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법 통과를 앞두고 기업들이 자사주를 활용한 인적분할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자사주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면서 저평가된 기업들이 인적분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5일 “2017년 상반기 기업의 인적분할은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라며 “삼성전자, SK텔레콤을 포함해 인적분할이 지속적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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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만득 삼천리 회장. |
오 연구원은 자사주 지분이 10%가 넘고 최대주주 지분율이 40% 미만으로 지배구조 강화 필요성이 있는 기업들이 인적분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오 연구원은 이런 기업으로 삼천리, 대덕전자, 광동제약, 현대그린푸드, SK케미칼, 환인제약, 벽산, 빙그레, 금호석유화학 등을 꼽았다.
삼천리는 자사주 12.1%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내년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28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동제약은 자사주 지분이 22.6%로 가장 높았는데 예상 주가순자산비율은 0.81로 낮은 편이었다.
최근 현대중공업, 매일유업, 오리온이 잇따라 인적분할을 발표하며 기업들의 인적분할에 시장의 관심이 커진다.
인적분할이 늘어나는 이유는 자사주 활용을 제한하는 경제민주화법안의 통과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들이 통과될 경우 자사주 활용도가 대폭 제한돼 법안 시행 전 인적분할에 나서려는 기업이 많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인적분할 자사주 소각을 강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인적분할 자사주에 분할 신주의 배정을 금지하는 상법 개정안, 자사주에 분할 신주를 배정할 때 법인세를 부과하는 법인세법 개정안 등이 국회에서 대기하고 있다.
오 연구원은 자사주를 활용한 인적분할이 기업가치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점도 주목했다.
실제로 시가총액 3천억 원 이상 기업 중 2007년 이후 10년간 인적분할을 발표한 27곳 가운데 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은 9개월 후 합산 시가총액이 상승했다. 시총 상승률은 평균 90.86%에 이른다.
자사주를 보유한 기업이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으면 보유 자사주 금액만큼 순자산 차감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인적분할을 하면 자사주가 분할 신주로 전환돼 순자산 증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오 연구원은 “자사주를 10% 이상 보유한 회사들의 인적분할은 실제 순자산 차감항목을 통해 잠식됐던 순자산이 복원되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