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조류인플루엔자(AI) 위기를 넘길수 있을까?
조류인플루엔자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김 장관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 장관은 임명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는데 어려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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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불안했던 김재수, 조류인플루엔자 위기에 악전고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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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6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기자실에서 담화문을 통해 AI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한다고 밝히고 있다.<뉴시스> |
김재수 농림부 장관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조류인플루엔자 방역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조류인플루엔자방역대책본부를 중앙수습본부로 전환하고 범정부적인 대응체계를 갖추겠다”며 “최고수준의 방역대책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하고 현장지원과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조류인플루엔자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농림부에에 설치돼 김 장관이 본부장을 맡는다. 조류인플루엔자로 심각 단계의 위기경보가 발동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류인플루엔자는 역대 최고의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발생 30일 만에 살처분된 가금류의 숫자가 1600만 마리를 넘어섰다. 이번 사태 전까지 가장 큰 조류인플루엔자 피해를 기록한 2014년에 가금류 1396만 마리가 195일 동안 살처분된 것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확산세다.
그동안 청정지역을 유지했던 영남지역도 이번엔 무사하지 못했다. 16일 중간검사 결과 부산 기장군 농가의 토종닭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판정되면서 제주를 빼고 전국이 조류인플루엔자 불길에 휩싸였다.
김 장관으로서는 취임 석달 만에 통제불능의 대형악재를 만나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김 장관은 출발부터 위태로웠다. 인사청문회에서 ‘황제전세’, SNS 말실수 등으로 논란을 빚어 일찍이 낙마 대상으로 꼽힌 데다 취임 한달도 안돼 해임건의안이 가결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간신히 자리를 지켰지만 이제 박 대통령이라는 병풍마저 없어졌다. 이 때문에 조류인플루엔자라는 난제의 해결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김 장관이 범정부적 대응에 나선 것을 놓고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이미 역대 최대규모의 살처분이 이뤄진 데다 뚜렷한 대처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방역이 제대로 이뤄질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적절한 초기대응을 못한 채 뒤늦게 ‘범정부 지원반’을 설치하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뒷북치기식 행정”이라며 “지금 정권이 세월호 참사 당시 보여줬던 무능함과 무책임을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도 “농림부는 13년째 철새 탓만 한다”며 “조류독감은 컨트롤타워 부재가 부른 인재”라고 비판했다.
조류인플루엔자 피해규모가 커지면서 이와 관련된 각종 이슈들도 뒤따라 쏟아지고 있다.
계란값 폭등, 닭 매출하락 문제뿐 아니라 양계축사업 계열화에 따른 농가 피해부담 전가, 방역담당 공무원의 격무, 인체감염 가능성, 멸종위기 조류보호에 동물권리 문제까지 이슈는 각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계란값은 국민 식생활과 직결되는데 이번 조류인플루엔자 피해는 알을 낳는 닭인 산란계에 집중됐다. 산란계의 10% 이상이 살처분돼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1인당 1판으로 계란 판매를 제한까지 하고 있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도 김 장관에게 곤욕이다. 조류인플루엔자 등 가축질병은 겨울철에 더 극성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