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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 |
의류 브랜드 ‘자라’를 보유한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경제매체 포브스가 올해 선정한 세계 4위 부자다.
자라는 SPA 브랜드다. SPA는 기획에서 생산 및 판매까지 의류의 전 과정을 일괄해 책임지는 방식을 말한다.
우리나라에 등장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보면 SPA의 역사는 20년이 넘었다. SPA는 미국 브랜드 ‘갭’이 1986년에 선보인 사업모델이다.
한 벌에 얼마 하지 않는 옷을 팔아서 어떻게 세계 3위 갑부에 오를 수 있을까?
세계 부자 순위 100위권 안에 SPA로 부를 일군 사람은 모두 3명이다. 자라(4위), H&M(17위), 유니클로(60위) 창업주들이다.
◆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옷은 패션이 아니다"
"옷은 멋스럽게 잘 입어야 한다는 상식을 깨고 싶었다. 옷은 패션이 아니다. 그저 생필품일 뿐이다."
야나이 다다시(65)는 이런 생각으로 1984년 일본 히로시마에 유니클로 1호점을 냈다.
야나이는 일본의 사학명문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했다. 그는 "학업에 큰 뜻이 없어 마작과 록음악에 빠져 방황했다"고 대학생활을 돌아봤다.
그가 의류업을 시작한 것은 지방 변두리에서 양복점을 운영한 아버지 덕분이다. 그는 졸업 후 슈퍼마켓 체인회사에서 1년쯤 주방식기와 남성의류를 팔다가 아버지가 양복점을 물려줘 고향으로 돌아왔다.
"당시 점원이 7명이었는데 그중 6명이 가게에서 나갈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아버지께서 인감을 내주며 가게를 맡으라고 했을 때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이왕 할 것이라면 제대로, 내 방식대로 잘하자는 생각을 했다." 야나이의 회고다.
야나이는 그 뒤 12년 동안 기성품 양복에서 남성 캐주얼로 취급상품을 넓히면서 아버지의 가게 운영에 집중했다. 동시에 해마다 미국이나 영국으로 나가 베네통과 갭 등의 체인점을 둘러보며 배울 점을 찾았다.
야나이는 35세에 드디어 히로시마에 '유니크 클로딩 웨어하우스'(Unique Clothing Warehouse)를 열었다. 가게 이름을 웨어하우스(창고)라고 지은 이유는 몇가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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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 |
야나이는 "옷도 매일 먹는 밥처럼 생필품인데 왜 항상 유행을 따라야 할까"라는 생각으로 기본 아이템에 중점을 뒀다. 면바지 셔츠 재킷 스웨터 양말 속옷 등을 색상과 사이즈별로 가지런히 늘어놓았다.
야나이는 또 "옷도 라면이나 식품처럼 싸고 간편하게 사야한다"는 생각으로 고객 접객을 하지 않는 방식을 선택했다. 널찍한 개방형 공간에서 손님이 직접 원하는 물건을 찾아가도록 한 것이다. 가격도 대부분 1천 엔(1만 원) 아래로 정했다.
가격을 유지하려다보니 단가를 맞추기 위해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유통마진을 없애야 했다. 그래서 제조 생산 판매를 일괄적으로 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 새로운 콘셉트의 옷 가게는 개장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사람들은 정말 라면을 사듯이 면바지와 셔츠를 사 갔다. 손님이 너무 많아 매장 앞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가게가 인기를 얻자 이름이 너무 길다는 지적이 나왔다. 야나이는 가게 이름을 유니클로(UNIQLO)로 바꾸었다.
야나이는 일본 내에 22개 매장을 개장한 뒤 1998년 패션의 중심지 도쿄 하라주쿠에 입성했다. 이어 2001년 영국에 4개 매장을 개장하며 해외에 발을 디뎠다.
유니클로는 현재 일본 한국 홍콩 프랑스 등 전 세계 16개국에 1467개의 매장을 두고 있다.
포브스가 발표한 야나이의 재산은 8월 현재 18조 원으로 세계에서 60번째 부자다. 일본 내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에 이어 두 번째 부자다. 2009년~2010년에 일본 최고부자로 꼽히기도 했다.
야나이는 유니클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패스트리테일링’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65세에 은퇴한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실적보고 기자회견에서 "아쉽지만 회장직을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당시 "해외시장을 본격 공략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야나이 회장은 두 아들에게 글로벌 경영능력이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야나이의 장남은 미국 보스턴대학 경영학 석사를 거쳐 골드만삭스에서 일하다 아버지 회사로 들어왔다. 차남도 미쓰비시상사 식품사업부에서 일하다 아버지 회사로 들어왔다. 각각 40살, 36살의 적지 않은 나이다.
◆ 자라의 아만시오 오르테가 "옷도 속도가 중요하다"
아만시오 오르테가(78)는 1975년 스페인에서 나이 39세에 ‘자라’(ZARA) 1호점을 열었다. 이 작은 옷가게는 빠르게 번성했고 오늘날 8개의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 ‘인디텍스’(Inditex)로 성장했다.
인디텍스는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세계 86개 국가에 6천여 개의 매장을 거느리고 있다. 임직원 수는 12만 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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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만시오 오르테가 인디텍스 창업주 |
오르테가는 드라마같은 삶을 살았다. 13세에 셔츠가게 판매보조원으로 출발해 세계에서 4번째 부자가 됐다. 지난해에 워렌버핏을 꺾고 세계 3위 부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포브스가 발표한 그의 재산은 8월 현재 27조 원이다. 대한민국 최고 부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재산의 두배가 넘는다.
오르테가의 아버지는 철도회사 하급직원이었고 어머니는 가사 도우미였다. 가난한 형편 탓에 일찍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찾아야 했다.
한 스페인 여성잡지 기자가 오르테가와 친분을 바탕으로 재작년 출간한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어느날 오후 학교를 마친 후 어머니를 따라 식료품점에 갔다. 식료품점 주인이 한 말에 큰 충격을 받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 ‘정말 미안하지만 더 이상 외상을 줄 수 없어요.’ 그때 나는 겨우 열두살이었다.”
오르테가는 13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일자리를 찾아 셔츠가게 판매보조원으로 취직했다. 그뒤 의류공장을 오가며 배달도 하게 됐다. 이 경험이 그가 ‘패스트 패션’을 도입한 계기가 됐다.
오르테가는 “디자인숍에서 공장으로, 공장에서 의류판매점으로 옷을 배달하면서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유통단계를 줄이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을 한마디로 “속도의 중요성”이라고 표현했다.
오르테가가 강조하는 속도는 "유행을 만들지 않고 유행을 따라간다"는 철학을 만들었다. 자라는 일주일에 두 번씩 신상품을 내고 제품 가운데 70%는 2주 안에 바꾼다. 새로 내놓은 옷이 잘 팔리지 않으면 곧바로 매장에서 빼낸다. 자라는 이렇게 옷을 패스트푸드처럼 만들어 판매했고 그래서 ‘패스트패션’의 대명사가 됐다.
오르테가의 부인 메라 역시 일찍 학교를 그만두고 13세 때부터 재봉사로 일한 전문가다. 오르테가는 36세에 부인과 함께 목욕가운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그리고 3년 후 1975년에 자라 매장을 열고 본격적으로 의류업에 뛰어들었다.
자라는 빠르게 번성했고 오르테가는 자라 외에 의류 브랜드를 속속 늘렸다.
오르테가는 2011년 인디텍스 회장에서 물러났다. 현재 인디텍스는 전문경영인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오르테가는 여전히 인티텍스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오르테가 회장은 철저하게 은둔하는 삶을 살았다. 2001년 기업 상장을 앞두고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등장했다. 그는 인터뷰 요청도 모두 거절해 지금까지 인터뷰한 기자는 불과 3명뿐이다.
그는 스스로 "나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고 강조한다고 한다. 오르테가가 은둔적 삶을 선택한 것은 오르테가의 성공에 무엇인가 특별한 게 있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그는 "모두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고, 나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한 명일 뿐"이라고 말했다.
‘자라’라는 이름은 스페인어에 없는 단어다. 오르테가가 지은 고유명사다. 그는 원래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이름을 가져와 조르바(Zorba)라는 이름으로 가게를 낼 생각이었다.
간판을 거의 완성할 무렵 두 블록 떨어진 술집가게 주인이 오르테가를 찾아왔다. 그 술집도 '조르바'라는 이름을 쓰고 있어 이름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 오르테가는 이미 만든 알파벳들을 다시 조합해 급하게 자라(Zara)라는 이름으로 바꾸었다.
오르데카는 부동산 부자다. 그는 스페인 근대화의 상징이자 마드리드의 43층 초고층 빌딩인 토레피카소를 5억3600만 달러에 사들였다. 또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있는 54층짜리 호텔을 비롯해 뉴욕, 시카고, 보스턴, 워싱턴, 샌프란시스코 등에 여러 빌딩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