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5-04-21 14:5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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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HDC그룹 지주사 HDC가 계열사 재편 작업 마무리를 앞두면서 비건설 사업 육성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김회언 HDC 대표이사는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HDC랩스, 통영에코파워, HDC영창 등 자회사들의 성장에 기대를 걸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김회언 HDC 대표이사가 비건설 계열사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21일 HDC그룹에 따르면 오는 30일 HDC의 자회사 흡수합병 및 자회사 사이 사업 양도를 골자로 하는 구조 개편 절차를 마무리한다.
HDC는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를 흡수합병하고 부동산114의 중계플랫폼 및 부동산데이터 사업부문은 HDC랩스가 양수한다.
HDC는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와 부산 해운대 상업시설 등 부동산을 들고 있는데 부동산114의 자회사 미래비아이가 보유한 판교오피스 자산도 HDC가 함께 관리하게 된다.
이번 구조 개편에서 더 힘이 실리는 부분은 HDC랩스가 부동산114의 사업을 양수한 것이다.
HDC랩스가 양수하는 중개플랫폼 및 부동산데이터 사업부문은 기존 부동산114 사업 가운데 핵심에 해당한다.
HDC랩스가 판교오피스 자산 같은 무거운 부동산의 인수 부담을 덜고 기존 사업부문과 연관성이 큰 부동산 데이터베이스 등 소프트웨어 측면의 방대한 자료를 관할하는 것이다.
HDC랩스는 스마트 홈 솔루션 전문기업으로 홈 솔루션과 건설 솔루션, 부동산 종합관리 등의 사업을 한다.
스마트 홈 솔루션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시간, 장소, 기기에 제한되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건설 솔루션은 스마트빌딩 및 소방시스템 등을 구축하고 인테리어 및 조경에 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업. 부동한 종합관리는 시설 관리, 건물 자산 운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HDC랩스는 특히 인공지능을 활용해 산업 전반의 흐름인 디지털 전환을 놓치지 않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모든 사업부문에서 부동산데이터가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AI 서비스 제공자’ 입지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HDC그룹은 HDC현대산업개발을 앞세운 건설 사업의 안정성을 토대로 지속가능한 발전과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적으로 지난해 말 HDC현대산업개발 각자대표이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내던 김 대표를 지주사 CEO로 내정했다. 김 대표는 올해 3월 HDC 정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거쳐 공식 선임됐다.
지난해 말 인사의 목적을 고려하면 김 대표의 과제로는 주력 계열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의존도를 줄이고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다른 자회사들을 육성하는 것이 꼽힌다.
지난해 HDC 연결기준 매출 6조2003억 원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이 차지하는 비중은 68.6%에 이른다. 2022년 4월 HDC현대산업개발 신용등급과 등급전망이 ‘A+/하향검토’에서 ‘A/부정적’으로 변경됐을 때 이를 이유로 HDC 신용등급 및 전망이 동일하게 ‘A/부정적’으로 하향조정됐다.
김 대표가 선임 이후 최근 계열사 사업 개편을 단행한 일도 HDC랩스 성장 등 HDC현대산업개발 이외 계열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읽힌다.
HDC그룹 관계자는 “이번 구조 개편은 그룹의 장기적 성장과 디지털 전환을 위한 결정”이라며 “HDC랩스의 인공지능 사물인터넷(AIoT) 역량과 부동산 114의 풍부한 데이터 정보 및 경험을 결합한 중요한 성장 전환점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HDC랩스 이외에 HDC 자회사 가운데 주목받고 있는 계열사는 경남 통영시 안정국가산업단지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통영에코파워가 꼽힌다.
통영에코파워는 효율적으로 발전소를 가동할 경쟁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으며 HDC 실적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통영에코파워는 LNG 저장시설을 자체적으로 보유해 원료 관리를 유연하게 할 수 있고 프랑스 토탈로부터 유리한 가격구조에 15년 장기조달계약을 맺음으로써 원가경쟁력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상업가동 이후 기록한 가동률 60%도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통영에코파워 LNG 터미널 보유 및 최신식 발전설비의 효율성 등을 바탕으로 LNG 발전기 가운데 최상위 급전순위를 확보하고 있고 상업가동 이후 좋은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익창출이 본격화하면 HDC 주가 상승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통영에코파워는 지난해 4분기에만 매출 2124억 원, 영업이익 546억 원, 영업이익률 25.7%를 나타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통영에코파워 영업이익이 2천억 원을 넘기는 것이 가능하다고 전망됐는데 이를 고려하면 매출 역시 1조 원 가깝게 올릴 수 있는 셈이다.
HDC그룹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종합악기문화 계열사 HDC영창도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모이고 있다.
HDC영창은 지난해 매출 411억 원, 순손실 87억 원을 봤다. 2023년 매출 642억 원, 순손실 89억 원과 비교하면 외형이 후퇴하면서 순손실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HDC영창은 주력 사업지인 중국 사업을 확대하며 실적 악화를 정면돌파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HDC영창은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제기된 중국 톈진 공장 매각설을 놓고 매각 의사 자체를 전면 부인했다.
HDC영창은 “코로나19와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단기적 실적 악화를 겪고 있지만 톈진 공장과 중국 시장이 장기적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을 대상으로 사업을 지속하면서 중국을 핵심 사업 지역으로 설정하고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 경남 통영시 통영에코파워 전경. < HDC >
HDC가 재무적으로 안정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점은 김 대표가 지주사 CEO로 그룹의 건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계열사 키우기 작업에 몰두할 든든한 바탕으로 여겨진다.
HDC는 지난해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 143.2%, 별도기준 부채비율 13.3%를 보유하고 있다. 건설 계열사를 주력으로 둔 점 등을 고려하면 재무건전성이 잘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임대와 배당을 통해 꾸준히 수익을 낼 기반이 갖춰진 점도 향후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근거로 여겨진다.
한국신용평가는 “HDC는 임대수익, 배당금수익 등으로 안정적 수익구조와 현금흐름을 보유하고 있다”며 “별도기준 마이너스(-) 순차입금 아래 부채비율 등을 보면 실질적 재무부담이 적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다수의 부동산을 보유해 재무융통성도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전임 정경구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사장과 마찬가지로 재무전문가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다만 상대적으로 김 대표가 주력 계열사인 HDC현대산업개발 이외의 다른 계열사에서 경력이 더 많다. 이에 주력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차츰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시점에서 그룹 차원의 계열사 육성에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1964년생인 김 대표는 1990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1999년부터 HDC 전신인 현대산업개발에서 일했다.
2012년 현대산업개발 경영기획본부 상무, 2015년 HDC신라면세점 경영지원본부장 상무를 거쳐 2018년 HDC신라면세점 대표이사, 2021년 HDC아이파크몰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22년 HDC현대산업개발 각자대표 CFO 부사장을 지낸 뒤 올해 HDC 대표에 올랐다.
HDC 이사회는 김 대표를 놓고 “HDC신라면세점 대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 등 다양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활용해 재무 분야의 의견 제시 및 그룹의 지속성장과 지주사 기업가치 증대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