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제유가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으로 4월 초까지만 해도 70달러를 웃돌다가 단 열흘 만에 60달러 선까지 위협받는 수준으로 급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전쟁에 따른 경기 침체와 수요 위축 전망이 과도하게 반영된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의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인상 움직임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며 국제유가가 4월 들어 급락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공급도 현재 유가 수준에서는 함께 둔화될 공산이 커 추가로 급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설사 더 내려가더라도 그 기간이 길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에너지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일제히 올해와 2026년 원유 수요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그 배경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정책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이 꼽혔다.
JP모간을 비롯한 투자은행업계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미국 물가 안정을 위해 에너지 가격을 낮추고자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로 대표되는 에너지 정책 구호에 따라 화석연료 생산 및 인프라 건설을 독려하고 북극 시추 금지 조치도 폐지했다.
다만 유가가 지나치게 낮아지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에너지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어 공급확대 정책에 일정 부분 속도 조절이 이뤄질 가능성도 나온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과거 안정적 물가 속에서 호황을 누렸던 시기를 참고해 명목 WTI 기준으로 따져보면 이상적 유가는 배럴당 45~57달러"라며 "반면 에너지기업들이 수익 창출에 필요한 유가 수준은 60~70달러 사이"라고 분석했다.
또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이 81개 에너지개발업체를 대상으로 '신규 유정을 수익성 있게 시추하기 위한 유가는 얼마인가'를 설문조사한 결과, 61~70달러(평균 64달러) 수준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트럼프 정부가 원하는 물가 안정과 에너지 자립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신규 시추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므로 60달러 선에서 유가가 유지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의 방향이 맞춰질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최근의 공급 확대 추세 역시 다소 둔화할 가능성이 커 추가 하락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로 꼽힌다. EIA, OPEC, IEA 등 국제에너지기구 역시 원유 수요 전망을 낮추면서 동시에 공급 전망도 함께 하향 조정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OPEC+(석유수출국기구+비회원 산유국 모임)가 5월 증산 규모를 상향 조정할 것으로 발표했으나 일부 산유국의 과잉생산에 대한 보상 감산을 고려하면 전체적인 공급 확대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심 연구원은 "현재 유가 수준만 유지되어도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추가 시추 의지가 떨어질 수 있다"며 "이를 종합하면 트럼프 정부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으로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60달러를 밑돌 수는 있으나 일시적 흐름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 OPEC의 증산 뒤 미국 셰일오일업체들의 구조저정이 진행됐던 전례를 볼 때 국제유가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기업 아람코가 증산 정책으로 완전히 전환해 아시아 수출 원유의 공식판매가(OSP)를 빠르게 하향하고 있다"며 "과거 2015년 OPEC의 증산 뒤 미국 셰일오일업체들의 구조저정이 진행됐던 전례를 볼 때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바라봤다.
이와 함께 지난 4년간 국제유가의 바닥선으로 작용하던 70달러 선이 향후 저항선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과매도에 따른 반발 매수가 들어올 수도 있으나 트럼프 정부의 증산 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등에 따른 공급 우위 가능성이 여전해 70달러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황 연구원은 이어 "미국의 이란과 베네수엘라산 석유제재가 단기적 국제유가의 하단을 지지할 수 있다"며 "이를 종합하면 국제유가가 한동안 50~60달러 사이에서 움직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