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타이어3사가 타이어의 소음을 낮추기 위한 기술경쟁에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가 강화되면서 시끄러운 타이어가 점차 도로에서 퇴출되고 있는 데다 친환경차 시장 역시 저소음 기술력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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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이한섭 금호타이어 사장,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 |
환경부는 도로의 소음을 줄이기 위해 타이어 소음성능 표시제도를 2019년부터 도입하겠다고 20일 밝혔다.
조경규 환경부 장관은 이날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제조사 3곳, 수입사 5곳과 ‘타이어 소음 자율표시제’ 협약을 체결하고 2017년 9월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가기로 했다.
환경부는 “최근 주행소음 규제로 엔진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줄어들면서 교통소음에서 타이어 소음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며 “이번 제도가 정착되면 도로 소음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이어 소음성능 표시제도는 타이어 소음성능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고 기준치를 통과한 저소음 타이어만 보급을 허용한다. 유럽연합(EU)이 2003년부터 시행하고 있고 일본도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이번 소음성능 표시제도는 유럽연합의 강화된 규제기준을 준용한다. 유럽연합은 2012년 신차부터 규제를 더 강화해 적용하고 있는데 폭이 185mm 이하인 승용차 기준으로 소음 70dB 이하가 관리기준치가 된다.
환경부는 자율표시 협약을 준비단계로 삼아 2019년에 승용차, 2021년 소형 상용차, 2026년 중대형 상용차에 소음성능 표시제도를 순차 적용하기로 했다.
국내 타이어 회사들이 이번 제도도입으로 새로 떠안게 될 기술개발 부담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유럽연합이 2012년부터 동일한 규정을 적용해 온 만큼 여기에 맞춘 저소음 제품을 이미 생산하고 있다”며 “소음절감 노력을 계속해온 만큼 이미 대부분의 제품이 기준치를 상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타이어회사들은 전체수출에서 유럽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이른다.
그러나 안정적인 제동력을 확보하면서도 소음을 더 낮추기 위한 경쟁은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여겨진다. 소음등급 표시제가 시행되면 국내 소비자들의 타이어소음 관심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 저소음 타이어 기술력은 필수적이다.
친환경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전기차는 특성상 소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타이어에서 작은 소음이라도 생기면 기존 내연기관 차량보다 운전자가 느끼는 피로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저소음과 낮은 회전저항에 중점을 둔 친환경 타이어를 놓고 기술경쟁이 치열하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저소음 기술력 경쟁이 앞으로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10월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2664억 원을 들여 중앙연구소인 ‘테크노돔’을 준공했다. 서승화 한국타이어 부회장은 준공식에서 “급박하게 변하는 자동차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축은 친환경”이라며 “친환경 타이어를 개발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연구개발에 1천억 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고 넥센타이어 역시 2019년까지 2천억 원가량을 투입해 새로운 중앙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한국타이어는 최근 현대자동차가 잇따라 신차에 미쉐린과 콘티넨탈 타이어를 장착하는 등 한국타이어 수급 비중을 줄이고 있어 친환경타이어를 통한 수입차 회사 공략에 앞으로 더욱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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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경규 환경부 장관이 20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유관기관을 비롯해 국내 타이어 제조사 3곳, 수입사 5곳 등과 ‘타이어 소음 자율표시 자발적 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
한국타이어는 9월 포드의 전기차 ‘씨맥스 에너지’에 친환경타이어 ‘앙프랑 에코’를 공급했다. 테슬라 모델 3의 납품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소음성능 표시제가 수입 타이어를 상대로 국내 타이어 회사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긍정적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품질해 비해 비싼 수입 타이어, 싸지만 성능이 나쁜 수입타이어 등의 시장퇴출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타이어산업협회에 따르면 타이어 수입은 2015년 5억1148만 달러로 2010년 3억1227만 달러 대비 63.8%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도 타이어 수입이 지난해보다 6.2% 증가하면서 2억5천84만 달러를 기록했다. 국가별 점유율은 중국이 33.6%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는 저가 수입타이어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소음성능이 표시되는 만큼 국내산 타이어와 비슷한 성능을 지닌 고가 수입타이어의 경우도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