG전자가 OLED TV를 출시하자 “나중에 지켜봐달라. 누가 우위인지 알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 혁신 거부한 파나소닉의 몰락의 교훈
윤 사장은 OLED TV 시장 진출에 대해 ‘신중론자’다. 윤 사장은 지난달 열린 CES(국제가전전시회)2014에서 “OLED TV는 좋은 제품이다. 그렇지만 아직 완벽하지 않다”고 말하며 “상용화까지 3~5년 정도 걸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윤 사장은 현재 LCD를 기반으로 한 UHD TV에 전념하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6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UHD TV 패널 가격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며 UHD TV의 대중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임을 알렸다.
윤 사장이 삼성전자의 UHD TV에 집중하는 이유는 높은 수익성에 있다. UHD TV는 이미 공정이 완성된 LCD 패널을 사용한다. 삼성전자는 완성된 공정을 통해 안정적인 수요 확보와 단가 하락을 기대한다. UHD TV 가격은 최근 큰 폭으로 내렸다. 지난 12일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55형 UHD TV 가격을 2,999달러(한화로 약 320만원)로 인하했다. 한국 가격도 377만원으로 떨어져 저렴해졌다.
그러나 우려의 시선도 있다. OLED TV의 기술력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OLED TV가 빠른 속도로 LCD TV와의 기술격차를 좁힐 것이라고 전망한다.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UHD TV는 미래 기술이 아니다. UHD TV는 기존의 LCD TV 기술을 개선시킨 발전형 제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삼성전자도 OLED TV가 미래 산업임을 인지하고 있다. 이미 자사의 주력 스마트폰 제품인 ‘갤럭시’에 LCD 패널이 아닌 LED 패널을 채택한 상태다.
윤 사장의 고민은 과연 언제 시장의 주도권이 OLED TV로 넘어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윤 사장으로선 OLED TV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에 진입해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이는 과거 파나소닉이 PDP TV 시장을 점령하던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파나소닉은 2000년대 중후반까지 세계 PDP TV 시장을 주도했다. PDP TV는 브라운관 TV보다 우수한 화질과 얇은 두께, 가벼운 무게의 장점을 지닌 미래 기술이었다.
PDP TV는 2000년대 후반 신 기술인 LCD TV의 도전을 받았다. LCD TV가 빠른 속도로 기술격차를 좁히고 있었다. 파나소닉은 선택의 기로에서 현실 안주를 선택했고 PDP TV 공장 증설에 나섰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밝기와 전력 소비에서 앞서는 LCD TV를 선호했고, PDP TV 시장은 급격히 축소됐다. 파나소닉은 결국 지난해 말 PDP TV 사업을 철수하며 혁신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파나소닉의 실패가 삼성전자에 주는 교훈은 항상 혁신을 이어나가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UHD TV로 당장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IT기술의 발전속도는 과거와 궤를 달리한다. 기술격차를 줄여나가는 데 필요한 시간이 점점 단축되는 추세다. 삼성전자의 ‘주저’는 파나소닉의 전철을 밟는 길이 될 수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서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이번 OLED에 대한 투자 결정은 혁신을 강조하는 이 회장의 발언과 맥을 같이한다.
◆ LG전자에 뒤진 기술력 극복이 시급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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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의 55인치 곡면 OLED TV |
삼성전자가 OLED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나섰지만 어려움이 많다. 최대 경쟁사인 LG전자에 기술력과 마케팅에서 모두 밀리고 있다.
하현회 LG전자 사장은 CES2014에서 “OLED TV 시장은 향후 2~3년 내에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다. LG전자는 지난 10년간 이 부문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왔기에 높은 생산성으로 낮은 가격에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 사장은 LG전자가 OLED TV의 대중화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하 사장의 약속대로 OLED TV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LG전자는 생산라인 증설 등을 통해 가격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7,000억원을 파주 공장에 투자했다. LG디스플레이는 투자를 통해 월 2만6,000장의 OLED 패널을 추가 생산할 수 있는 생산라인을 늘렸다.
현재 시판되는 LG전자의 55인치 곡면 OLED TV 가격은 790만원까지 떨어졌다. 해당 모델은 처음 출시되었을 때 1,500만원을 호가했다. LG전자는 ‘세계 최초 OLED TV 양산’이란 타이틀을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윤 사장의 삼성전자는 OLED TV 시장에서 LG전자의 독주를 당분간 지켜볼 수밖에 없다. LG전자만큼의 기술력을 갖추지 못해 마케팅을 벌이기도 어렵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기술력 차이는 업계 보고서의 평가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해 11월 시장조사 전문업체 ‘유비산업리서치’는 두 회사의 곡면 OLED TV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삼성전자의 제품은 화질과 명암비, 시야각, 표현력 등에서 LG전자 제품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OLED : 유기 발광 다이오드라고 한다. 빛을 내는 층이 유기 화합물로 이루어진 LED 디스플레이 중 하나다. LCD를 대체할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다.
* 플렉시블 OLED : 재료가 유연해 접거나 말을 수 있는 OLED를 말한다. LED는 성질이 유연한 플라스틱 기판을 사용하고, 소자 하나하나가 빛을 내기 때문에 해당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
* UHD TV : Ultra High Definition Television의 약자로 ‘초고선명 텔레비전’이다. 일반적으로 7680x4320의 해상도(8K)나 3840x2160의 해상도(4K)를 가진다. LCD TV의 발전된 기술로 화소수가 높아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영상 표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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