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안진이 대우건설 3분기 재무제표에 ‘거절’ 의견을 낸 후폭풍이 다른 대형건설사들의 향후 실적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대형건설사들은 올해 사업보고서에 기존보다 더욱 보수적인 회계기준을 적용해 시장의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낼 가능성이 있다.
|
|
|
▲ (왼쪽부터)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 임병용 GS건설 사장. |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회계감사 거절사태에 따라 다른 대형건설사들이 미청구공사액을 선제적으로 영업손실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의 회계감사를 맡고 있는 딜로이트안진은 대우건설 3분기 재무제표를 놓고 이례적으로 검토의견 ‘거절’ 판정을 냈다.
딜로이트안진은 대우건설이 3분기 말 기준으로 보유한 미청구공사액이 지난해 말보다 2424억 원 늘어난데 대한 설명자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의견표명을 거절했다.
미청구공사액은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수채권을 가리킨다. 발주처가 건설업체의 공정률을 인정하지 않을 때 주로 발생하는데 보통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미청구공사액은 매출채권보다 회수기간이 길고 떼일 가능성이 크다. 손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아 대금회수에 실패할 경우 장부상 이익이 곧바로 손실로 전환된다.
다른 건설사들도 딜로이트안진이 제기한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아 4분기에 이전보다 엄격하게 회계를 처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계는 수주산업의 특성상 준공예정원가와 미청구공사의 적정성과 관련해 회계법인들과 갈등을 빚어왔다”며 “대우건설 사태를 보며 회사 차원에서도 4분기에 보수적으로 손익을 반영해야 한다고 판단해 대손충당금 등을 쌓는 등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등 6대 건설사의 3분기보고서를 검토하면 이 건설사들이 보유한 미청구공사액은 11조4420억 원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약 5천억 원 줄어들었지만 새로 시작한 사업장에서 미청구공사액이 발생하고 있어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 특히 해외사업장의 경우 공사가 마무리됐는데도 미청구공사액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곳도 있다.
현대건설이 3조6089억 원으로 가장 많은 미청구공사액을 보유했다. 플랜트와 전력부문의 미청구공사액이 1조9437억 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GS건설(2조1918억 원)과 대우건설(2조158억 원), 삼성물산(1조4820억 원), 대림산업(1조2618억 원), 포스코건설(8817억 원)이 뒤를 이었다.
건설사는 발주처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할 경우 기존 회계장부에 ‘이익’으로 기록했던 미청구공사액을 모두 ‘손실’로 바꾼다. 미청구공사액이 한번에 회계에 손실에 반영될 경우 소위 ‘빅배스’(잠재부실을 모두 털어내는 회계기법)가 발생한다.
대우조선해양은 과거에 미청구공사액을 과도하게 책정했다가 이를 받지 못해 2015년에 3조 원이 넘는 순손실을 보기도 했다.
건설사들도 종종 빅배스를 단행했다. GS건설은 2010년에 8천억 원 수준이던 미청구공사액이 2012년에 2조1918억 원까지 급증했는데 임병용 사장이 취임한 2013년에 9355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삼성물산은 올해 1분기에 해외플랜트에서의 발생할 잠재부실을 선반영하겠다며 영업손실 4348억 원을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3분기에 한번에 영업손실 1조5127억 원을 내면서 자본잠식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