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왼쪽)가 4월1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임 고문 자격으로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캐비넷룸을 방문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가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휴머노이드(인간형 2족 로봇)와 자율주행 무인 차량호출 서비스 로보택시가 트럼프 정부에서 공급망 변수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휴머노이드 ‘옵티머스’와 로보택시용 차량 ‘사이버캡’ 모두 중국 협력사 부품을 쓸 것으로 예상되는데 미국 정부의 대중 폭탄 관세로 공급망을 재편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17일(현지시각) 폴리티코에 따르면 테슬라 핵심 신사업인 로보택시 전용 차량 사이버캡과 옵티머스 로봇 생산이 중국의 부품 공급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이 전기차와 스마트카에 이어 인공지능(AI) 로봇 공급망에서도 빠르게 앞서나가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중국 저장산화, 닝보투오푸 그룹이 옵티머스에 부품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기업 모두 테슬라 전기차용 부품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대중국 관세로 부품 수입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비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화 여지를 열어둬 미·중 무역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불확실성이 계속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테슬라도 여러 변수에 대응해 핵심 신사업의 부품 공급망에 있어 대중 의존도를 낮추고 다각화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중국산 부품 없이 옵티머스 2세대 모델을 만들면 원가가 5~6만 달러는 나올 것”이라며 “중국산을 쓰면 3만5천 달러로 줄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로보택시 전용 차량인 사이버캡과 휴머노이드의 양산 및 상용화 시점은 최근 무너지는 테슬라 주가를 어느 정도 지지하는 유일한 요소로 꼽힌다. 다수 증권사들도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신사업의 잠재력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테슬라는 사이버캡과 휴머노이드 양산 시점을 각각 2026년과 2027년으로 잡아뒀다.
▲ 테슬라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2세대 피규어 홍보용 이미지. 실제와 1:10 비율로 한화로 6만5천 원에 판매됐다. 현재는 품절돼 구하기 어렵다. <테슬라> |
일론 머스크 CEO는 3월20일 일정에 없던 전체 회의를 열고 두 신사업 전용 제품의 양산 시기를 앞세우며 ‘주식을 매도하지 말라’고 투자자와 임직원에 강조했다고 한다.
테슬라 주가가 올해 들어 4월17일까지 36.3% 넘게 빠졌음에도 신사업 기대감을 앞세워 주가 반등을 노리자는 모습이다.
이에 테슬라가 이들 신사업에서 확실한 결과를 보여주지 않으면 일반 자동차 제조사와 비교해 크게 고평가된 현 주가를 방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바클리스와 파이퍼샌들러를 비롯한 다수 투자은행, 증권사는 최근 테슬라 목표주가를 연달아 하향 조정했다.
따라서 일론 머스크로서는 사이버캡과 휴머노이드 양산 목표 달성에 주력하는 가운데 중국 부품 공급망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과제를 안은 셈이다.
두 신사업에서 양산 시기를 모두 트럼프 정부 임기 중으로 잡고 있는 만큼 ‘미중 관세 전쟁’ 국면에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실제 로이터의 16일자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이미 사이버캡 부품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입하려던 작업을 최근 중단했다.
대중 관세율이 145%까지 올라 수입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내린 결정이다.
더구나 중국 정부의 무역 보복이 테슬라로 향할 가능성도 충분해 불안 요소로 꼽힌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에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공장을 뒀는데 당국 조사로 운영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중국은 보잉기 인도 중단 명령과 월마트 경영진에 경고 메시지를 던지는 등 미국 기업을 상대로 보복성 조치를 내놨는데 다음이 테슬라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폴리티코는 “미국발 무역 전쟁이 심화되면 테슬라가 보복 조치에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종합하면 트럼프 정부의 무리한 대중국 정책이 테슬라 핵심 성장 동력에 타격으로 이어지며 불안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는 휴머노이드와 로보택시 등 테슬라 신사업에 규제 완화와 같은 수혜를 노려 트럼프 최측근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평가됐으나 트럼프발 악재를 새로 만난 셈이다.
폴리티코는 “자율주행을 비롯한 일론 머스크의 꿈은 그의 정치 행보와 자주 괴리를 빚는다”라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