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계 농가에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면서 육계 수요가 줄고 가격이 하락해 국내 1위 육계사업자인 하림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하림은 올해 들어 부진한 실적을 내다 3분기에 실적회복에 성공하며 상승세를 이어가려는 참에 악재를 맞닥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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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
12일 업계에 따르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으로 대형마트 등에서 닭고기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의 경우 올해 1~11월 닭고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증가했는데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추세가 본격화한 12월부터는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12월1일에서 8일까지 닭고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7% 줄었다.
질병관리본부는 “닭과 오리 도축장에서 건강한 개체만을 골라 도축해 유통하고 있어 닭과 오리고기 섭취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번 바이러스에 의한 폐사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중국에서는 인체감염 사례도 있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닭고기 구매를 이전보다 꺼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수요가 줄어들자 가격도 떨어졌다. 이번 조류인플루엔자는 알 낳는 닭을 키우는 산란계나 오리 농가 위주로 퍼져나가 육계농가는 피해가 크지 않았고 육계는 냉동 보관을 통해 재고가 축적돼 있기 때문에 공급은 타격을 입지 않았기 때문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축산물 가격동향에 따르면 11월16일 1kg당 1586원이던 육계 산지가격이 12월9일에는 1286원으로 300원(약 19%) 내렸다. 같은 기간 도매가격은 3104원에서 2432원으로 약 672원(21.6%)이나 급감했고. 소비자 가격 역시 5380원에서 5184원으로 떨어졌다.
하림은 육계시장에서 점유율 20%의 선두업체다. 하림에서 육계사업은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전체매출에서 78.2%, 영업이익에서는 약 119%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국내 육계 수요위축과 가격하락은 곧 하림 실적전망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의미다.
하림 관계자는 “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12월 들어 전년 대비 매출이 약 6%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하림 입장에서 이번 악재는 더욱 야속할 수밖에 없다. 올해 2분기 까지만 해도 지난해 대비 감소했던 매출이 3분기에는 늘어났고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는데 상승세를 타기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애초 4분기도 육계 시세가 지난해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1인당 닭 소비량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하림이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바라봤다.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전까지만 해도 2016년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13.6kg으로 지난해보다 4.6%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2017년이 붉은닭의 해이기도 해 조류인플루엔자만 없었다면 연말 프로모션 등을 통해 매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으나 이번 악재로 내년 실적마저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 만들어졌다.
하림 관계자는 “당국이 수습에 나서고 있고 예방조치도 취하고 있어 조류인플루엔자가 금새 잠잠해질 수도 있다”며 “앞으로 실적에 대해 쉽게 예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