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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투자 '나이스웨더' 부진 늪 빠져, 스타트업 지원 슬픈 결말로 가나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5-03-25 14:5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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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투자 '나이스웨더' 부진 늪 빠져, 스타트업 지원 슬픈 결말로 가나
▲ 현대백화점이 2021년 8월 30억 원을 투자한 스타트업 '나이스웨더'가 부진한 실적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에 입점한 나이스웨더 매장 모습. <나이스웨더>
[비즈니스포스트] 현대백화점이 30억 원을 투자한 스타트업 ‘나이스웨더’가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이스웨더는 편의점 콘셉트의 라이프스타일 스토어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스타트업에 투자한 첫 사례로 유명하다. 하지만 적자를 거듭하면서 현대백화점에게는 ‘아픈 손가락’의 악몽이 될 처지에 몰렸다.

25일 현대백화점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현대백화점이 지분 10%를 보유한 나이스웨더의 장부가액이 해마다 뒷걸음질하고 있다. 나이스웨더의 장부가액은 2024년 말 기준으로 1억4천만 원가량이다. 2023년 말 3억 원에서 가치가 반 이상이나 줄었다.

현대백화점이 나이스웨더를 인수했던 2021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가면 기업가치 하락이 더욱 눈에 띈다. 현대백화점은 나이스웨더의 초기 장부가액을 10억 원으로 잡았지만 2021년 말 9억4300만 원으로 낮춘 데 이어 2022년 말에는 6억2300만 원으로 대폭 줄였다.

약 3년 반의 투자 기간 나이스웨더의 기업가치가 7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한 셈이다.

나이스웨더의 가치가 낮아진 주된 이유는 부진한 실적 때문이다. 나이스웨더는 2024년 수익 67억 원에 순손실 16억 원을 봤다. 2023년 수익과 순손실은 각각 68억 원, 32억 원이었다.

현대백화점은 투자한 회사의 장부금액을 계산할 때 관계기업 손익에 대한 지분을 더하거나 차감하는데 나이스웨더가 적자를 거듭하면서 장부금액을 하락 조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으로서는 나이스웨더의 실적 부진이 ‘투자 실패’로 낙인 찍할까 신경 쓰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의 나이스웨더 투자는 좀처럼 스타트업에 투자하지 않던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첫 투자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당시 현대백화점이 나이스웨더에 넣었던 돈은 30억 원인데 이후 다른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낸 돈이 각각 20억 원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나이스웨더에 거는 기대가 특별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나이스웨더에 유의미한 영향력도 행사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나이스웨더 보통주 10% 취득에 10억 원을 썼고 나머지 20억 원은 의결권이 있는 상환전환우선주에 넣어 사실상 의결권 지분율 20%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나이스웨더의 의사결정 과정에도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물심양면 챙긴 회사가 부진을 거듭하는 것은 투자 주체인 현대백화점 입장에서 난감한 일일 수밖에 없다.

현대백화점이 과거 나이스웨더에 투자했던 일은 유통업계 관계자들에게 큰 화제였다. 이름도 생소했을 뿐만 아니라 편의점 콘셉트의 신개념 라이프스타일 스토어를 표방하는 회사에 단번에 30억 원을 넣은 것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나이스웨더가 보여준 젊은 세대를 향한 집객력이 정 회장의 투자에 결정적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장 힘을 얻었다.
 
현대백화점 투자 '나이스웨더' 부진 늪 빠져, 스타트업 지원 슬픈 결말로 가나
▲ 나이스웨더 더 현대 대구점. 

나이스웨더가 현대백화점과 인연을 맺은 시기는 2021년 2월이다. 현대백화점은 새로 개장한 더현대서울에 입점한 나이스웨더에 MZ세대가 쏠리는 것을 확인했고 이것이 지분 투자로 이어졌다는 것이 현대백화점의 설명이다.

실제로 더현대서울 나이스웨더 매장에서 상품을 구매한 고객 가운데 80%는 2030세대였다. 특히 95%는 현대백화점에서 구매한 경험이 없는 신규 고객이었다.

사양산업이라는 말을 듣는 오프라인 백화점으로서는 고객들이 폭발적으로 모여드는 나이스웨더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나이스웨더는 이탈리아 치약과 스웨덴 치즈볼, 포르투갈 정어리통조림 등 선뜻 어울리지 않는 아이템뿐 아니라 국내 유명 도넛 브랜드 제품까지 자신들이 선별한 상품을 매장에 가져다놓는 걸로 유명하다. 이것이 젊은 세대의 방문을 이끈 힘이 된 것으로 보이는데 정 회장은 나이스웨더에 지분을 투자해 이들의 노하우를 현대백화점에 이식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이스웨더가 지지부진하면서 현대백화점의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나이스웨더 직원 수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만 해도 70명대였던 나이스웨더 직원 수는 지난해 초 60명대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 하반기 30명대로 주저앉았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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