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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VS 김황식, 친이-친박의 외다리 승부

정동근 기자 aeon@businesspost.co.kr 2014-02-11 17: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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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새누리당 의원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빅매치가 성사될 수 있을까. 새누리당은 노심초사 이를 바라고 있다. 6월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는 아무래도 서울이기 때문이다. 지지율이 견고한 민주당 박원순 시장을 꺾기 위해 이벤트가 필요하고 이를 충족할 거물급 정치인의 출연으로 이른바 컨벤션 효과를 일으키자는 의도다.

김황식 차출에 발끈한 정몽준
 
  정몽준 VS 김황식, 친이-친박의 외다리 승부  
▲ 정몽준(왼쪽) 새누리당 의원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

서울시장 선거는 여야 정치권 모두에게 사활을 내건 일전이다. 서울시장의 배출 여부에 따라 차기 총선과 대통령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후보 각자도 당선하면 차기 대권까지 내다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 치명적인 정치적 손실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여야 공히 후보가 결정되는 과정에 공을 들이기 마련이다. 한편으로 당 안팎에서 적지 않은 진통과 파열음이 따르기도 한다. 새누리당의 경우 벌써부터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정몽준 의원은 지난 7일 친박 계열 핵심인 최경환 원내대표를 만나 친박계가 김황식 전 총리를 민다는 얘기가 왜 나오는 것이냐며 따진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 하나 출마 선언도 하기 전에 경선 불공정 시비가 제기된 것이다. 이재오 의원 등 친이계가 똘똘 뭉쳐 정 의원 지지 쪽으로 세몰이를 하고 있는 한편으로, 친박계도 이에 맞서 경선 흥행을 명분으로 김 전 총리를 차출한다는 소문을 흘리고 있다.
 
정 의원은 11일 친박-친이 대결 구도로 몰아가려는 이른바 계파 나누기에 대해 아예 돌직구를 날렸다. 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연구모임 통일 경제교실행사가 마무리되자 박근혜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아는 사람으로서 나도 친박이라고 생각한다잘 좀 분류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친박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아주 안좋은 표현이라고 생각한다우리 당에 부담되고 우리 국민이 볼 때 실망을 느끼게 하는 단어라고 싫은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정 의원은 김황식 전 총리가 서울시장 후보에 경선하면 친이-친박 양측의 갈등이 재연될 것이라는 주장에 그렇게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 게 현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 당시 친이계의 좌장이었던 이재오 의원도 김 전 총리의 차출에 대해 못마땅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 의원은 친이-친박 구도가 벌어지면 정몽준 의원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그렇다면 김황식 카드는 흥행을 위한 불쏘시개의 공산이 크다고 언급했다.
 
경선 흥행 좋지만 친이-친박 갈등 재연 우려
 
정몽준-김황식 경선 구도는 새누리당에게 확실히 딜레마다. 이른바 컨벤션 효과를 최대한 높이려면 정몽준-김황식 대결은 아주 그만인 구도다. 하지만 이면에 케케묵은 친이-친박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똬리를 틀고 있어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정 의원이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면 다음 목표는 당연히 대권 도전이다. 하지만 자칫 이번 기회가 정치적 무덤을 만들 소지도 없지 않다. 당내 후보 경선에서 패배할 경우 대권 도전에서 아예 멀어지기 때문이다. 정 의원이 친박계의 김황식 차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향후 친이-친박의 대결 양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치러질 경우 새누리당에게 독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 의원이 어떤 명분을 내걸지, 혹은 어떤 행동으로 반응할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당내 후보 출마 선언도 하기 전에 친박계의 김황식 지지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 의원에게는 트라우마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는 2002년 대선 투표일 바로 전날밤 노무현 전 대통령과 후보 단일화 파기를 선언해 파문을 일으킨 전력이 있다정 의원은 당시 불과 투표 몇시간을 앞두고 선거 공조를 파기했다. 그래서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얼마든지 중도하차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향후 김 전 총리에 대한 친박계의 지원이 경선 과정에서 불거질 경우 정 의원이 불공정 시비를 내세우며 경선을 포기할 각오를 하고 있다는 말이 여의도 정가에서 벌써부터 파다하다. 새누리당이 노리는 컨벤션 효과를 통한 경선 흥행은 물건너가고, 이후 선거 본선 과정에서 받을 타격이 예상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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