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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무역보험공사 상대 모뉴엘 관련 소송 1심판결 긴장

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 2016-12-19 15: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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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과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은행 5곳이 가전업체인 모뉴엘의 사기대출과 관련해 무역보험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소송의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은행들이 패소할 경우 추가 충당금을 적립해야하는 데다 앞으로 수출기업을 상대로 한 은행들의 자금지원 규모가 축소될 수도 있다.

◆ 모뉴엘의 허위 수출채권, 누가 확인했어야 했나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일 농협은행의 보험금 청구소송 판결을 시작으로 22일 하나은행, 1월7일 기업은행 등 관련소송의 판결을 연이어 내린다.

  은행들, 무역보험공사 상대 모뉴엘 관련 소송 1심판결 긴장  
▲ 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은행 6곳은 지난해 모뉴엘 사기대출과 관련해 무역보험공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가액을 은행별로 살펴보면 IBK기업은행 991억 원, KEB하나은행 916억 원, NH농협은행 588억 원, KB국민은행 549억 원, KDB산업은행 464억 원, SH수협은행 108억 원 등이다.

쟁점은 은행들이 모뉴엘에게 사들인 수출채권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이다. 수출채권은 수출한 대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일정금액 싸게 판매하는 채권이다. 수출기업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발행한다.

모뉴엘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은행들에게 매출규모를 부풀린 수출채권을 매각해 돈을 빌렸다. 이후 모뉴엘이 작성한 수출자료가 허위로 작성됐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은행들은 각자 무역보험공사에 가입해둔 단기수출보험(EFF)을 통해 보험금을 달라고 요구했다.

단기수출보험은 수출기업이 계약에 따라 물품을 선적한 뒤 선적서류를 근거로 수출채권을 은행에 매각할 때 무역보험공사가 보증하는 보험이다.

그러나 무역보험공사는 모뉴엘에게 보증서를 내줬음에도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은행들이 모뉴엘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대출심사를 부실하게 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이에 대응해 무역보험공사를 상대로 각각 보험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은행 6곳 가운데 가장 먼저 1심 판결을 받은 수협은행은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1월10일 수협은행의 보험금 청구소송 1심 판결에서 “은행들이 부실심사를 한 정황이 인정된다”며 무역보험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대출의 근거가 됐던 수출채권이 허위로 작성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판단해야 하는 책임이 은행에게 있다고 본 셈이다.

수협은행은 항소하기로 결정하고 항소 사유와 소송대리인 등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

◆ 법원, 또 무역보험공사의 손 들어줄까

은행들은 무역보험공사가 보증을 한 상황에서 실제로 수출이 이뤄졌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보증서를 기반으로 한 대출은 대부분 서류작업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수출기업들의 기술적인 부분과 업계에서의 경쟁력 등을 엄밀하게 검증할 역량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을 믿고 대출을 해주는 것”이라며 “은행들의 부실심사가 문제라고 하면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 무역보험공사 상대 모뉴엘 관련 소송 1심판결 긴장  
▲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 결과에 따라 은행들은 실적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모뉴엘 사태와 관련해 절반가량의 충당금을 미리 쌓아뒀지만 재판에서 질 경우 추가로 충당금을 마련해야 한다. 반대로 승소할 경우에는 미리 적립한 충당금을 환입해 순이익을 늘릴 수 있다.

은행들이 패소할 경우에는 은행들은 앞으로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을 믿을 수 없게 돼 수출 중소기업을 상대로 대출심사를 까다롭게 진행해 대출규모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무역보험공사가 책임을 면할 경우 후폭풍은 수출 중소기업에게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무역보험공사가 제공하고 있는 정책보험의 필요성을 놓고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 정책보험은 정책적으로 필요한 자금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실제로 문제가 생길 때 그 책임을 민간회사에게 지운다면 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수협은행의 결과와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은행들이 사들인 수출채권에 적힌 모뉴엘의 수출상대 기업과 계약형태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법원이 각 소송마다 수출채권의 진위여부를 판단하는 주체를 다르게 볼 수 있다. 개별사건인 만큼 담당 재판부도 각기 다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어느 정도 승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패소할 경우 대법원까지 간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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